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오랑캐꽃ㅡ어원앱에서 작성

ㅇㅇ(210.106) 2024.04.24 20:59:33
조회 74 추천 0 댓글 0


교육





'오랑캐꽃'과 '앉은뱅이꽃' 이름에 얽힌 이야기

[김찬곤의 말과 풍경 28] 제비꽃 이야기1-조운과 이원수의 ‘제비꽃’ 시

김찬곤(childkls)

등록|2018.05.08 07:07수정|2018.05.08 09:27

 



▲ 노랑제비꽃해발 500미터 이상 높은 산에서 잘 자란다. 꽃뿔 길이는 1밀리미터쯤으로 제비꽃 속 가운데 가장 짧다. ⓒ 이새별


오랑캐꽃 이름의 내력
 
전라남도 영광 출신 시조 시인 조운(1900~?)이 있다. 그는 자유시로 등단한 뒤 시와 시조를 같이 쓰다가 시조에 둥지를 틀었다. 조운은 시조의 정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형식과 내용면에서 여러 실험을 했고, 거의 자유시에 가까운 시를 썼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그는 조선문학가동맹에 들어가 잠깐 활동했고, 1949년 식구들과 함께 북으로 넘어간 월북 작가이다.
조운이 쓴 시 가운데 '오랑캐꽃'이 있다. 시 전문을 아래에 옮겨 본다.

넌지시 알은 체하는
한 작은 꽃이 있다

길가 돌담불에
외로이 핀 오랑캐꽃

너 또한 나를 보기를
너 보듯 했더냐.

위 시에서 오랑캐꽃은 '제비꽃'을 말한다. 제비꽃은 꽃 모양이 하늘을 나는 제비를 닮아, 또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무렵(삼짇날)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이때는 춘궁기로 양식이 거의 바닥나는 시기다. 북쪽의 오랑캐 여진족도 만찬가지였다. 그들은 춘궁기가 되면 우리 땅에 쳐들어와 양식을 빼앗아 가고 논밭에 뿌릴 씨앗마저 강탈해 갔다. 제비꽃이 필 무렵이 되면 함경북도·량강도·자강도 사람들은 오랑캐가 쳐들어올지 몰라 하루하루를 걱정과 근심으로 살아야 했다. 그래서 그 이름이 '오랑캐꽃'이고, '시름꽃'이다.


▲ 유목 민족의 개체변발(왼쪽)과 이용악 시집 《오랑캐꽃》 표지(오른쪽)개체변발(開剃?髮 열개·머리깎을체·땋을변·터럭발)은 말 그대로 뒤통수 부분만 남겨 그 머리를 세 갈래로 땋는 것을 말한다. 말을 탈 때 머리가 걸리적거리지 않게 한 것이다. 이용악의 시집 《오랑캐꽃》은 1947년 아문각에서 나왔다. 책 말미에 〈‘오랑캐꽃’을 내놓으며〉 발문이 있고, 시 29편이 실려 있다. ⓒ 김찬곤


함경북도 경성 출신 이용악의 시 '오랑캐꽃'(1939)에 이런 구절이 있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시 '오랑캐꽃'은 1947년 그가 세 번째로 낸 시집 책 제목이기도 하다. 위 구절에서 '머리태'는 '머리채'의 북한말이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털'을 뜻한다. 이것을 변발(辮髮 땋을변·터럭발)이라 하는데, 그 모양이 제비꽃 꽃뿔(꽃받침이나 꽃부리 일부가 길고 가늘게 뒤쪽으로 뻗어난 돌출부) 또는 꿀주머니 모양과 닮아 '오랑캐꽃'이라 했다는 것이다.


▲ 고려 불화 속 선재동자의 변발일본 조라쿠지(長樂寺)에 있는 〈수월관음도〉 속 선재동자다. 정수리 부분 머리를 땋아 비단 띠로 묶었다. 고려 〈수월관음도〉의 선재동자는 이렇게 거의 다 변발을 했다. ⓒ 김찬곤


한 뼘도 되지 않아 '앉은뱅이꽃'

제비꽃은 다 자라도 어른 손으로 한 뼘도 되지 않아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제비꽃이 한창 꽃을 피워도 마음 써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제비꽃은 땅바닥에 딱 달라붙어 봄이 왔다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저 멀리 남쪽 바다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꽃이 고개를 빳빳이 들지 못하고 수줍게 머리를 수그리고 있다. 조운의 시 '오랑캐꽃' 초장의 "넌지시 알은 체하는" 구절은 바로 이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더구나 이 앉은뱅이꽃은 돌담불에 외로이 홀로 피어 있다. 나는 너를 보고 쓸쓸함을 느꼈는데, 너 또한 나를 보고 외로움을 느꼈겠구나, 하는 시다.

