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구매자에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나눔의 행복’을 안겨주는 것과 함께, 1등 당첨이라는 ‘대박의 행운’도 기대하게 한다. 실제 매주 복권 구매자 여럿이 대박 행운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거액의 당첨금을 주체하지 못해 오히려 비극적 결과를 경험한다. 투자 실패나 과도한 씀씀이로 전 재산을 잃거나, 돈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복권이 야기할 수 있는 이런 부정적 문제를 줄이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고액의 당첨금을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정 기간 나눠 지급하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매주 1000달러 평생 지급’ ‘매년 100만 달러 평생 지급’ ‘매달 5000달러 25년간 지급’ 같은 다양한 연금식 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7월부터 1등 당첨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복권이 처음으로 출시된다. 한국연합복권(주)은 그동안 발행하던 추첨식 인쇄복권 ‘팝콘복권’을 폐지하고 연금식 복권으로 대체 발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연금식 복권이 없었던 것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당첨금은 일시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첨금을 연금 형태로 분할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복권 및 복권기금법’ 개정안이 3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연금식 복권 발매가 가능해졌다.

새로 판매되는 연금식 복권의 이름은 ‘연금복권’으로 정해졌다. 한국연합복권은 “일시금으로 주던 기존 1등 당첨금을 연금처럼 분할해 지급한다는 새 복권의 특징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복권 역사상 최초로 연금복권이 도입되는 만큼 다른 어떤 복권보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출시되는 연금복권의 1등 당첨금은 연금식으로 매달 500만 원씩 20년간 분할 지급된다. 2등부터는 당첨금을 일시불로 지급할 예정이다. 연금복권의 판매가는 1000원이며, 매주 630만 장을 발행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1등 당첨금(월 500만 원씩 20년)은 당첨금 총액(약 7억5000만 원)에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5.3%대)을 적용해 할인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침체된 인쇄복권에 활력 기대

연금복권 발행은 그동안 가정 파탄 등 일부 고액 복권 당첨자들에게 나타났던 사회적 폐단을 줄이고, 복권 당첨 이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동안 로또복권(온라인복권)에 심하게 편중돼 있던 복권사업이 다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권업계는 당장 노후연금에 관심 많은 40∼60대 중·장년의 참여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연합복권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연금식 복권에 대한 선호도가 로또식 복권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며 “노후 대책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인쇄복권은 로또복권에 비해 1등 당첨금이 적어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침체일로에 있었다. 지난해 총 복권 판매액 2조5255억 원 중 96.3%가 로또복권이었고, 인쇄·전자복권은 3.7%에 불과했다. 이런 점에서 당첨금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연금복권은 인쇄복권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첨금이 똑같다면 연금식으로 지급받는 것이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실속 면에서도 유리하다. 현행 법률상 복권 당첨금이 3억 원 이상이면 당첨금의 33%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연금식으로 나눠 받으면 3억 원 이하 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당첨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연금식은 오랜 기간 일정 수입이 보장돼 가정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로또복권의 당첨금은 연금 방식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인쇄복권과 달리 1등 당첨자가 여러 명 나올 수 있고, 매회 1등 당첨금도 들쭉날쭉해 연금을 일정액으로 계산해 지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