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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재밌는거 찾음 ㅋㅋ

TSLA(218.233) 2021.12.30 21:38:18
조회 132 추천 3 댓글 1

바쁘면 밑줄 친 거라도 보고가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모리오카 마사히로


1.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의 탄생 ‘초식계 남자’(초식남)1)라는 용어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신문・텔레비전 ・잡지・인터넷 등에서 널리 사용될 정도로 유행어가 되어, 점차 일상 회화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유행어가 되면서 본래 이 용어에 담겨 있던 뜻은 점 차 확대되어 갔고, 사람들은 거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2009년 12월에는 ‘신조어・유행어 대상’2) 톱10 중의 하나로 ‘초식남’이 선정되었 다. 2010년이 되자 이 용어는 사실상 보통명사가 되어 2011년 현재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용어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유행어의 생명은 짧기 때문에 조만간 폐기되어 버릴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 용어의 등장으로 젊은 남 자를 보는 사람들의 눈이 크게 변한 것만은 사실이어서, 일본 남성사에서 신기원 을 이루는 획기적 사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가 유행어가 된 것은 그 용어에 대응되는 ‘남성’들이 현실 속의 일본사회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전부터 여성화해서 1)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초식남’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지만, 본고의 원문에서는 일본에서 서로 다른 기원과 의미를 가진 ‘초식남자’와 ‘초식계 남자’라는 두 용어가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초식남자’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초 식남’으로 번역하기로 했으며, 따라서 모든 ‘초식남’의 일본어 원문은 ‘초식남자’라고 보면 된다. ‘초식계 남자’는 학술용 어임을 고려하여 원문대로 사용하였다. 2) ‘신조어·유행어대상’은 1984년부터 매년 12월 1일, 한 해 동안 생겨난 ‘용어’ 중에서 사회를 재치 있게 반영하여 화제가 된 신조어·유행어를 선정, 그 용어에 관련된 인물이나 단체를 표창하는 상이다. 『현대용어 기초지식』(現代用語の基礎 知識, 自由国民社) 독자 앙케이트에 의해 후보를 추천받아 선정위원회가 톱10과 대상을 선정한다. 일본비평 5호 160 특별기고 남성다움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젊은 남성들이 증가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징 후는 20세기 말경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물들이고 패션반지를 끼며 귀걸이를 하 는 세련된 남성들이 등장한 무렵부터 볼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오사카부립(大阪府 立)대학으로 막 부임했었는데, 강당 단상에서 신입생들을 봤을 때 남학생이든 여 학생이든 대부분이 갈색머리인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잘 살펴보면 귀걸 이를 하고 있는 남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정도는 애교에 속 할 정도다. 요즘 캠퍼스에는 머리를 금색으로 물들이고 긴 치마를 입고 등교하 는 남학생이 있다. 언젠가 수업이 끝난 후 질문하던 남학생 중 한 명은 찰랑거리 는 검은 앞머리를 여고생처럼 빨간 헤어핀으로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와 같이 마 치 여성처럼 패션에 민감하고 근육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으며 어딘가 폭력성이 적어 보이는 타입의 젊은 남성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21세기의 사람들은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민감하게 감지해 낸 만화 작품으로 간노 아야(菅野文) 의 『오토멘』(乙男)이 있다. 이 만화는 외견상으로는 운동에 만능이고 남자답지만 내면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소녀적 감성을 지닌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으 로, 2006년부터 잡지(『별책 꽃과 꿈』別冊 花とゆめ3))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오토멘’ 은 소녀라는 뜻의 일본어 ‘오토메’(乙女)와 남자라는 뜻의 영어 ‘멘’(men)의 합성 어다. 남성에게 나타난 젠더의 동요를 테마로 한 이 만화는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같은 2006년에 ‘초식남’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작가 후 카사와 마키(深澤真紀)는 『U35남자마케팅도감』(U35男子マーケティング図鑑) 4) 이라는 웹매거진에 「초식남」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후카사와는 그 에 세이에서 “연애나 섹스에 전혀 ‘인연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적극적’이지 않은, ‘육’ 욕에 담담한 ‘초식남’”이 젊은 세대 가운데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 3) 백천사(白泉社)에서 발행되는 순정만화 월간지. 1977년 창간. 연애나 미스터리를 테마로 한 작품이 많으며, 각 작품의 연재 간격이 다르기 때문에 매호에 모든 작품이 게재되는 것은 아니다. 4) ‘35세 미만’(Under 35)의 남성을 ‘U35남자’라고 이름 붙인 후, 그 생태나 행동원칙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인터넷 칼럼이다. 처음 연재가 시작된 2006년 시점에서는 1970년 이후 출생 남자로 규정했으며, 이 시리즈는 『닛케이 비지니스』(日経ビ ジネス)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161 면 그들은 설령 밤에 젊은 여성과 같은 방에 묵는다고 해도, 특별히 아무것도 하 지 않고 그저 함께 섞여 잠만 자고 돌아온다고 한다. 