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은 매우 민감한 곳이지요.
추운 날 코로 큰 숨을 들이 쉬면 머리 전체가 얼어붙은 피주머니가 된 느낌
비강의 천장 천정의 냄새를 느끼게 해주는 그, 딱, 그, 위치
손도 안 대고 뇌에 양파로 바늘 한 세트를 꽂을 수 있는 그 위치

추운 날
늦잠
1시간 연기
늦음
내 전화기에서 거의 들어 본 적 없는 삑삑거리는 목소리

빠르게 뛰쳐나와서 만났지요.
두 명이 서있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인사를 합니다.

우리 집 앞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텅 빈 채로 있고
그 윗 층에 미스터 피자가 새로 개점했지요.
에스케이 카드를 안 가져왔다고 곤란해하는 두 명
어차피 내 비자로 낼 예정인데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입장

오후 1시 약간 넘은 시간
"2명 이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눈으로 확인한 실상은 3명
창가 쪽 좌측에서 4번째 테이블에 앉았지요.
간단하게 건넨 인터넷으로 약간 싸게 구입한 5천원짜리 민트

편의점에서 음료수 고를 때도 명상의 시간이 필요한 전 고민을 합니다.
그래서 메뉴판을 회전시켰지만 또 회전해옵니다.
새우 올려져 있는 걸로 골랐습니다.
블루베리액을 사이다에 희석시킨거 하나시키면 리필하면 된다고 하나만 시키랍니다.
별 거 없는 샐러드바는 왜 접시를 하나만 준답니까... 그래서 안 시키고.
개점기념, 닭고기 튀긴 거 한접시를 무료로 주지만 대신 할인카드 안 된답니다. 다행...
빨대가 여러 개 꽂혀서 나오는 블루베리, 난 기겁하면서 한 잔을 더 시킵니다.

얘기가 시작됐네요.
대화는 제 자신에게 맡기고 전 딴 짓을 합니다.
약간 오렌지색인 인테리어에 블루베리가 파랗다는 것을 잊습니다.
토익얘기를 하고 있나봐요.
이 매장은 어느 정도 밀폐된 공간이고 내부의 공기는 높은 확률로 매장 내에 머뭅니다.
즉, 그의 폐에서 나온 수분이 내 폐로 들어 갈 수 있는 확률이 아까 길거리에서보다 높지요.
와아~
조금 더 폐활량을 높혀봅니다.
그의 냄새는 오렌지향 피자와 오렌지향 머스터드 소스와 오렌지향 블루베리
임용고시얘기를 하는 듯?
밋밋한 향들은 내 코를 자극, 뇌로 이어짐
3년 전에 단절되었던 뇌내 신경들을 다시 이어줍니다.
진화를 시킵니다. 서서히
서로를 약간 헐 뜯은 듯 한데 서로 웃네요.
나의 냄새는 내 가슴 주머니에 넣어놓은 민트향
방해되네요. 빼놓겠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었군요.
예전에 어떤 생각을 할 때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는데 그 생각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네요.
그 생각을 지금 생각해내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내야 되는데 흠!
결론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매 주 보기로 했지요.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고 집 쪽에 와서 헤어짐

한 동안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볼 수 없을 것 같네요.

뿌우~

이번 토욜날 로또 만원어치 해야지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