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마스터플랜의 망령

ㅇㅇ(121.169) 2025.07.02 07:23:31
조회 60 추천 0 댓글 0

1972년 7월15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11층짜리 서른세 동의 아파트가 들어선 주거단지를 폭파하여 철거시킨 일이 일어났다. 2차 대전 전쟁영웅의 이름을 따 “프루이트 이고”라고 부르며, 새 시대 새로운 주거를 목표로 1955년에 지은 이 단지는, 가장 좋은 삶터로 평가되어 여러 건축상까지 받았던 바 있었다. 

그러나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 천편일률적 공간이 갖는 무미건조함으로 인해 그 속의 공공공간이 무법지대로 변하면서, 각종 폭력과 마약, 강간, 살인 등의 흉악범죄가 창궐하게 되었고, 흑백간의 주민갈등까지 유발하여, 이 주거단지는 도시에서 가장 절망스럽고 공포스러운 장소로 변하고 말았다. 불과 17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범죄의 온상이 된 이곳을 주정부는 폭파로 청산한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건축가 챨스 젱크스는, 이 날은 모더니즘이 종말을 고한 날이라고 기록하였다.




모더니즘은 19세기말, 시대적 가치를 상실하여 세기말의 위기에 몰린 사회가 퇴폐와 향락에 이끌리며 문화가 퇴행하던 시절,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을 꿈꾼 젊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찾은 시대정신이었다. 그들은 전통적 양식과 역사적 관습에 억눌린 인간의 이성을 회복시키고 합리적 가치를 최선으로 내세우며 우리 삶의 양식을 바꾸었다. 

좋은 제품의 대량공급을 목표하며 통계에 근거하여 찾은 표준화라는 방식은 그들의 유용한 수단이었고, 사물을 조직화하고 환경을 체계화하며 수요와 공급을 정량화하는 방식은 그들이 목표하는 사회의 구성원리였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에 대한 과신이 문제였다. 도시를 예를 들면, 땅을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 등으로 칠해 상업지역 주거지역 공업지역으로 나눠서 차등하였고, 도로는 도로의 폭과 속도를 제한하며 서열화하고, 도심과 부도심 변두리로 전체를 나누며 계급적으로 만든 도시계획을 과학적 합리라고 신봉하였다. 심지어는 오래 살았던 동네마저 이 도시계획도를 들이대며 재개발하였으니, 이게 마스터플랜이라는 이름의 괴물이었던 것이다.






viewimage.php?id=28a5c434e4ed36a379ee&no=24b0d769e1d32ca73fe883fa11d028313b52c5650cf177f0238701297c7cc433a9d24fed4bf766b2d1cba45572c5135923f24c7e323bb9ffdf443631e3c0faf6ee19






특히 세계대전 직후 세계의 도시가 개발의 열망에 휩싸이면서, 이 마스터플랜은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져 전세계 방방곳곳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표준적 평면을 가진 집단화된 아파트들, 통계에 의거한 공공시설의 획일적 배분, 빠른 통행만을 우기는 교통계획, 직선화된 길, 각종 주의 표식 등, 어느새 공동체는 사라지고 각 부분의 적절한 배분을 중요시하는 집합체만 남는 도시가 양산 되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신도시가 만들어지자, 프랑스 철학자 르페브르는, “이렇게 철저히 프로그램화된 거주기계에서는 모험도 낭만도 없으며, 우리 모두를 구획하고 분리하여 서로에게 멀어지게 한다.” 며 질타했다. 실상 도시의 범죄는 전통적 도시에서 보다 훨씬 증가하고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졌으며 계층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갔다. 모두가 급조된 환경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 그 프루이트 이고 주거단지가 폭파되어 사라진 것이다. 모더니즘이 20세기의 유일한 시대정신이라고 믿었던 건축가와 도시학자들은 충격을 받았고, 마스터플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모더니즘과 마스터플랜이 간과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 가치였다. 그들은 모든 인간을 집단으로 파악하고자 했으며 개체의 다양성을 묵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소성을 무시하였고, 그 역사적 맥락과 자연적 환경을 외면했던 것이다. 그래서 산이 있으면 깎고 계곡이 있으면 매웠으며 산악이든 평지든, 대륙이든 섬이든, 모든 곳에 똑 같은 조감도를 걸어 미래를 단호히 예견했지만 결국 모두 거짓이었다.

문제는 우리 인간이 그렇게 이성적이지 않다는데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하루의 계획을 조리 있게 짠다고 해도 수시로 마음이 바뀔 수 있으며, 선과 악을 머리 속에 아무리 구별해도 우리의 감정은 시시때때로 그 혼돈의 와중에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모든 땅은 얼마나 다 다른가. 기후가 다르고 지형이 다르며, 생태와 주변이 부분마다 다르고 무엇보다 살아온 역사가 다 다르다. 그 다 다른 땅을 똑 같은 도형과 무늬로 뒤덮으며 한 가지 삶을 강요한 그 마스터플랜의 방법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했다. 어쩌면, 기후변화나 사회의 갈등과 분쟁 등,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재앙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사회를 통치의 대상으로 삼은 마스터플랜의 망령으로 인한 결과 아닌가.




