강정호의 거취는 이제 하루 이틀이면 결론이 날 전망이다. 강정호에 대한 보류권을 가진 키움이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입단 계약을 하면 강정호는 KBO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언론을 통해 “강정호와 관련된 사항을 상부에 모두 보고했다”고 말했다. 구단 최고위층인 하송 대표이사와 허민 의사회 의장 등의 결정만 남았다.

키움 구단 내부에선 강정호의 공헌도에 대해 나 몰라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현대 시절부터 따지면 9년 동안 히어로즈에서 맹활약했고, 2014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가면서 500만달러(약 60억원)의 이적료를 친정팀에 안겼다. 모기업 없이 팀을 꾸려가는 히어로즈 입장에선 매우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는 팬과는 상관없는 구단과 강정호 사이의 문제다. 만약 키움이 강정호에게 지금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 유소년 교육에 도움을 주면 어떨까 한다. 강정호가 의욕적으로 밝힌 야구 꿈나무를 위한 봉사 활동에 구단이 파트너가 되어주는 것이다. 강정호와 함께하는 히어로즈 유소년 야구 캠프, 이런 식으로 말이다.

키움의 팀 이름은 히어로즈, 즉 영웅들이다. 영웅의 사전적 의미는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네이버 국어사전)’이다. 강정호는 여기서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란 뜻에만 부합한다. ‘음주운전 삼진아웃’은 보통 사람이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키움 구단엔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학원폭력’ 전력이 있는 선수가 있고, 동료를 때리는 일종의 ‘사내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도 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하는 외국인 선수는 ‘가정폭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4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전(前)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복역 중이다.

강정호까지 키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키움 히어로즈’가 아니라 ‘키움 빌런즈’라 부를 만하다. 단지 히어로즈의 야구를 좋아한 것뿐인데 강정호 영입으로 다른 구단 팬들에게 영원히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키움 팬들은 무슨 죄인가. 무엇보다 영웅들이란 이름을 팀 명으로 쓰려면 적어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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