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이었다. 나는 미치루와 같은 방에 있었다.

방은 작고 침대 하나와 책장 하나가 들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미치루는 침대에 앉아서 빵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빵을 좋아하는 

소녀다. 나는 책장에서 추리 소설을 하나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폭풍우 소리가 창문을 울리고 있었다.

“빵 좀 줘.” 

나는 미치루에게 말했다.

“안 돼.” 

미치루는 빵을 가슴에 꼭 안고 말했다.

“내 빵이야.”

“하나만 줘. 배고파.”

미치루는 책을 흘끗 보고 말했다.

“그럼 책 좀 줘.”

나는 책을 가슴에 꼭 안고 말했다.

“안 돼. 내 책이야.” 

“그럼 안 줘.”

미치루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잔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문이 쿵하고 

울렸다. 

우리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여기 누구 있어요?” 

낯선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당황스럽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별장은 깊은 산 속에 

있는 외딴 곳이었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런 밤에 누군가가 올까?

“여기 누구 있어요?” 

남자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문을 세게 부수기 시작했다.

우리는 침대 밑으로 숨었다.

숨소리가 들릴까봐 겁이 났다. 문이 열리면 어떻게 할까? 우리를 

해치려고 온 걸까? 아니면 도움을 구하러 온 걸까?

문이 열렸다. 

우리는 침대 밑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을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네.”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책장에 있는 책들을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그 책들은 모두 추리 소설이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지금처럼, 별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것이었다.

남자가 그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웃음소리를 내었다.

“이거 재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