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동안 갤에 들어오지도 못했던 옛 전우들이

키움이 패배하고 지들 갤이 다른 갤에 점령당하면서

이 곳에 와있다....그리워야하는데 그립지는 않다.

내 심장은 좆쥐로 인해서 차갑게 단련되었다.

키움으로 팀을 바꾼 이후 처음으로 졌다.

선발은 3이닝도 못 이기고 개털리고

득점 기회는 번번히 무산되고

이정후는 생각보다 못했으며 (서건창은 잘했다)

박동원은 황목치승에게 털릴 때처럼 홈에서 존나 털렸다.

열심히 추격했지만 결국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기를 보는 동안 화가 나지는 않았다.

많은 키움팬들이 서로 설전을 벌였지만

나는 조금 다른 감정에 빠져 있었다.

야구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나 하는 감정이다.

2018년부터 나는 야구에 대한 재미를 상실했다.

어느 팀을 이겨도, 어느 팀에게 져도

두산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좆쥐의 머리 위에 밤처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끝내기로 이겨도

투수가 호투를 하며 이겨도

두산이라는 악몽 앞에서 나는 시원하게 웃을 수가 없었다.

야구를 보면서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시원하게 공을 던지는 윌슨을 보면서도

두산에게는 못 이기겠지...

김현수가 멋지게 안타를 쳐도

두산에게는 못 칠거면서 좆같은 간첩 새끼

기쁨보다 욕이 먼저 나왔다.

그나마 고우석이라는 존재가 조금 기대감을 가지게 해주었지만

모든 이들이 알듯이 박병호가 내 마지막 희망을 제거해주었다.

좆쥐 산소 호흡기 떼는 거로는 진짜 하늘이 내린 사람이야 병호는.

조영건이 존나게 팩질을 하고

박동원이 공을 줄줄 흘리고

그래도 나는 기분 좋게 야구를 즐겼다.

한 구 한 구를 재밌게 볼 수 있던 것은 3년만이었다.

마지막 마무리투수에게 백투백 홈런을 보는 것도 행복한 경험이었다.

좆쥐팬을 하면서 개같은 타자들 때문에

1점도 못내는 경기를 몇 시즌이나 수두룩하게본 나는

마지막까지 홈런치면서 따라붙으려고 달리는 키움의 타자들이 너무 좋았다.

잠실에서 채은성 오지환이 나올 때마다

제발 져도 좋으니까 홈런 하나는 쳐줘!

입장료가 개아깝잖아!라고 몇십번을 외쳤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부르짖음에 좆쥐가 응답한 것은 3번이 되지 않는다.

최형우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많은 키움팬들이 화를 냈다.

기록을 보니 최형우는 이른바 겆나쌩인 모양이다.

쥐도 존나 잘 패던 놈이라

큰 충격은 없었고 이번에도 화는 나지 않았다.

'7년을 기다린 유망주를 승부조작범+15억에 바꾼 이후에'

그 유망주가 거포가 되어 10년이 가깝게

팀을 중요한 순간마다 때리고 있는거에 비하면

최형우가 날라다니는건 그렇게 심장을 도려낼 정도로 아프지는 않다.

(내가 많은 키움팬들이 말하는 그 '페어볼'을 못 봐서 그런걸 수는 있다.)

마음 속의 분노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가족들도 너 드디어 야구 볼 때 조용하구나라면서

한마디 해준다.

오늘은 양현종이 선발이라는 모양이다.

유강남이 양현종은 존나 잘 팼다.

키움은 잘 팰려나 모르겠다.

그래도 확실한건 이기든 지든간에

3년만에 처음으로

내일 어떤 야구경기가 펼쳐질까

기대를 품고 잠들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