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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이야기. 상상.. 읽을거리.

줘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1.19 19:45:17
조회 334 추천 0 댓글 4

그냥 상상.. 
마치 수필인양 휘적휘적 적어나간 이야기.



금요일쯤 로또를 샀다.
일마치고 집으로 피곤한 걸음을 옮기는 길이었는데..
겨울의 우울함을 그대로 비춰주는 잿빛 하늘과 시린 바람이 부는 그런 쓸쓸한 퇴근길에..

가로등 길을 터덜터덜 걸어오던 나는 길 저앞에서 한 무리의 사람을 발견한다. 
허름한 승용차에서 내려 의기양양하게 복권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안전화에 작업복 차림의 사람이 한 명정도 있고, 식사를 마친건지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사람도 있다. 
아무튼 은근히 기대감에 가득차서 상기된 얼굴들로 복권방에 들어간 사람들... 1분쯤 지났을까?
뭔지 모를 희망을 복권방을 나서는 그들의 얼굴에서 발견한다. 아마도 로또를 샀을테지.. 
사기라는 소리도 있고 되는놈만 된다는 이야기도 늘 들리는 그 로또. 
1등되면 인생역전이지만, 5등도 되기 어려워 인생여전이라는 그 로또.
어려울 때, 힘들 때, 몇 번인가 사본적은 있지만 대부분 5등조차 되지 못하고서 쓰레기라는 누명을 쓰고 
구매자의 분노앞에 갈가리 찢겨 휴짓조각이 되어 쓰레기통으로 버리곤 했던 경험이 있다. 

오랜만이라 그랬을까. 갑갑한 일상이 싫어서 였을까?
그들의 희망에 찬 얼굴을 목격한 후 잠시동안 나는 문득... 나란놈도 희망을 가져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숫자 6개만 맞추면 10억이 넘는 돈이 그냥 들어오는거야. 
당첨되고 나서 지긋지긋한 일상도, 역겨운 상사의 얼굴을 봐야하는 회사도 내일부로 퇴갤이다! 

달그락하는 문소리에 바라본 복권방 주인의 얼굴에 인사랄것도 없이 서둘러 자리에 앉는다. 
로또번호를 뭘 적을까 고민이 되는군.. 난 수동애호가이다. 자동이란 녀석도 오천원을 건네준적은 있지만 
난 나를 믿고 싶었다. 로또번호를 맞힌 승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 그랬다.

딸깍하며 볼펜 뚜껑을 따고 용지를 살핀다. 아무튼 이런저런 방식으로 마킹을 시작했다. 
연속번호도 얼마전에 나온것 같고 하니 연속된 번호 2개를 쓰고 나머지는 내 생일에
주민번호, 머릿속에 갑자기 떠오른 번호를 쓰기도 하고 전화번호를 갖다 쓰기도 했다. 
아버지 차번호도 괜찮다. 짜잔. 완성이다. 
번호만 보면 당첨되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아주 좋은 번호이다. 그래. 이거다! 하며 오천원을 지갑에서 꺼낸다.
천원짜리 한장도 지갑에서 허겁지겁 탈출을 시도하다 현장에서 지갑주인에게 검거된다.
돈과 용지를 복권방 아저씨께 드린다. 말없이 받아든 아저씨는 기계에 종이를 넣고... 
잠시후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무덤덤한 표정으로 용지를 건네준다. 
그렇게 집어든 용지를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확인도 하지 않은채 지갑을 다시 꺼내 급히 넣는다. 