나이가 많은 세대로서는 이 런 남성들의 존재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남자라면 찬스가 있을 때 당연히 여 자를 덮칠 것이라는 어른들의 ‘상식’에서 생각하면, 완전히 남성의 카테고리에 들 어갈 수 없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후카사와는 또 “‘초식남’은 제법 인 기가 있기 때문에, 연애 경험도 섹스 경험도 갖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나 섹스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초식계 남자의 특징이라는 것이 다. 이 점에 관해서는 다음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어쨌든 ‘초식남’이라는 용어의 탄생은 2006년의 일이었다. ‘초식’이라는 것은 ‘초식동물’로부터 생긴 말로 육식 동물처럼 (여성을) 덮치는 일이 없는, 여성에게 안전한 남성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후카사와가 제창했던 ‘초식남’이라는 신조어는 최소한 2006년 시점 에서는 전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용어에 대한 사회적 반향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초식남이 일약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은 2008년의 일이었다. 그해 여성지 『논노』(non-no) 5월호가 「만남의 ‘4월 혁명’에서 승리하라! 남자의 ‘초식 화’로 인기 기준이 변했다!」(出会い‘4月革命’に勝利せよ! 男子の‘草食化’でモテ 基準が変わった!)라는 제목의 특집을 마련했다. 이 유명 잡지의 특집으로 ‘초식 남’이라는 용어는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의 초식남・초식계 남자에 관해 연구하려는 사람이라면 우선 이 잡지의 특집을 자세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 후의 초식계 남자에 관한 언설의 기본형 대부분이 여기에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특집이 등장하기까지 일본 여성지 연애 특집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하면 남자로부터 ‘사랑받는 여자’가 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사랑받는 여자 가 되기 위해서는 남심을 자극하도록 귀여운 옷이나 섹시한 옷을 입고 애교도 잘 떨고 남성의 보호감정에 어필함으로써, 자신이 노린 남자가 자신을 ‘습격’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교해 왔다. 그러한 작전이 통용되기 위한 전 제로서 ‘남자는 틈만 있으면 여자를 덮치려 노리고 있다’는 관념이 있었지만, 지 일본비평 5호 162 특별기고 금은 그 전제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이 특집의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는 여자가 틈을 보이면 남자는 자동적으로 여자에게 다가왔지만, 젊은 남성의 초 식화가 시작되어 연애나 섹스에 적극적이지 않게 된 탓에, 여자가 아무리 틈을 보 여도 남자가 전혀 다가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초식화한 젊은 남성을 사로잡기 위 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해 여성 독자에게 제언한 것이 바로 그 특집이었 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초식남과의 연애의 장점과 단점에 관해 다 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장점으로서는 ①초식남은 섹스의 우선순위가 낮기 때 문에 여성의 몸을 목적으로 해서 장난치는 일은 없다, ②여성에게 함께 있기 편안 함이나 즐거움 등의 인간성을 찾는다, ③연애에서 안정된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 등이 있다. 단점으로는 ①연애 관계의 진전이 늦다, ②상대 여성을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을 알기 어렵다, ③드라마틱한 연애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들 ‘초식남’은 이제까지 여성지가 당연하게 상 정해 왔던 연애나 섹스에 적극적인 남성상(나중에 이것은 육식계 남자로 불리게 된 다)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에 덧붙여서 이 특집에서는 초식남과 사귀기 위한 3개조라는 것을 제창했 다. 그 3개조라는 것은 ①초식남에게는 남자로서의 능동성이 없기 때문에 여성 쪽에서 연애를 리드하지 않으면 안 된다, ②과도한 밀고 당기기나 연애 테크닉은 금물, 그 대신에 알기 쉬운 호의를 표현할 것, ③초식남은 내면이 충실한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에 여성은 자신의 인간성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의 내용을 다시 살펴보면 이 특집의 분석은 아주 날카로웠던 것 같 다. 뒤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그보다 늦게 젊은 초식계 남자에 대 한 인터뷰 조사를 해서 책을 내게 되는데, 그때에 그들이 주장한 내용과 특집의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잡지의 특집에는 초식남의 제창자였던 후카사와도 간여했다. 아마 후카사와와 여성 스태프들이 활발하게 토론하면서 자신들의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초식남의 생태를 분석해서, 그들의 모습을 구체 적으로 그려냈을 것이다. 초식남이 유행어가 되고 난 후 나도 수많은 여성지로부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163 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또 실제로 지면 제작에 협력하기도 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여성지의 여성 편집자와 여성 작가, 정보 제공자가 잡담을 섞어 가며 기사 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때의 경험으로부터, 당시 30대였던 여성 잡지 제작자들의 일상 감각이나 경험담에 기초해서 앞의 특집이 나온 것은 아닐까 추측한다. 대형 언론사가 초식남에 관해 보도를 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몇 개의 여성지・패션지가 이 용어를 크게 다루기도 했다. 2008년 겨울까지는 초식 남이라는 이미지의 원형이 주로 여성지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져 갔던 것으로 보면 좋을 듯하다