이원수의 시 '앉은뱅이꽃'

시 제목을 아주 '앉은뱅이꽃'이라 하여 쓴 시도 있다. 경남 마산의 이원수(1911∼1981)가 쓴 시다. 이원수는 1939년 12월, 봄을 기다리면서도, 봄이 되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 동무 순이'를 노래한다.

나물 캐러 들에 나온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땁니다.

앉은뱅이꽃,
마른 잔디 속에 앉은뱅이꽃
벌써 무슨 봄이라고
꽃이 피었나.

봄 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제비꽃 앉은뱅이꽃은 보통 음력 삼짇날(삼월 초사흗날)쯤에 꽃을 피운다. 그런데 2017년에 윤달이 끼어 올해는 20일 가량 날짜가 뒤로 뒤쳐졌다. 그래서 양력으로 5월 8일쯤에는 활짝 핀 제비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양지 바른 곳을 잘 살펴보면 제비꽃이 간간히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제비꽃제비꽃의 원래 이름은 ‘오랑캐꽃’이었으나 해방 뒤 한국식물분류학회에서 예쁜 꽃 이름에 ‘오랑캐꽃’은 안 어울린다면서 논의가 몇 차례 있었고, 그렇게 하여 오랑캐꽃에서 제비꽃으로 바뀌었다. ⓒ 이새별


위 시에서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딴다. 나물은 보통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캔다. 그런데 이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마른 풀 사이에서 제비꽃을 볼 수 있다. 내 동무 순이는 봄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아마 부잣집 식모로 가거나 도시로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다. 아니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갈 것이다.