인사랄것도 없이 뒤돌아 복권방을 나선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갑자기 활기에 넘친다. 확률을 따지는 날카로운 이성은 온데간데 없고 
확신에 찬 근거없는 자신감만이 머릿속을 채운다. 노래라도 불러야 할 판이다.
당첨되면 뭘하지? 근사한 차도 한대 사고, 고생하신 부모님께 좋은 집도 구해드리고,
괜찮으면 건물도 하나쯤 사보자. 호감있던 거래처의 조금은 도도했던 여직원에게도 이제 당당하게 대시해보자. 
친구들한테도 언젠가 한번쯤 크게 쏘기도 하고. 
로갤 어느분처럼 붕가붕가도 생각나고, 은행에 넣고 이자생활도 좋을것 같다, 
아무튼, 한동안 당첨은 비밀로 하자... 뭐 이런 생각들이 두서없어 떠오른다. 
큭큭 거리며 어느새 집에 도착. 보일러가 고장난 집은 여전히 싸늘하지만 오늘은 조금 훈훈하다. 
시간을 보내다 잠들기전 지갑에서 로또용지를 꺼내 번호를 확인하고 흐뭇하게 전기매트위에서 잠이든다. 
잠자리에서 BMW를 몰며 바닷가를 달리는 꿈을 꾼것도 같다. 

다음날 토요일.
날이 밝고 늘 부족한 잠을 미뤄두고 출근을 한다. 
이래저래 성실한 직원의 의무를 다하고 다시 퇴근!~
뭔가 밍기적거리다 늦기 일쑤였던 날들이 많았는데 오늘은 괜찮군.
토요일의 오후는 언제나 즐겁다. 
잊고 있던 로또도 어느새 생각나 버렸다. 제길 너무 많이 생각하면 당첨이 안될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다른 일에 몰두한다. PC방 가서 오랜만에 봉인했던 게임이라도 하자 싶어 들어갔다. 
퀴퀴한 담배냄새가 옷에 밴 채로 몇시간을 보내고 기대감에 취한채 집에 돌아왔다. 
친구녀석의 전화가 와서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 어느덧 당첨발표 시간이 왔다. 
SBS는 참 고마운 채널이 된다. 이럴때만.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
무슨놈의 광고는 이리 많은지.. 
별 필요도 없는 물건을 사달라고 아우성들이다. 
하지만 자동차 광고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당첨되면 저거 한 번 사볼까...

몇 분인가 지나서 드디어 로또추첨방송이 전파를 탄다.
흐흐흐. 지갑에서 용지를 꺼내든다. 샤프도 한자루 준비했다.
막상 추첨시간이 되자 의기양양했던 기대감도 거품처럼 사라져간다.. 
현실적인 감각이 전신에 와닿는다. \'무리야.. 안될거야..\'
자신감이 줄어든 채로 몇 번더 용지를 보며 번호를 확인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잘 기억되진 않는다.

아무튼!
반가운 아나운서의 멘트와 시작된 추첨... 마음을 비우고, 
자... 운을 시험할 차례인가?..


첫번째 번호. <25번>  25번이라.. 있었던것 같은데.. 오. 있다. 그것도 2개나. ㅋㅋㅋ
두번째 번호. <18번> 18번? 음.. 18번.... 십팔번이... 오 있다. 한개 있네. 그것도 25번과 같이... 뭐지?.. 뭔가 벌어질 것 같은 이 기분은?
세번째 번호. <6번> 6번? 6번? 있다. 허어... 숨이 갑자기 가빠진다. 6, 18, 25번이 있다. 이제 남은 번호는 4, 19, 33이면 된다. 

이제부턴 내 번호에 추첨번호가 맞는지 확인하면 된다. 
네번째 번호. <19번>  19번이다. 하아... 후우.. 정신이 없다. 진정하려고 애쓴다. 진정하려고 욕도 해본다. 4, 33번만 나와라. 씨발제발.

다섯번째 번호.  <33번> 33번이다. 미치겠다. 3등이다. 백만원은 건졌다. 심장이 너무뛴다. 후우후우후우.. 숨쉬기도 좀하고. 진정하자. 제발.
                      \'설마 다른 번호가 나오는건 아니겠지?\'
                      \'4번 4번이다. 4번나와라. 제발\' 
                      \'어서어서어서...!!\'
                       ...
                       ...
                      
여섯번째 번호. <마지막 당첨번호는 4번입니다.> 
                      맞지. 저거 4번맞지.
                      4번? 뭐야? 뭐지. 내가 된건가? 내가 로또 1등이 된건가? 
                      내가 씨발.정말.진짜. 내가 정말? 
                      내가 진짜? 한번더 보자
                      ......
                      ......
                      ...... 
                      맞다. 맞아!!!!!!
                        
