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적 집안이 존나 불우했다.
아빠는 노가다꾼이었으나 내가 중학생때 강간범으로 이혼했고 엄마는 서비스업종이었으며, 우리눈 사채에게 쫓기며 달동네를 전전했다.
그런 나에게 유일하게 잘 먹고 다니라고 용돈을 쥐어주던 사람이 할머니였다.

근데 그런 생각들이 무색해지게 나이를 먹으니 자연스레 할머니가 부끄러워지고, 피해지게 되더라.

할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1달전이었다.
할머니는 가족끼리 뭉치라고 항상 조언하며 우리집으로 찾아왔었다.
우리 가족은 그런 할머니의 조언마저 잔소리로 듣고 문전박대를 했고, 할머니는 그렇게 외로워져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뇌경색 일어나기 하루 전날에 할머니가 우리집으로 전화 했다.
보통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내가 받지 않을때 집으로 전화를 하는데, 내가 최근에 전화를 못받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나에게 전화 거는걸 건너뛰고 집으로 전화를 한것이다.

보통 집으로 전화가 오면 동생들이 전화를 받는데, 정말 우연치않게 동생들이 전부 집을 비웠던 날이었고, 그렇게 내가 전화를 받았다.

밥은 먹었냐는 질문에 나는 라면으로 떼웠다고 대답을 했고, 밥 잘먹고 다니라고 하면서 동시에 맛있는거 사줄까? 하며 나한테 역정을 내듯아 걱정을 하던게 생각이 난다.

나는 그때마저 시큰둥하게 굴었고, 밥은 잘먹고 다니니 걱정하지 말라하며 끊었다.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에 전화가 울렸다.
할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단다.

사실 별 생각이 안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잊혀져가고, 버림 받듯이 대해지며, 죽어간다.

그게 죽음이고,
누군가는 혹은, 우리 모두는 겪게된다.

그렇기에 나는 할머니가 죽음의 문턱까지 왔음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죽기 직전까지 우리 걱정을 할것이고, 자신이 죽음으로써 혹여 우리의 생활이 방해 될 것을 걱정할것이다.
그리고 정말 필사적으로 살고 싶을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정리했을때,

할머니를 가장 존중하는법은 할머니를 안타까워 하기 보단, 할머니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야 하는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웠을때

문 밖으론 엄마의 절규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