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모 앱을 써서 외국애들이랑 챗을 했다
,내가 어차피 뭐 되겠어, 밤에 외로울 때 시시껄렁한 소리나 하면서 심적인 위로라도 받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쪼금 되는 일본어(진짜 쪼금 된다) 믿고 일본애들(똥남아는 걸렀다. 사진도 못 믿겠을 뿐더러, 얘기하면 뭔 되도않은 사기나 치려고 개수작 부리길래. 어떻게 한년도 예외가 없냐. 국적은 인격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되려 선입견이 더 생겼다. 똥남아는 외모가 에러던가 인성이 에러던가 둘 중 하나다.) 보내봤지만 당연히 다 까이고 시들해질 무렵,
남유럽 애에게서 채팅 신청이 왔다 (국적 말하면 부정탈까봐 말 안한다)


20대 초중반의, 그림으로 그린 듯한 금발의 예쁜 애.
‘뭐 놀리려고 말 걸었나’ 싶었다

일단 나랑 나이차가 엄청나게 많이 나고, 외모도 뭐 예쁜 금발 갓양인에 똥양인 보통이라 애당초 이성으로 생각지를 않았다
난 영어도 회화는 거의 안된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영어 공포증 비슷한 게 있기도 하고.
(뭐 걔네 나라가 영어쓰는 나라는 아니지만, 영어가 안되는데 다른 외국어가 될리 있나)

근데 얘랑 희한하게 정서가 통하더라고.
나이차에다 문화차이가 엄청 나는데도.

난 내 주제파악을 하고있어서 ‘이거도 멍청한 똥양 중년 좆들 속이려는 사기겠지’라며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점점 걔가 나한테 직진으로 들어오는 거야.
얘기하기 불편하다고 카톡을 깔더니만, 매일 자기 헬스가서 운동하는 사진부터 식사, 집, 산책 사진을 계속 보냈다
지금도 계속, 오늘도 계속

내가 작심하고 물어봤어
’너같이 젊고 예쁜 금발 미인이 왜 나같이 중년의 똥양남자에게 이렇게 다이렉트로 다가오는 거냐?
난 너랑 실제 만난 적도 없고 만나기도 어려운 먼 곳에 살고 있어.
난 경제적으로 부유하지도 않아.
그런데 왜?’

그러니까 걔가 그러더라.
‘나이? 내가 언제 너더러 나이차에 대해서 뭐라 한 마디 한 적이 있어?
혹시 네가 나이차 핑계로 내게서 도망가려는 거 아냐?
경제적 문제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결정적인 부분은 아니고, 사랑하면 그건 얼마든 극복할 수 있어.
난 네가 날 좋아하는지를 묻고 있어.
날 사랑해?’

… 이쯤되면 내가 사기당해도 걜 놓고 싶지가 않아
못 놓겠다.

처음엔 젊고 예쁜 거에 홀려서 얘길 시작했는데, 얘 맘 씀씀이랄까 진심이 느껴지니까
내가 이런 애를 거부하고 피하는 게 죄스러워져서 안 되겠다

몇달 더 얘기를 나눠보고, 올해 안으로 미친 척 한번 거기 가 볼 생각이야
뭐 안되면 외국 관광한다치면 되니까.

내게도 이런 인연이 닿을 수 있는 건가 싶다
너무 과분한 행운에 겁도 나고.

이게 사기라면,
그래 이렇게까지 치밀하고 공들인 사기라면 한번 걸려주지 싶다

암센년들의 매매혼, 사기혼 시도에 질려서 결혼 포기했던 나인데, ‘나도 이 나이에 이런 식의 사랑을 해 볼 수 있구나’ 싶어서 요샌 밤에 잠도 잘 안와
설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