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 전에 친구들이 메이플 하자고 권유하더라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진 않았는데 내가 취준 생활을 이제야 끝내서

애들끼리 만나는 술자리도 게임도 같이 못 어울렸음.

그러다 보니 홀로 소외감이 좀 느껴지더라.

그래서 이제는 다 괜찮겠지 싶어서 야심 차게 설치해서 이것저것 배우고

레벨도 쭉쭉 올려서 너무 재밌었음.

근데 막상 애들이 하라는 대로 코칭 받으면서 하다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플레이는 잘못된 플레이인 게 명백하더라고.

일단 첫 번째로 링크 캐릭터 키우는 순서 때문에 혼났음.

에반, 메르세데스, 아란 뭐 이런 거부터인데 왜 히어로를 키우냐고.

답답해하는 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굳이 비효율적으로

내가 플레이를 하려는 걸 경험 있는 친구들이니까 미리 막아준 거라

고맙다 생각하고 좀 정석적인 플레이를 할 필요를 느껴서

메갤, 유튜브, 인벤 진짜 공부하듯이 싹 다 찾아서 말 그대로 학습을 했음.

유니온도 6천까지 키우고 본캐도 270레벨까지 키우고 정말 노력했음.

그렇게 왕도 따라 게임했는데 어느샌가 내가 게임을 즐기고 있진 않더라고

유니온 8천은 또 어떻게 찍고 275레벨까지 재획은 또 얼마나 해야 하고...

그래서 좀 현타 오길래 아, 유니온이랑 레벨링 좀 힘들다.

솔직히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거 같아서 내 페이스대로 하고 싶다.

정해준 목표까지는 힘들 것 같다 미안하다.

이 말을 전했는데 진짜 농담 아니라 이후 단톡방 내용이

"내가 처음 할 때는 니 플탐으로 유니온 6000은 어림도 없었다"

"지금 경험치 얼마나 줄어든 건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대충 이런 말들뿐이고 결국 내 노력이랑 인내심 부족으로 결론남.

그래서 미안한데 나는 더 못하겠다고 진심으로 미안하다 말하고 접음.

뭐랄까 먼저 전역한 사람이 '요즘 군대는..' 이 프레임이랑 똑같은 거 같고

그 친구들도 사실 게임을 게임으로 즐기는 건 아닌 거 같았음.

수능 포기한 친구들이 수능 며칠 전에 같이 피시방 가자고 꼬시는 그런 느낌.

그래서 접었다. 에휴 그 친구들이랑도 다시 안 볼게 뻔해서 속상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술이 안 취하네. 이 나이에 친구랑 게임으로 싸우기나 싸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