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시술은 괴사를 유도해 피부를 ‘갈아엎는’ 방식이다

TCA나 페놀 같은 화학적 박피 시술은 강한 산성 용액을 피부에 도포해 단백질을 응고시키고, 표피층과 진피 상부를 의도적으로 괴사시킨다. 이 괴사는 생리적인 세포 죽음이 아닌, 외부에서 가해지는 화학 자극에 의한 강제적인 세포 사멸이며, 결과적으로 피부는 죽은 세포층을 각질 형태로 탈락시킨 후 그 아래서 새로운 세포를 생성한다. 피부는 마치 낡은 장판을 들어내고 바닥부터 새로 시공하듯, 스스로의 하층부에서 새롭게 밀어올리는 재건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프락셀 시술은 미세한 상처를 유도해 피부가 스스로 재건하게 만든다

반면 프락셀, MTS, 레이저 박피 등은 물리적인 방식으로 피부에 미세한 상처를 낸다. 이 상처는 진피층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많고, 피부는 이 물리적 손상에 대해 염증 반응을 시작하며, 치유 → 증식 → 재구성의 단계를 거쳐 회복한다. 마치 찢어진 천을 꿰매듯, 피부는 손상된 부위 주변에서 콜라겐과 섬유아세포를 동원해 스스로의 구조를 복원한다. 이 과정은 조직의 생존 본능을 이용한 복구 시스템이다.

괴사와 상처는 시작도 다르고 회복의 성격도 다르다

박피는 피부를 ‘없애고,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리셋 방식이라면, 프락셀은 ‘깨진 것을 스스로 복구하게’ 만드는 자가 회복 방식이다. 박피가 아래에서부터 새로운 피부가 생성되는 하향→상향 재생 구조라면, 프락셀은 상처 주변 조직을 이용한 수평적 복구 구조다. 즉, 전면 철거 후 재건축이냐, 부분 보수 공사냐의 차이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두 방식은 병행보다 교차 설계가 바람직하다

이처럼 두 방식은 작용 기전과 회복 경로가 완전히 다르기에, 단순히 “피부를 좋아지게 한다”는 공통점만으로 동일 선상에 둘 수 없다. 괴사에 의한 박피는 적절한 회복 기간과 후처치가 없으면 조직 재건이 지연되며, 프락셀 계열은 잦은 자극과 반복 시 오히려 만성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둘을 병행할 것이 아니라, 시기와 회복 주기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교차 설계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접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