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줄 다 되어가는 아재이자 퐁퐁이임.

중학교때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 을 듣고 정말 가슴이 떨렸었던 기억이 듬. 꽤나 오랬동안 반복해서 들었었지.

어린 친구들은 모르겠지만 일본노래 표절시비 있는 지금 월간 윤종신 음악과는 좀 달라서 그때는 정말 애틋한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음색이었음.

생각해보면 지금 중딩과 그때 중딩은 같은듯 약간 다른거 같음. 그때 핸폰이 있냐 유투브가 있냐 뭐가 있냐,

주변 뭐 딱히 볼게 없으니 지금보다는 좀더 순수할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이 듬.

어쨋든 이노래는

사귀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울음을 삭이며 보내주는

그런 내용임. 혹시 모르는 어린 친구 있으면 들어보길 ( 남자가 추잡하게 징얼거리는 노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느니 판단은 알아서)

그 중에

'세상 그 누구 보다 난 널 알잖아 순결한 너의 비밀' 이라는 가사가 직설적이지 않고 세련되며 뜻도 전달되는 좋았던 부분이었음.

그런데 내가 살았었던 동네는 유흥가라 건전한 동네라고는 할수 없는데 (뭐 그당시는 다 못살았고 지금보다는 더 야만적인 시대라서)

옆집에 20대 초로 보이는 누나 A가 있었단 말이지.

얼굴은 기억 안나지만 그냥 누나니까 부끄럽게 인사도 못하고 지나쳤던 기억이 있다.

A가 언제부터 남친 B와 같이 다니더라. 아 그렇구나 싶었다.

그런데 얼마뒤 C 랑 다니더라고?

그래서 아 . 이게 바로 '너의 결혼식' 이구나. 싶어서 혼자 머리속으로 소설을 썻던 시절이었다.

B의 애절함. 부모님의 강요로 어쩔수 없는 슬픈 A의 선택, 승리한 C

뭐 이런식으로.

근데 얼마뒤에 A가 E랑 다니는거야. 약간 혼란이 왔지만 C가 E로 바뀌는것뿐 노래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었다.

그런데 계속 바뀌는 거야...F G H I ....

1년에 몇번이 바뀌는 건지 나중에는 그냥 그 머리속에서 쓰는 망상도 안하게 되더라.

뭔가 노래에서 내가 느꼇던 감정 이상의 이질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한 게 아닌가 싶다.

바뀔때마다 활짝 웃으며 같이 다니는 A의 모습이 분명히 행복하고 밝게 보이는데 노래와는 다른 그 이질감을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그게 그냥 그때의 내 감수성이 아니었나 싶음.

참고는 A는 그냥 직장인으로 추정, 아무리 유흥가라도 챙녀는 아니었음.

잡소리가 길었는데

이 노래는 상당히 히트를 했고 그 가사는 그 당시 남자들의 정서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노래라서 계속 부르며 가사를 곱씹게 하는 장점이 있었고

여자를 차지하지 못한 남자의 슬픔을 눈물로 강렬하게 호소하여 , 경쟁심을 유도하게 만들어 더더욱 나중에 차지한 사람이 승자라는 인식을 심었다.

작사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알수 없다. 찾을려면 찾겠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아.

나에게는 이 노래로 인해 최종적으로 여자와 결혼하는 사람이 승리자라는 인식이 어렸을때 부터 박혀버려서 결국은 퐁퐁이가 되었다.

그 이전에도 이런 식의 큰 그림을 그리는 노래나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솔직히 요즘 드라마나 노래는 못들어주겄던데

이런식으로 큰 그림을 그려서 남자들을 세뇌시켰던 문화요소는 뭐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