바야흐로 서양에서는 이제, 예측하기 어려운 우리의 삶을 존중하며 오히려 비움을 그리고, 자연과 화해하는 나눔을 그리는 데, 우리의 이 땅에서는 이미 폐기된 마스터플랜의 망령에 사로잡혀, 비움과 나눔이 가득했던 우리의 정겨운 옛 도시와 아름다운 산하를 유효기간이 훨씬 지난 표준도면으로 여전히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프루이트 이고”의 폭파가 떠오른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의외로 연애 못할 것 같은 연애 하수 스타는? 운영자 25/08/04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공지 불법 도박사이트 광고글 작성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84] 운영자 21.02.15 31834 16
공지 ◈ 초보자를 위한 토토/프로토 가이드 및 용어모음 ◈ [433] +유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5 100726 29
공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게시물 등록에 주의해주십시오. [83] 운영자 21.02.15 25557 10
공지 토토 갤러리 이용 안내 [79] 운영자 21.02.15 48276 16
6098853 원 엑 처럼 옵셴,배당 눂은 해외 벨라[최댸10만 뽀너스] [1] 오르델(211.234) 01:18 25 0
6098852 토겔 사용 1등 원 엑 [최대 275만 입플 Kod] [1] 오르델(211.234) 01:17 27 0
6098851 밀워크 디트 마이애미 3폴 어떰? [1] 토갤러(116.41) 01:16 2 0
6098847 [토계부] 새축 BET.ㄹㅇ [6] 초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44 0
6098846 애틀란타 하루종일 비오네 시발 우취각인데 .(118.235) 01:10 11 0
6098844 황버풀뭐고? ㅇㅇ(223.39) 01:08 15 0
6098843 리버풀 뭐냐 5분만에 두골 토갤러(121.176) 01:06 15 0
6098842 리밥 2:0 ㅋㅋㅋㅋ ㅇㅇ(121.162) 01:06 6 0
6098839 리버풀 저 병신같은 라인업은 뭐지 [4] 토갤러(121.176) 01:01 41 0
6098827 메져는 실제로 주작하는리그라 100프로강승경기가없는듯 토갤러(14.53) 00:51 17 0
6098826 일베스간 사람있냐 토갤러(1.230) 00:49 8 0
6098825 1 먕냐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9 16 0
6098822 지금 디씨 오류임? 글읽기가 왜 안되냐 ㅅㅂ 노가다학식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41 13 0
6098819 알칸타라, 페디는 이번 시즌 완전 폐급 투수 원탑 [1] ㅇㅇ(39.7) 00:29 22 0
6098818 토토갤 관리 하느라 서버 잠시 셧다운된거임 ㅇㅇ(116.39) 00:28 16 0
6098816 지금 디씨 오류임? 글읽기가 왜 안되냐 ㅅㅂ 노가다학식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2 13 0
6098812 밀워키 차피 우취다 애틀랜타 하루종일 비옴 ㅇㅇ(223.38) 00:15 40 0
6098809 비상 밀워키 임돠 묻음 토갤러(39.7) 00:12 40 0
6098807 삶이 너무 많은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되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구나... [1] ㅇㅇ(223.39) 00:09 22 0
6098805 나는 ㅂㅅ이다 토갤러(223.39) 00:08 22 0
6098802 나는 진짜 병신이다ㅡ 토갤러(223.39) 00:04 12 0
6098801 고닉으로 알아보는 살면서 조심해야할 새끼 유형.txt [1] 노가다학식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112 1
6098799 믈브 두폴 개좆강승픽 없냐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87 0
6098794 관광징어 토갤 복귀 사유 [1] 노가다학식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77 2
6098793 씨발 결혼은 국결해야겠다 [2] 노가다학식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81 0
6098776 웬만하면 미네,애틀,애리조나는 반대가야한다 관광징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56 0
6098772 미네 선수 10명넘게 팔았음 마지막날에 [2] 관광징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76 1
6098768 도파민이 ㅄ인이유 [6] 토갤러(211.119) 08.04 152 8
6098766 믈브 5폴 배팅.jpg [1] ㅇㅇ(106.101) 08.04 163 2
6098757 연습) 대구 플핸간 밀워키 없제? ㅋㅋㅋㅋㅋㅋㅋ [2] 토갤러(118.235) 08.04 65 0
6098753 대구 바셀 언더라고 경기전계속부터말했는데 ㅋㅋㅋㅋ [3] 토갤러(14.53) 08.04 73 0
6098751 밀워키 경기 서스펜디드 선언 할 정도로 비 옴?? 토갤러(211.229) 08.04 44 0
6098750 밀워키 터지면 터지는거지 [1] 토갤러(58.226) 08.04 83 0
6098746 필라vs볼티 언더냐 오버냐 토갤러(221.143) 08.04 21 0
6098744 증권계좌로 입출금 되는데 있음? 토갤러(58.127) 08.04 21 0
6098742 ㅋㅋ 밀워키92퍼 라스픽+토갤 전원픽 터지면 재밋겟네 .(118.235) 08.04 48 0
6098740 강간징어 믿고 밀워키랑 하나더 골라서ㅜ가야겠너 토갤러(59.16) 08.04 34 0
6098734 랑가님그립다 희진희선이누나최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19 0
6098728 머리 ㅈㄴ게 굴려서 못먹은 하수 없제? 토갤러(14.51) 08.04 39 1
6098727 밀워키 빠따가 무서운게 단타,장타,팀타,발야구 다할줄앎 [1] 관광징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65 0
6098725 아니 의견.. 좀 괜찮냐고 [3] 토갤러(183.106) 08.04 85 0
6098724 애틀랜타 미네 애리조나 얘네들은 올시즌던진팀이다 [2] 관광징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58 1
6098723 만원만도와주세요제발 하.. [3] 골든스테이트8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75 0
6098722 내가 어디가라고 유도도안하는데 뭔총팔이 [1] 관광징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32 0
6098714 응 유디티는 신이 맞아 븅신새기들아 [1] 유디티씰이최강이라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4 34 0
6098713 내일 애틀 밀워키 강수확률50퍼에 비도 모기 쥐좆옴 [2] 믈브10년차 (118.235) 08.04 94 0
뉴스 '가보자GO' 김민경, 여름철 몸보신 먹방 출격! ‘추어탕 집 딸’의 반전 고백까지 디시트렌드 08.0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