                     아 미치겠다. 진짜 됐네. 
                     진짜.. 진짜됐어! 
                     와! 나... 
                     와.. 씨...(흥분해서 별로 안하던 욕도 계속 나온다.)

방송에서는 보너스 번호를 뽑고 있지만 그게 뭐든 난 상관없다. 
끝으로 로또번호를 다시 보여줄 때 급하게 나는 그 번호를 메모지에 적는다. 
번호를 하나씩 다시 확인한다. 용지와 미친듯이 번갈아가며 확인한다. 맞다. 여지없는 1등 당첨이다. 
와.... 하........ 일단 물좀 마시고..  벌컥벌컥.

후우후우후우
후우후우...
후우후우..
후웁...
후우...
심장마비가 걱정되어 심호흡을 여러번 해본다. 천천히.. 후웁... 그러면서 다짐한다. 
세상에 이런일이나 스펀지에는 나오고 싶지는 않다. 


 잠시후에.. 

인터넷에 들어가서 검색을 시작한다. 타다다닥 탁!~
나눔로또번호를 확인한다. 확실하다. 정말 당첨이 맞다. 하하하하하..

그런데..

잠깐.. 잠깐만... 

이제 궁금한건. 
과연 몇 명이나 되었냐는건데... 
갑자기 또 떨리기 시작한다. 주체못할 심장박동에 심호홉을 여러번 해댄다. 
번호를 봐선 독식할것 같진 않고... 
\'설마 1등이 스무명씩 나오는 초유의 사태에 내가 희생양이 되는건 아니겠지?... \'
보통 5명정도니 그정도겠지 하고 현실적인 기대를 한다. 
대충 액수를 20억 전후로 맞춘다. 
하지만... 독식을 꿈꾼다. 흐흐흐..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발제발 하면서... 당첨자 인원을 확인한다. 

3이다. 
3명이다. 3명. 흥했다. 
30억 이상이지만 실 수령액으론 아무튼 난 25억이상 건질것 같다. 
25억이다. 25억. 25만원도 아니고 25억이다. PC방비 몇시간에 자장면 몇 그릇값과 저렴한 비교를 해대며 기분이 째진다. 
날아갈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와이리 좋노~ 하면서 실실 웃는다. 
그러다 
갑자기 주변을 살핀다. 
무서워진다. 
이거 정말 누가 우리집 찾아오는건 아닌지 겁이난다. 복권방 아저씨가 나인줄 알아채고 급습할까 겁나기도 한다.
내 덕에 당첨복권방 된건데 복권당첨점 되면 몇백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럴리야 없지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는다.

아까 \'됐다\'라고 당첨확인때 큰소리치던게 내심 걱정되지만 안심 하려고 애쓴다.
문단속에 달인이 되어 창문이고 현관문이고 철통같이 걸어 잠근다. 철옹성은 이럴때 쓰는 말일게다.
한번 더 둘러 본 후. 가스안전도 확인하고 쓸데없는 전기코드는 모두 뽑는다. 불조심은 역시~ 좋은 캠페인.

이제 용지를 어떻게 보관할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당첨금 수령은 월요일에 가능한데.. 일요일은 어떻게 보낼지 곰곰이...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서 하루종일 있는게 좋을것 같다. 
나간 사이에 집이 털리면 난 어쩌란 말인가. 절도범을 로또1등으로 만들어줄만큼 난 자비롭지 못해! 
그렇다고 갖고 나가자니 강도를 당할것 같다.
평소에는 치안유지에 안정적인 편으로 생각했던 우리동네가 갑자기 슬럼가로 변한듯하다. 
동네 주민들도 다들 욕심이 묻어나는 얼굴로 상상이 된다. 
...
...


