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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꽃 (예전에 써둔 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4 15:10:55
조회 67 추천 0 댓글 1

캡틴꽃
원작: 김유정 동백꽃

   오늘도 또 부캐 캡틴이 막 쫓기었다. 내가 재획을 빨고 사냥을 하려 갈 양으로 나올 때였다. 사냥터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탕탕하고 캡틴의 총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라라네 소환수는(쿨타임이 없고 데미지도 쎈 주제에 0차 능력으로 소환수 지속시간이 10% 달린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캡틴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캡틴이란 것은 쪼일 적마다 캡캡하고 구슬프게 울기만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쪼키어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인레이지를 키고 달려들어 라라네 소환수를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샤우트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원기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풍수사가 요새로 접어들어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얼마 전 업데이트 알림이 때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원기가 업데이트를 알리면 알렸지, 온통 신직업 얘기뿐인 건 뭐냐. 그것도 마지막 5분 동안은 테섭 공개라는 문구로 떼어먹으면서.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해드리는 방법이 있는데요.“

이제까지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척 만척하고 서로 무시하고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에 갑작스리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한차 망아지만한 원기가 남 부캐 사냥하는 거 보구…….

 "전혀 다른 재미 말고 캡틴이나 버프해 줘.“

 "이전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해 드리고자 만들게 되었습니다.“

 또는,

 "이번 낭만풍수사 라라에서는 귀엽고 발랄한 컨셉을 바탕으로 밝고 명량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헛소리를 두루 늘어놓는데 뭐가 좋은 지 당당하게 용사님들의 관심을 누차 강조한다. 별로 기대될 것도 없는데 유저가 떠나더니 이놈의 디렉터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라라의 스킬을 할끔할끔 돌아보더니 얼마나 우려먹었는지 아직도 똥내가 홱 끼치는 사전 생성 이벤트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너 이거 안 하고는 못 배긴다."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줘 놓고는 뭔가 큰 지원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신직업이 맛있단다."

 "난 신직업 안 키운다. 너나 실컷 키워라."

  나는 고개도 돌리려 하지 않고 사냥하던 손으로 그 신캐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것은 근 삼  년째 되어 오지만  여지껏 가무잡잡한 원기의 얼굴이 이렇게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아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밸런스 패치실로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유저가

 "너 얼른 사퇴해야지?"하고 웃으면 겉으론 웃으면서 다음에 대규모 하향을 하는 놈이다.

 설혹, 주는 신캐를 안 받아먹은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너 이거 안 하고는 못 배긴다.'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원기는 디텍터고, 우리는 그 아래서 게임을 하며 일상 멍꿀거린다. 내가 이 게임에 처음 들어와 아는 게 없어서 곤란으로 지낼 때, 아무 것도 안 하고 현질 유도만 한 게 원기다. 그리고 내 친구 놈들도 스타포스할 때마다 원기한테 부지런히 멍꿀거리면서, 인품 그런 디렉터는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얘 너 무과금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체리피커지?“

 "뭐, 그래 나 체리피커야?"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살만했던 캡틴의 스킬이 자꾸 너프를 먹는 것이다.
 
  그러나 원기의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버그 수정을 목적으로 직업들의 스킬을 너프해 버리더니 이윽고 캡틴과 라라네 소환수를 쌈 붙이는 것이다. 캡틴의 소환수가 구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툭하면 우리 캡틴이 면두며 눈깔이 피로 흐드르하게 되도록 해 놓는다. 어떤 때에는, 캡틴을 키우지 않으니까 요놈의 디렉터가 기어코 멱살을 쥐어 끌고 와서 쌈을 붙인다.

  거지반 재획을 끝내고 나는 싸움 소리를 듣고 발이 딱 멈추었다. 산기슭에 널려 있는 굵은 바윗돌 틈에 노란 동백꽃이 소보록하니 깔리었다. 그 틈에 끼여 앉아서 원기가 청승맞게스리 밸패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도 더 놀란 것은, 고 앞에서 또 푸드득 푸드득 하고 들리는 소환수들의 횃소리다. 필연코 요 디렉터가 나의 약을 올리느라고 또 캡틴을 집어내어다가 내가 내려올 길목에다 쌈을  시켜 놓고 밸패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으리라. 나는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라서, 두 눈에서 불과 함께 눈물이 팍 쏟아졌다. 인레이지도 킬 새 없이 그대로 내동댕이치고는 레이징 블로우를 뻗치고 허둥지둥 달려들었다.

  가까이 와 보니, 과연 나의 짐작대로 우리 캡틴이 피를 흘리고 거의 빈사 지경에 이르렀다. 직업도 직업이려니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없이 고대로 앉아서 신캐만 챙기는 그 꼴에 더욱 치가 떨린다. 옆동네 게임에서 소문이 났거니와, 나도 한 때는 걱실걱실히 일 잘 하고 얼굴 예쁜 디렉터인 줄만 알았더니, 시방 보니까 그 눈깔이 꼭 여우새끼 같다.

 나는 대뜸 달겨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라라네 소환수를 레이징 블로우로 때려 엎었다. 소환수는 푹 엎어진 채 다리 하나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죽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멍하니 섰다가 원기가 매섭게 눈을 흠뜨고 닥치는 바람에 뒤로 벌렁 자빠졌다.

  "이놈아! 너 왜 남의 신캐를 때려죽이니?" 

  "그럼 어때?"

 하고 일어나다가,

 "뭐, 이 자식아! 누구 신캐인데!"

 하고 복장을 떼는 바람에 다시 벌렁 자빠졌다.

  그리고 나서 가만히 생각을 하니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럽고, 또 한편 일을 저질렀으니, 인젠 본캐 히어로는 물론이거니와 캡틴도 더 고인 되는지 모른다. 나는 비슬비슬 일어나며 소맷자락으로 눈을 가리고는 얼김에 엉하고 울음을 놓았다. 그러나 원기가 앞으로 다가와서,

 "그럼, 너 이담부터 현질할 거냐?"

 하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살 길을 찾은 듯 싶었다. 나는 눈물을 우선 씻고, 뭘 안 그러는지 명색도 모르건만,

 "그래!" 하고 무턱대고 대답하였다.

 "요담부터 또 그래 봐라, 내 자꾸만 못살게 굴 테니."

 "그래그래, 인젠 안 그럴 테야."

 "소환수 죽은 건 염려마라. 내 캡틴 너프는 안 할 테니."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사냥터로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우리 캡틴 너프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원기야! 원기야! 이놈이 큐브 모니터링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 어딜 갔다 온 듯싶은 넥슨 사장이 역정이 대단히 났다. 원기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esc를 누르고 엉금엉금 기어서 게임 종료를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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