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구색이 갖춰줘야지 남들이 안깔본다는 말에 따라서
밑창이 다 떨어져서 신으면 뒷꿈치가 신발 밖으로 나와서 저절로 문워크가 되는 마당에
신으나마나 더욱이 복권방 할매는 나 번듯한 직장인으로 알고 있어서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위해 그나마 멀쩡한 슬리퍼와 사나이는 혹한기에도 맨발이여한다는 정신에 따라서
나갔는디 가는내내 발꼬락이 내 뜻대로 움직이질 않거니와 잠바하나도 없는 얇은 긴팔티 하나로 걸어서 30분거리의 복권방까지는
가히 기적이로다..
왕복으로 한시간이나 되는 거릴
연속 2주동안 사질못하여 한이 되어서 이번에는 결단코 사야한다는 일념하에 사러나갔더니
로또 당첨 꿈꾸기전에 하체부터 얼어붙어서 세종대왕 동상이 대전 한복판에도 생기겠구나 생각했다.
씨발 운동을 하면 체온이 상승한다는 얕은지식으로 맨발쓰레빠로 미친듯이 뛰다가 쓰레빠 앞꿈치 부분이 꺽여지면서
그대로 아스팔트에 슬라이딩..
날씨는 좆추운데 왜이리 밖에는 연인들과 사람들이 많은지..
내 유일한 친구인 장미와 막연한 꿈을 채워놓은 내 로또영수증이 주머니 밖으로 나와
강한 바람에 휘말려 떠내려가는걸 필사적으로 영수증부터 챙기고 다시 일어나고 주변을 살피는데
다들 개새끼 바라보듯이 연민으로 가득한 눈빛들..

하..
아무튼 존나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