아무튼 당첨후에 토요일 밤.. 당첨금 수령에 대한 모종의 작전이 머릿속으로 그려진다.
일요일에 본점으로 출발할까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무모한듯하다. 모텔에 묵었다가 불날지도 모를일..
월요일 낮으로 시간을 잡고 계획을 다시 세운다. 젠장맞을. 본점은 왤케 먼건지..
이럴거면 일요일에 확인할껄 하는 후회가 든다. 그러나 난 1등 당첨자. 미친놈처럼 갑자기 웃음이 터지고 잠시 행복에 젖는다. 
그러다 잊고있던 로갤에다 1등 인증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남은 사람들이 불쌍해
생각을 접는다. 당첨전까진 나도 인증해서 희망을 주려했는데 부러움만 사고 미안해질것 같아 그만둔다. 
하지만 혹시모르니, 또 기념이기도 하고해서 일단 사진을 찍어둔다. 기록은 소중하니까..
초점이 잘 안맞아서 여러장을 찍었다. 휴...


자. 이제 할 일은 다 한것 같으니
한번더 유심히, 흐뭇하게 당첨확인을 하고,
용지는 일단 아무도 모르게 책상 서랍 밑에 넣어둔다. 
서랍이 아니라 서랍밑이다. \'난 서랍속에 당첨용지를 넣어둘 만큼 용자가 아닌 것이다\'
쥐새끼가 갉아먹을일은 없도록 플라스틱 포커카드함에 넣고 검은비닐로 감쌌다. 
잘 안맞던 서랍을 억지로 밀어넣고 일단 또 물을 한잔 마신다. 휴... 
화장실도 다녀온다. 이제서야 마렵군.. 


시원한 기분으로 세수도 한판하고 조금 정신을 차린다음.
인터넷으로 농협본점위치를 확인한다.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오고 흥겹다. ㅋㅋㅋ
우리동네 농협본점이 먼저 나온다. 연관검색어에 농협중앙회본점이 있어서 클릭.
전국에서 유일한 본점이다. 이곳이구나. 흐흐흐.
그런데 쓸데없는 정보만 있다. 이럴게 아니라 나눔로또사이트에 가면 당첨자를 위한
지도가 있을것 같아 그리로 갔다. 역시나 당첨금 수령정보에 있다.
예쁜 약도가 그려져 있어서 메모지를 들고 꼼꼼하게 메모를한다. 

보아하니 5호선 서대문역에서 도보로 3분이라고 하니 지하철을 타고 가는게 정답인것 같다.
메모지를 접어서 지갑에 넣는다. 휴.. 이제 또 뭐가 필요한가 생각해본다.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즐겁다.. 

어느덧 잠들 시간.

이불깔고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TV를 본다. 
뭐든지 즐겁고 특히 상상만 하던것들을 이제 해 볼 수 있겠다 싶어진다.
잠은 아니오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어지럽다. 
몇 번을 뒤척이다 어둠속에서 아주 늦게 잠이든다... 


그러다 깬 일요일 아침. 
푹 자고 일어났다. 
흐흐흐... 뭐지 이 기분좋은 아침은? 큭큭거리면서 깨자마자 웃음이 난다. 
정말 좋다. 로또 1등이다. 내가바로 당첨종결자. 시발.. 그냥 속으로 너무 좋아서 그냥 욕이 나온다.

그런데...

또 잠깐!......

서둘러 일어나서 다급하게 서랍을 열고 로또용지를 확인한다. 다행히 그대로다. 당연한거지만...
서랍밑에 다시 고이 넣어두고 나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TV를 켠다. 여전히 어지러운 뉴스들이 일요일도 쉴틈없이 방송된다.
늘 불평해대던 정치판과 경제뉴스를 오늘은 외면한다. 
연예프로그램을 찾아 실컷본다.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가는지 놀랄정도다. 평소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또 웃는다. 
일요일이 가는게 아쉬워 얼마나 안타까워했는데... 일요일 저녁과 밤에 느꼈던 그토록 불편했던 시간.. 
이젠 안녕이라 생각하니
군대 전역할때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
...
...



상상이지만 글을 쓰는 동안 마치 실제로 당첨된 느낌을 조금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모두 즐겁게 로또 합시다. 
감당할만큼 즐겁게요. 낙첨되어도 웃으면서 낙첨 종이를 찢자구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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