2.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과 그후 동시에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의 유행은 여기에 또 하나의 물줄기가 합류함으로 써 시작된다. 그 물줄기라 함은 2008년 7월에 간행된 나의 책 『초식계 남자의 연 애학』5)을 말한다. 이것은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타이틀로 사용한 책 으로, 간행 후 『요미우리(読売)신문』 독서란에서 다뤄진 것을 계기로 잡지나 텔레 비전에서도 종종 소개되었다.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에서 ‘초식계 남자’라는 용 어가 제창되었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후카사와나 『논노』에서 제창한 초식남이라는 개념을 받아서 이 책을 썼던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연애 늦깎이로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젊은 남성들이 연애를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이미 2007년 에 집필한 것이었다. 그런데 2008년 4월경 책의 제목을 결정하려 할 때, 담당 편 집자가 『논노』의 특집을 참고로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를 제안해 왔다. 당시까지 만 해도 나는 아직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를 알지 못했다. 당시 담당 편집자는 잡 지의 특집에서 사용되던 ‘초식남’이 아니라 ‘계’를 추가한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 를 사용했다. 그 시점에서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또 후카 사와는 그후 일관해서 ‘초식남’을 쓰고, 나는 ‘초식계 남자’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담 5) 森岡正博, 『草食系男子の恋愛学』, 東京: メディアファクトリー, 2008. 일본비평 5호 164 특별기고 당 편집자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책의 타이틀이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책의 ‘후기’에서 ‘초식계 남자’를 내 나름대로 설명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초식계 남자’라는 타이틀이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 가 나오는 것은 ‘후기’의 단 한 번뿐이다. 본문 중에서는 연애로 고민하는 ‘부드러 운 남성들’이라는 표현만을 쓰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초식계 남자라는 것은 겉모 습이나 패션의 문제가 아니라 내면의 문제였다


그리고 담당 편집자의 아이디어를 따라 젊은 인기 만화가인 아사노 이니오 (浅野いにお) 씨에게 책 표지 그림을 부탁하게 되었다. 그가 그려 준 표지에는 검 은테 안경을 쓰고 가로줄무늬 셔츠를 입은, 어딘지 수줍어하는 듯한 마른 체형의 남자가 힘없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 일러스트가 이후 초식계 남자의 이미지를 크 게 결정하게 되었다. 잡지나 텔레비전에서 초식계 남자의 이미지가 등장할 때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은 아주 마른 체형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가로줄 무늬 셔츠를 입고 있다. 솔직히 이 일러스트 속의 남자는 결코 세련된 것 같지 않 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초식계 남자란 이런 외모를 한 남자’라는 인상을 주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이 책의 내용을 다소 잘못 이해해서 만든 이미지였다. 왜냐 하면 나는 이 책에서 마음이 부드러운 젊은 연애 늦깎이 남성들을 향해, 연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니라 부드러운 마음을 바탕으로 한 관계성 만들기라 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들은 남성 미디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여성 과 연애하려면 ‘남자다운 마초’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 지만 이는 그야말로 오해이며 ‘남자다운 마초’가 아니어도 여성과 연애할 수 있 고, 오히려 마초적인 자세를 버리고 섬세하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편을 좋아 하는 여성도 많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었다


