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장에 버려진 거북이 발견하고 불쌍해서 주워기른 적이 있엇다. 애가 지 몸보다 작은 이끼 꽉찬 깨진 수조안에 얼굴만 겨우 빼고 숨쉬고 있더라고.

어른 손바닥 두개 만해서 한 18cm로 엄청 컸엇다
밤새 고민하다가 집에 데려와서 이름도 지어주고
그때 난생 처음 거북이 기르는 거라 모르는 기 많았지.
넓은 리빙박스에 옮겨 자갈도 깔아주고 여과기도 달아주고 일광욕할 짱돌도 공원에서 찾아가가 넣어주소 나름 온갖정성다해 키웟엇음

그 거북이 크기로 봐선 엄청 오래 산 것 같앗는데 머리도 엄청 좋아서 사료주려고 부스럭 소리 내면 벌써 고개 쏙 내밀고 나 멀뚱멀뚱 바라보고 그랫엇다. 나중엔 등껍질 쓰다듬어줘도 도망안가고.완전 착햇음. 버려질 때 좀 굶어서 그런지 먹을 꺼에 집착 유난히 심했던 것 같다. 지식인에 검색해서 좋아하는 먹이 알아보고 황태포 사와서 간뺀다고 물에 담궈놧다가 주고 그러면 엄청 좋아했엇는데. 새우 말린것도 잘먹고. 걔 간식 주는 맛 뿌듯해서 맨날 챙겨주고. 그날 먹은 간식에 따라 색깔 냄새 바뀌는 똥 치워줄 땐 더러워도 기분 좋았음. 겨울에 추울까봐 온도조절기도 돈 모아서 산 다음 달아줬을 땐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근데 부모님이 어느날 갑자기 말없이 갖다버렸지. 나름 청소 열심히 한다고 3일에 한번씩 물갈아줫는데 수조가 굉장히 크니까 내가 청소할 때마다 난리 쳤었는데 그게 맘에 안드셧나봐.
커다란 바가지에 물 떠다나르는 게 힘드니까 바쁠 땐 솔직히 청소에 신경 못 쓸 때도 있었고. 그러는 거 보고 꼴갑이다 청승떤다 혀차시더니 결국 거북이랑 만난지 네 달 쯤 됐었나, 집에 돌아오니까 거북이가 없더라고.

엄마는 아는 사람 줫다고만 하고 내가 누구 줬냐고 캐물어도 더 말 안하던데. 그때 그렇게 걔 보낸 게 너무 미안하고 슬프다. 오죽하면 어제 꿈에 나왔음

지금은 내가 오롯이 책임질 수 있으니까 한 마리 사서 기르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데. 전 거북이 잘 살고 있으면 좋겟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