일제강점기 부산·여수와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관부·관여연락선이 있었다. 부산·여수항에서는 수많은 조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떠났다. 마산항에서도 일본으로 가는 기선이 있었다. 중국 상해와 청도에서 출발한 기선이 인천, 마산, 부산을 거쳐 일본으로 갔다. 내 동무 순이는 봄이 오면 정든 고향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 시에서 앉은뱅이꽃은 봄과 제비를 맞이하는 '기다림'의 꽃이라기보다는 '이별'의 꽃이 되어 있다. 백창우는 이 시에 곡을 붙였는데, 참으로 구슬프게 잘 지었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 이원수의 시 〈앉은뱅이꽃〉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동요· ⓒ 백창우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광주드림에도 보냅니다. 제비꽃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이새별 블로그’에 한번 들러 보세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5188513 변소하고 시댁은 멀면 멀수록 좋다. [7] ♥♥(220.122) 12:43 39 1
5188512 ★ 경축 : 국결로 출산률 첫반등 ↑ 한녀 무쓸모 입증 ㅇㅇ(124.51) 12:43 16 1
5188511 여성징병제 여론조사 결과.jpg 주갤러(58.78) 12:42 34 1
5188510 이짤 커뮤여론주작범죄단톡방 주동자 94년생한녀 엄ㅅㅇ 보는거같음 ㅇㅇ(118.235) 12:41 17 1
5188509 어린이날 기념 게임으로 알아보는 00년대 반일 주갤러(61.108) 12:40 18 2
5188508 175.210아 손난로 정체아나? [10] ㅇㅇ(39.7) 12:40 35 1
5188507 노괴들은 착각하는게 하나있음. [1] 주갤러(211.223) 12:39 21 3
5188506 2030의 70%가 세금 더 내는거 찬성하는거 아님? ㅇㅇ(223.38) 12:39 14 0
5188505 동남아 유대인(동인도회사) 식민지를 일제가 점령하고 [4] ㅇㅇ(185.54) 12:39 14 0
5188504 이짤 커뮤여론주작범죄단톡방 주동자 94년생한녀 엄ㅅㅇ 보는거같음 ㅇㅇ(118.235) 12:38 10 1
5188503 진정한 남성성은 페미를 인정하는 거다 [1] ㅇㅇ(118.235) 12:38 24 0
5188501 페미니스트 논리왕.logic king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6 37 1
5188500 한녀 더이상 안삽니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6 21 1
5188499 한국과 일본은 친해질 수가 없음 ㅇㅇ(175.210) 12:35 26 2
5188497 니들도 하이소 태국남자 만나라 Waru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4 14 0
5188496 자녀 키울때 해야 할것들 차콜그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4 14 0
5188495 한국남자들 어설프게 꾸미는거 왤케 좆같지 [5] ㅇㅇ(125.130) 12:34 62 2
5188494 베트남 시장통 두유파는 처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3 20 2
5188493 175.210 애미년 응우옌한테 임신당함 [1] 손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2 24 1
5188492 한일은 진짜 친하게 지내야댐 [1] ㅇㅇ(118.235) 12:32 21 1
5188491 한녀가 극도로 꺼리는 베트남 여고생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2 30 4
5188490 손난로야 ㅇㅇ(175.210) 12:31 17 0
5188489 지원금 수천만원 준대도 탈성매매하기 싫다고 시위하는데 [1] ㅇㅇ(1.231) 12:30 27 1
5188488 친유대를 기반으로 중국 러시아와도 크게 척지지않는 외교가 기본이다 ㅇㅇ(118.235) 12:30 8 0
5188487 이름이 응우옌이면 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30 15 1
5188486 손난로 이새끼 ㅇㅇ(175.210) 12:29 13 0
5188485 친유대는 동남아 경제권 통제하려하진않음 ㅇㅇ(118.235) 12:29 9 0
5188484 주식 계속하면 대머리 된다. 전태산(116.127) 12:28 20 0
5188483 친유대 경제권의 글로벌 비중이 얼마될꺼 같애? [2] ㅇㅇ(185.54) 12:28 13 0
5188482 175.210 지금 애미년 따먹으러 출동ㅋㅋㅋ 손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8 17 1
5188481 노괴들아 2027년까지 버티라고 ㅋㅋㅋ ㅇㅇ(118.235) 12:27 36 1
5188480 모든 남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이민에 족쇄를 채워야 한다 [2] ㅇㅇ(223.38) 12:26 30 3
5188479 그래도 전쟁나면 다들 알아서 소집에 응해주실 거죠? [3] 국방부(125.130) 12:26 37 1
5188478 낙태 일선에서 일하는 의사랑 기싸움하는 한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35 4
5188477 175.210 애미년은 다리벌리는 걸레년 [1] 손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5 40 2
5188476 한국은 균형외교안하면 좆되는데 뭔 반미고 반일이고 반중이여 ㅇㅇ(118.235) 12:25 12 0
5188475 아줌마들아 예전처럼 갓양남한테 시집좀 가다오 [2] ㅇㅇ(118.235) 12:24 29 4
5188474 121.172 비응신늙은년아 왜 거짓말 치고 다니냐 ㅇㅇ(39.7) 12:24 16 2
5188473 ★ 경축 : 국결로 출산률 첫반등 ↑ 한녀 무쓸모 입증 ㅇㅇ(124.51) 12:24 16 0
5188472 언니 혼자왔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4 12 0
5188471 세금 폭탄 맞을 2세를 생각하면 국결이 답이지 ㅇㅇ(124.51) 12:24 15 1
5188470 탈유대/탈미/탈일ㅡ> 연금문제,경제문제 대 해결됨 ㅇㅇ(185.54) 12:24 11 0
5188469 이짤 커뮤여론주작범죄단톡방 주동자 94년생한녀 엄ㅅㅇ 보는거같음 ㅇㅇ(118.235) 12:23 12 0
5188468 ㅇㄴㅇ 즐기는 아는 동생도 결혼은 순결한애랑 [3] 주갤러(106.101) 12:23 37 2
5188467 175.210 애미년 형이 존나 때림 손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23 14 1
5188466 ㅋㅋㅋ 아니 한남존나싫어하는데 [1] ㅇㅇ(118.235) 12:23 39 6
5188465 저번주 대학병원 검진왔는데 히잡쓴여자 왜이리 많이보이냐 [1] ㅇㅇ(118.235) 12:23 15 0
5188464 [팩트] 양남도 한녀를 동남아 아래로 생각함 ㅇㅇ(124.51) 12:23 12 0
5188463 [베트남론] 국민연금 고갈 시점 연금특위 '비공개' 검토 ㅇㅇ(121.126) 12:22 11 0
5188462 내가 대통령되면 할 일 4가지 [1] 주갤러(194.114) 12:22 19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