그처럼 ‘남자다움’의 속박에서 벗어나서 연애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을 집필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초식계’란 여성과 좋은 관 계를 만들어 가려는 마음 자세를 말하는 것이지, 결코 여성스럽고 세련된 외모를 가진 남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당시 내가 상정했던 독자는 연애 늦깎이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165 인 젊은 남성이자 마음이 부드럽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접근하지 못하 는 남성이었다. 이 점에 있어서 내가 품고 있던 ‘초식계 남자’의 이미지는 후카사 와가 품고 있던 이미지와 정반대였다고 할 수 있다. 후카사와는 제법 인기 있고 연애 경험도 있는 남성을 그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식계 남자’와 ‘초식남’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이들 용어는 정반대의 뜻과 내 용을 내포하고 있었던 셈이다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쳐서는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가 매스미디어에서 빈번하게 다뤄지면서 용어의 의미도 확장되어 갔다. 후카사와나 나는 섹스나 연 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젊은 남자라는 의미를 담아 사용하고 있었지만, 우선 그것 이 젊은 남성의 외모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통용되게 되었다. 마른 체형에 안경을 쓰며, 여성스러운 취향의 멋을 부리는 젊은 남성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갔던 것이 다. 예를 들면 앞부분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마치 젊은 여성처럼 용모에 신 경을 쓰고, 멋을 부리는 데 시간을 쓰고, 여성들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용품(반지, 귀걸이, 머리 염색, 머리끈, 화장용 기름종이 등)을 사용하는 남성이라는 것 등이다. 심지어 ‘남자 축에도 못 끼는 연약한 남자’라는 멸시의 의미도 담기게 되었다. 텔 레비전에서 나이 많은 남성들이 최근의 젊은 남성들은 초식화되어서 무슨 일에 대해서든 적극성이 없어졌다, 이래서는 일본경제의 장래가 걱정이라는 식의 코 멘트를 하게 된 것이다. 여성 탤런트나 일반 여성이 등장해서 초식계 남자를 야유 하는 내용의 미니 드라마 같은 것이 방영되거나, 여성이 ‘역시 남성은 적극적이지 않으면 매력이 없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전파를 타기도 했다. 미디어에서는 초식계 남자를 이성으로서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관해 의견이 분분했다. 여성지 기사에는 초식계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호의적인 의견과 부정 적인 의견이 함께 게재되었다. 내 책을 읽은 여성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의외라고 할 정도로 초식계 남자에 대해 호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만나자마자 바 로 육체를 요구해 오는 남성은 싫다, 고집 센 남성은 무섭다, 연애는 천천히 진행 되는 편이 좋다, 가정폭력은 안 할 거 같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이처럼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의 의미가 점점 확대되면서 혼란스러워지는  

  

<표 1>

 초식계 남자의 특징 마음이 부드럽다.]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거나, 상처받은 생명을 지켜 주고 싶다고 생각 한다. 항상 대화를 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인간관계를 만들어 가 고자 한다. 


남자다움에 얽매여 있지 않다.] 싸움을 잘한다거나, 든든한 의지가 된다거나, 여성을 거침없이 이끄는 등 의 남자다움을 그다지 갖고 있지 않다. 


연애에 조급하지 않다.] 여자들과의 좋은 관계를 성적 욕망으로 망가뜨리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연애를 진전시키려 한다. 


대등한 여성관] 여성을 여자로 보기 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처를 주고받기 싫어한다.] 연애에서 자기가 상처를 받거나 자신의 행위로 여성이 상처받는 것을 좋 아하지 않는다. 자신이나 상대가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연애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것을 보다가, 2009년에 나는 『최후의 사랑은 초식계 남자가 가져 온다』6)라는 책 에서 ‘초식계 남자’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나는 ‘초식계 남자’가 남성의 외모를 가 리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 고 “초식계 남자란 마음이 부드럽고 남자다움에 얽매이지 않으며 연애에 조급하 지도 않고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7)라고 정의 내렸다. 따라서 외견 이 탄탄하고 듬직한 근육질의 남성이라 해도, 이와 같은 내면성을 갖고 있다면 그 는 초식계 남자인 셈이다. 아무리 마른 체형에 여성스럽게 멋을 냈다고 해도 이와 같은 내면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는 초식계 남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남성을 ‘초식계’나 ‘육식계’라는 둘로 명쾌하게 나눌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면 연애에 대해서 ‘늦깎이’인가, ‘연애 경험’이 풍부한가라는 시 점도 중요하다. 또 내면 깊은 곳이 초식계인가 아니면 바깥으로 드러난 행동 패턴 이 초식계인가라는 점도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각의 경 우의 수를 종합해서 여덟 가지로 분류, 각 남성의 연애 방식의 특징과 여성이 이


<표 2> 초식계 남자와 육식계 남자의 연애 특징


1 늦깎이 초식계 남자/ 여성에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를 모른다./ 우선 여자 ‘친구’로서 친해진다. 여 성이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려 주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한다


2 경험이 풍부한 초식계 남자/ 위로를 주는 타입으로 여성과의 관 계에는 익숙하다. 여성에게 과도한 기대를 품지 않는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연애를 만들 어 간다. 차분하게 기다릴 것. 테크 닉은 통하지 않는다.


