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침대에 쓰러진다.
\'내 불행한 인생은 언제 끝날까?\'
머리 속 온통 비관적인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잠이 들려고 한다. 그러다 문뜩 지갑 속 복권 한 장이 생각난다.
지난 금요일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함께 샀던 것 같다.
이제와서 돈이 아깝단 생각이 든다. 5천원이면 담배가 두 갑인데...

이미 복권 추첨 시간은 지났다. 컴퓨터를 키고 검색창에 익숙하게 \'로또\'를 검색한다.
그리고 지갑을 가져 와 복권 종이를 꺼내본다.
3.. 13.. 17... 25... 42..... 43.. 맞다. 모든 번호가 맞다.
네번째 게임의 모든 번호가 모니터 뒤로 보이는 번호와 같다.

멍 하다.
한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무언가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내가 로또 되면 저 씨발 사장놈 싸대기 때리고 당장 때려치지.. ㅋㅋㅋㅋㅋ\'
\'로또 되면 제발 남한테 안시달리는 내 집 하나 갖고싶다...\'
\'저 차 죽이네.. 니미 난 언제 저런 차 타보냐\'

내가 로또가 된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 현실이 된다는 생각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러나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멍하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평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잡았다.
이것을 놓칠까 너무 두려워진다.

종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종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한다.
\'침착해지자\'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한다.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편히 생각하자.\'

복권 종이를 다시 지갑에 넣어두고 침대에 눕는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올 리가 없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잠들고 내일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자. 그 때 생각하자.\'

수면제를 찾아 한 알 먹고 잠이 든다. 내일이 되면 평생에 바랐던 모든 것들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새벽 4시, 난 수면 무호흡증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