3 늦깎이 육식계 남자/ 경험이 적어서 밀어붙이는 것밖에 모른다. 자신의 욕망대로 이루지 못 하고, 혼자 괴로워한다./ 수동적인 채로 남성을 유도한다. 여 성을 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에, 신사적이고 스마트한 태도를 취하 도록 이야기해 준다.


4 경험이 풍부한 육식계 남자/ 여성의 기분을 탐색하면서 시험 삼 아 유혹해 본다. 실패하면 바로 또 다른 여성을 공략한다./ 일부러 틈을 보이고 사인을 보내면, 남성 쪽에서 공략해 온다. 결혼 후 에도 바람이나 유흥업소 출입 등은 각오할 것


5 늦깎이의 내적 초식계・ 외적 육식계 남자/ 남자다우려 노력하는 초식계 남자. 아직 경험 부족./ 여성이 뭘 바라는지를 분명하게 전 한다. 어떤 의미에서 키우는 보람이 있는 남성.


6 경험이 풍부한 내적 초 식계・외적 육식계 남자/ 마음은 섬세한 초식계인데, 여성을 적극적으로 리드해서 즐겁게 할 수 있다. 파트너로서 오래간다./ 내면적 매력을 닦아서 그들로부터 존경받고 위안을 줄 수 있는 파트너 가 되려고 노력한다.


7 늦깎이의 내적 육식계・ 외적 초식계 남자/ 육식계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초식 계의 가면을 쓰고 있다. 둘만이 되 면 갑자기 여성을 덮치려 들 수도 있다./ 귀여운 체를 한다. 의외의 야수성 이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바람을 피 우지 못하게 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가정폭력에 신경 쓸 것.


8 경험이 풍부한 내적 육 식계・외적 초식계 남자/ 마음으로는 야수성을 갖고 있지만 여성에게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부 드럽게 대할 수 있다. 여러 여성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독점하는 것은 불가능. 드라마처럼 정열적인 연애의 주인공으로 살 수 밖에 없다. 


들 남성에게 접근할 때의 방법을 일람표로 만들면 <표 2>와 같이 된다8) 


물론 젊은 남성들을 이 여덟 가지로 분류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은 알지만, 단지 초식계인가 육식계인가라는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유용한 구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실제로 초식계 젊은 남성 4명과의 장시간 인터뷰를 통해서, 그들이 어 떤 것을 생각하는지를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몇 가지 특징을 소개하자면, 우선 그들은 연애에서 여성의 외모에 그다지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귀여운 여성이나 미인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보통의 남성과 같지만, 그것이 연애 감정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타가 되지는 않는다고 확실하게 자각하고 있었 다. 이 점은 인터뷰한 4명 모두에게 해당된다. 또 ‘여성스러운’ 멋을 부리는 여성 은 대하기 어려워했다. 그 이유로서 여성성을 과도하게 연출하고 있는 여성과 사 귀면, 자기에게도 그에 대응하는 남성스러움이 요구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 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또 좋아하는 여성과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 굳이 섹스까지 하는 관계가 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으로 부터 노골적으로 유혹을 받으면 ‘무섭다’고 느낀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혹’에 대 해서 그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여성이 갑자기 몸을 만진다거나 만져달라고 요구 해 오면 마음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왜 유혹받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만일 여성 쪽에서 유혹한다면, 우선 남성에게 호의 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로 정확히 표현한 후 서서히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을 늘려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들은 일단 마음부터 친해지고 싶어한다. 육체적 접촉은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한 후에 자연스러운 형태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남성문화에서는 여성이 다소 저항해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남자 다운 방식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처음에는 여성이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괜히 형 식적으로 그럴 뿐 결국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식계 남자는 이러한 ‘남 자다움’을 민감하게 거부한다.


또 그들 중에는 연애 늦깎이로 여성과의 교제 경험이 적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 반대로 여성과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었다. 연애 경험이 풍부한 초식계 남 자는 이미 여성에 대한 환상이 깨져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꼭 연애를 해야만 한 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을 강하게 희망하는 초식계 남자도 있지 만 결혼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는 초식남도 있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초식계 남자 에도 다양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식계 남자라고 불리는 젊은 남성이 실재하는 것은 증명되었지만, 실제로 일본의 젊은 남성 가운데 어느 정도 비율이 초식계 남자일까. 이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실증적 조사가 행해진 적은 없다. 웹이나 잡지에서 간단한 앙케이트 조사가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169 몇 번 이루어졌지만,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결과에 신뢰성이 있 다고 할 수 없다. 본래 ‘초식계 남자’란 무엇인가에 관해 사회적으로 합의가 존재 하지 않는 시점에서, ‘당신은 초식계 남자입니까’와 같은 앙케이트를 했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가장 흥미로운 것으로 M1F1 총연(M1F1総研)이 2009년 2월 수도권 20~34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한 인터넷 조사를 들 수 있다(Topic Vol.19, March 2009). 우선 20~34세 남성들 중 60.5%가 자신을 초식계 남자라고 대답했다. 방금 지적했던 것처럼 초식계 남 자의 의미가 아직 고정되지 않은 시기의 대답이기 때문에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62.8%가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답했고, 46.7%가 ‘이성과 가 까워지기 위해 많은 돈을 쓰는 것은 어리석다’라고 대답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즉 이미 젊은 남성의 반수 이상이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으며, 절반에 다소 못 미 치는 수가 연애에 돈을 쓰는 것을 어리석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애나 섹스에 적 극적이지 않은 젊은 남성이 많아지고 있다는 후카사와의 견해는 이에 의해 어느 정도는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는 어떨까. 초식계 남자라는 개념이 일본에서 등장한 직후이기 때문에 일본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초식계 남자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가에 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초식계 남자에 관해 세계의 매스미디어가 흥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지적해 두고 싶다. 우선 중국의 『신화통신』은 일찍이 2008년 12월 1일의 웹사이트에서 일본의 초식계 남자에 관해 보도했다. 그 기사 에는 마른 몸매에 검은 테 안경을 쓴 패셔너블한 젊은 남성이 야채와 빵을 먹고 있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게재되어 있다. 미국 CNN은 2009년 6월 8일 ‘섹스나 돈 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일본 초식계 남자’라는 기사를 전송, 텔레비전 뉴 스로도 방송했다. CNN의 웹사이트에는 유니섹스 분위기의 젊은 남성이 거울을 보면서 립글로스를 바르고 있는 사진이 게재되었다. 그 외에 프랑스나 스페인 신 문에서도 보도되었다. 웹사이트에서 ‘herbivore men’(초식남)라는 단어를 검색 하면 대량의 사이트가 검색된다. 내가 쓴 『초식계 남자의 연애학』은 2010년 대만 에서 간행되었고 현재 중국 본토에서도 간행을 준비 중이다. 만일 앞으로 초식계




남자라는 개념이 국제적으로 퍼져 간다면 그 현상에 관해 국제적인 비교도 가능 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초식계 남자의 숫자는 정말 늘어 가고 있는 것일까. 그에 관해서도 실증적 데이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초식계 남자라는 개념이 등장 한 것이 2006년이라서 그 이전의 데이터를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초 식계 남자를 ‘흉포성을 상실한 남자’라는 식으로 해석한다면, 아주 흥미로운 데 이터가 있다. 위의 그래프는 행동생태학의 하세가와 마리코(長谷川真理子)가 작 성한 도표9)를 기초로 해서 내가 직접 만든 것으로, 일본에서 100만 명당 살인 용 의로 검거된 남성의 수를 연령별로 집계한 것이다. 각각의 곡선은 전쟁이 끝난 후 오래 지나지 않은 1955년과 2000년의 수치를 표시한다.


이 그래프를 보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하나는 1955년부터 2000년까 지 45년 동안 일본인 남성이 살인으로 검거된 수가 압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전반 남성의 살인 횟수가 극단적으로 줄고 있다(살인 검거 수는거의 살인 수에 비례한다고 생각된다). 이 45년 동안에 약 10분의 1까지 감소한 것 이다. 이 그림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1955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의 데이터를 보면 이러한 감소가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2000 년에 가장 많이 살인을 한 것은 20대 남성이 아니라 30대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 처럼 일본에서는 ‘20대 남성이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다’라는 특징이 소멸되어 버렸다. 하세가와에 따르면, 이것은 세계에서도 일본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즉 여기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일본 20대 남성의 흉포성은 전후 일관해서 감 소하여 현재는 30대보다도 적어졌다는 것이다. 남성의 초식화를 남성의 흉포성 의 감소로 해석한다면, 남성의 초식화 경향에 대한 방증이 이루어진 셈이 된다. 이로부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젊은 남성의 흉포성 감소는 전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 다. 그러던 것이 21세기에 들어서 누가 봐도 명백할 정도로 급격히 진행된 것이 다. 젊은 남성의 초식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에 관해 이제까지 여러 설이 있어 왔다. 1980년대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라 남성의 힘이 감소한 것이라는 견 해나, 1990년대 경제적 불황기에 남성의 초식화가 시작되었다는 견해가 있다. 물 론 이들 요인도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그래프가 시사하는 것은 그와는 다른 것, 즉 젊은 남성의 초식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함께 시작되어 현재까지 꾸준 히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2011년까지의 66년 동안, 일본은 자국 에서도 타국에서도 전투행위에 직접 참가한 적이 없었다. 일본은 평화헌법하에 서 재출발했고, 전투행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 결과 일본은 66년 동안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일본의 군대(자위대)는 전후 한 번도 전투행위를 한 적이 없다. 이것은 놀랄 만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자위대원 중에 전장에 서 전투행위를 경험해 본 사람이 (아마도)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 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65세 미만의 사람들도 대부분 전쟁 경험 이 없다. 그러한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일본사회에서 ‘남성이라면 군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사회규범이 소멸되었다. 전시 중에는 ‘남자라면훌륭한 군인이 되어 조국을 위해 죽으러 갈 준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규 범이 농후했다. 그러나 전후 장기간의 평화에 의해 그러한 규범은 사라졌다. 군인 이란 전장에서 적병을 살육하는 것이 사명이다. 평화로운 사회에서는 남성이 그 러한 사명을 규범으로 삼지 않아도 된다. 남성은 ‘군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 는 규범에서 해방되어 서서히 폭력성을 잃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이 전후 66년 동안에 걸쳐 축적되어 왔다. 그 결과로서 21세기의 젊은 남성들은 이 규범으로부 터 해방된 것이다.


즉 일본의 젊은 남성의 초식화는 일본의 전후 66년 동안의 평화의 부산물이 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자위대에 입대하는 남성은 일반적으로 별난 청년이라고 여겨진다. 그다지 인기가 없기 때문에 입대 지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거리에 채용 센터를 설치한다. 자위대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람들로부터 존경의 시선을 받 는 일도 없다. 멸시받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존경되는 일도 없는, 평범한 직 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것은 한국과는 전혀 다른 점일 것이다. 한국은 휴전 상 태이고 징병제가 실시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훌륭한] 군인이 되어라’라 는 사회규범이 무겁게 억누르는 사회가 아닐까라고 나는 추측한다. 한국에서 볼 때 ‘군인이 되어라’라는 규범을 잃은 일본사회에서 개화한 ‘초식계 남자’라는 존 재가 어떻게 비칠까. 일본에 사는 사람으로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다.


어쨌든 초식계 남자의 출현이 일본의 전후 평화에 의한 부산물이라면 환영 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현 대 일본의 젊은이로서 살인 훈련을 받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전장에서 전투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없다. 그들 중 많은 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죽여 보라는 말 을 들어도 어떻게 죽여야 좋을지 전혀 모를 것이다. 물론 일본에도 살인이나 강간 등의 강력범죄는 많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적은 편이라 한다. 그 원인의 하나는 일본이 66년에 걸쳐 전쟁에 직접 가담한 적이 없는 것과, 일본 국토가 전 투 상태에 돌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일본의 전후 평화는 미일안보조약으로 미국의 군사력에 의한 비호가 있기 때문에 달성된 것임을 잊 어서는 안 된다. 결국 초식계 남자란, 미국・일본・한반도・중국・대만에 의한 동아 ‘초식계 남자’의 현상학적 고찰 173 시아의 정치적 균형 가운데 일본만이 비교적 군사적 긴장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 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초식계 남자란 전후 일 본의 정치체제란 무엇이었는가라는 문제와 표리일체를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3. 초식계 남자와 젠더 젠더의 시점에서 초식계 남자를 고찰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마초라는 것 을 중핵으로 하는 종래 남자다움의 규범을 스스로의 손으로 해체하려는 것이 초 식계 남자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면 그들은 자신들이 초 식계라는 것을 긍정하는 일이 많지만, 동시에 사회로부터는 모멸적인 시선을 받 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매스미디어나 인터넷 언론에서는 초식계 남자에 대한 남성들의 비판이 다수 보인다. 예를 들면 2008년에 방영된 텔레비전 방송 중의 초식계 남자 특집에서 는 나이 많은 남성 캐스터가 초식계 남자라는 이들이 나오다니 일본 젊은이는 정 말 큰일 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상 대화 중에서도 허약해진 젊은이들을 비 판할 때 초식계 남자라는 용어가 사용되고는 한다. 또 최근 대학생이 해외유학을 가려 하지 않는 것이나 신입사원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는 풍 토가 된 것을 탄식하면서, 이를 젊은이들의 초식화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소리도 들린다. 젊은 남성들이 차에 흥미를 갖지 않게 되고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진 것도 젊은이의 초식화 때문으로 간주된다.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볼 때 젊은 남성들의 초식화는 정말로 한심스러운 일로 비치는 듯하다


 그처럼 나이든 남성들이 탄식하는 심리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하나는 순수하게 젊은 남성들이 ‘남자다움’을 잃는 것을 탄식하고 슬퍼하는 것이 다. 젊은이들이 남자다움을 잃고 여자처럼 되어 버려 일본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없게 되고, 그로 인해 일본이 국제 경쟁에서 지게 되는 것을 탄식하는 것이다. 가정생활에서는 그들이 앞으로 여자 꽁무니만 쫓아다니게 되는 것 아닐까라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부러움이다. 자신들이 젊었을 때는 ‘남자답 일본비평 5호 174 특별기고 게’ 하지 않으면 연애도 결혼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설령 귀여운 것을 좋아하거 나 달달한 케이크를 좋아한다 해도, 그러한 사실을 감히 입에 담을 수 없었다. 그 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러한 ‘남자다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귀걸이를 하고 케이크를 먹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이 실은 부러 운 것이다. 나 자신도 두번째 경우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멋을 부리는 젊은 남성들을 보면 눈이 부실 정도다. 나 자신은 초식계 남자를 비 판할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페미니즘에서 볼 때는 초식계 남자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일본의 현대 적 페미니즘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페미니즘에서는 사회의 공적 영역이나 사적 영역에 있어서 ‘남성’이 규범을 형성하고 여성이 그에 종속하는 구조가 존재 한다고 보고, 그것을 모든 차원에서 해체해 가는 것을 커다란 과제로 삼는다. 그 러한 시점에서 볼 때 초식계 남자라는 남성들이 다수 등장한 것은 페미니즘의 승 리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초식계 남자란 스스로가 규범을 산출해 서 여성을 제압하고 보호한다는 의미의 ‘남자다움’을 답답하게 느껴, 그러한 속 박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려는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규탄을 받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안으로부터의 동기에 의해 그렇게 하는 것이 기 때문에, 이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이 바라던 새로운 남성상에 가까운 것 아닐까. 적어도 페미니즘 입장에서 볼 때 초식계 남자들은 적대관계에 서는 존재가 아니 라 이 사회의 젠더 질서를 변화시켜 가기 위해 힘을 합해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 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일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초식계 남자는 이 제까지의 전통적 남자들보다는 페미니즘 시점에서 볼 때 ‘그나마 괜찮은’ 남성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초식계 남자는 사귀고 있는 여성과 세심하게 소통 을 하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여러 일들을 결정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야말로 페미 니즘이 남성들에게 강하게 요구해 온 것이 아니었던가. 물론 초식계 남자의 등장 이 곧바로 사회의 젠더 구조나 규범의 해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 서 초식계 남자도 남자니까 남성권력일 뿐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편견에 사로 잡힌 것이라 생각된다. 


초식계 남자의 현상에 관해 일본 페미니스트로부터의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매스미디어나 잡지 혹은 인터뷰에서도 아주 일부의 예외를 제외한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은 초식계 남자에 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다. 사회의 젠더 현상에 관해 그렇게나 수다스러운 페미니스트들이 유독 초식계 남자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이상한 일이다. 가까운 페미니스트들에게 초식계 남자에 관해 물어 봤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어떤 페미니스트는 “초식계 남자라고 해도 젊은 남성의 가정폭력은 늘고 있잖아”라고 화난 듯이 말했다. 나는 40년 전보다 가정폭력이 늘었다고 생각지 않지만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또 다른 페미니스트는 ‘초식계 남자라는 말은 남자 의 폭력성을 은폐하고 있어서 불쾌’하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초식계 남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페미니스트들의 반응을 보면 그들은 초식계 남자라는 것을 남성권력이 만들 어 낸 새로운 ‘함정’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그동안의 경험 으로부터 ‘남자가 달콤하게 속삭이거나 공감하는 듯한 태도로 다가올 때는 전부 함정이라고 생각하자’는 생각이 있어서가 아닐까라고 추측된다. “초식계 남자가 늘어나다니 이것은 페미니즘의 승리군요”라는 식의 나의 화법이야말로, 남성의 폭력성을 은폐하기 위해 남성권력이 발명한 새로운 속임수라는 것이리라. 어쨌 거나 페미니스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그들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한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어쩌면 페미니스트들은 ‘초식계 남자는 굳이 주제로 삼 아 논의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결론:  한국은 일본의 10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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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646 여자들은 말하는게 논리가 없네 [2] ㅇㅇ(61.254) 21.12.31 4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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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권상우♥손태영 10살 딸, 벌써부터 ‘이것’ 선언…“실망이다” 디시트렌드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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