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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대회] 그물에 든 물고기 上

대회듀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08 14: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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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그 푸르고 어두운 세계에서 널 처음 본 순간 온 몸이 부르르 떨렸단다.

푸른 머릿결, 질끈 감은 눈동자.

작고 앙증맞은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는 네 모습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어.

만약 그때 방해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너를 차지할 수 있었을텐데.

인간의 아이야.

너희는 몰라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지.

그렇다면 조금 더 참으련다.

지금보다 더 성장했을 때 너를 찾아가겠노라.

때가 되면 내 불빛이 나를 네게로 인도하겠지.


*  *  *


가로등, 높은 빌딩과 상가 건물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이 도로를 밝게 빛내고 있었다. 인도의 옆에 가설된 판넬에는 신데렐라 뮤직 총선거라는 커다란 폰트의 타이틀과 여러 아이돌의 사진이 담긴 종이들이 즐비했다. 신데렐라 뮤직 총선거는 신데렐라 프로덕션 소속 아이돌들이 새로운 음반의 발매를 두고 팬들의 투표로 경쟁하는 선거 방식의 이벤트로, 1위를 따낸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전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에 이맘때면 전국의 주요 도시엔 아이돌들의 홍보물이 마치 실제 선거 포스터처럼 여기저기 붙기 시작한다.


이곳도 그런 장소들 중 하나였다. 물론 모두가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도 아니고, 신데렐라 프로젝트에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본격적으로 동장군이 다가올 준비를 하며 차가운 바람을 슬슬 풀고 있는 이 시기에 멈춰서서 포스터를 구경하는 것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관광객이나 신데렐라 프로덕션 아이돌 팬들 정도였다.


대개는 몸을 웅크리고 종종걸음으로 갈길을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인파 속에서 유독 주위와 거리가 벌어져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청년들이 있었다.

세 명의 청년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화려한 스타일링을 한 채 인도 중앙을 걷고 있었다.

그들이 소위 날라리라고 부를만한 외견이라고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거리를 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시끄럽게 떠들며 킬킬대는 그들을 주위에서 흘겨보는 사람은 있었지만 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용감한 사람들은 없었다.


"오늘 먹은 애도 일품이었다. 크하하하!"


"역시 형님 쩌네요~ 저희도 좀 베풀어주세요~"


"형님의 빽만 있으면 누굴 건드려도 괜찮다는게 위험함다!"


캬하하 웃으며 비위를 맞추는 두 사람과 형님이라는 리더는 천박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길을 걸었다.

리더는 걸치고 있는 검은색 가죽 재킷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똘마니들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이놈들의 충성심 관리도 하려면 슬슬 하나 던져주긴 해야겠어.'


능글맞은 똘마니와 싹싹한 똘마니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리더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어차피 길바닥에서 누구 하나 주워다 던져주면 알아서 만족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놈들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똘마니들은 환호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눈을 흘겨댔지만 리더가 눈을 부라리며 둘러보니 다들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이건 뭐냐?"


"아 그건 아이돌 선거인가 뭔가임다. 뭐 1등은 음반을 낸다던가 함다."


"그래?"


길가의 가설벽에 붙은 포스터 몇 개는 확실히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얼굴을 아는 여자들도 있었다.

아이돌은 좋다. 리더는 신데렐라인지 뭔지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다른 아이돌이라면 몇 번 건드린 경험이 있었다.

보통 프로덕션이나 활동, 프로듀서 얘기를 꺼내면 금방 넘어오는 것이 아이돌이란 족속들이었다.

그에게는 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저기 지나감다! 홍보차량임다!"


싹싹한 똘마니가 도로를 가리켜 리더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트럭에 설치된 무대에서 마이크를 쥐고 외치는 여자가 있었다.

특공복 같은 걸 걸치고 있는 저게 아마도 신데렐라 프로덕션의 아이돌이겠지.


「이번 총선은 진심으로 갈테니까 각오들 하라고!」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지만 적당히 큰 마이크를 통해 기운찬 목소리가 도로에 울려퍼졌다.

그녀의 뒤에 있는 전광판에는 무카이 타쿠미란 이름과 함께 무대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아이돌은 금방 지나가버렸지만 길을 가던 사람들도 몇몇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홍보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그건 두 똘마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게 아이돌의 다른 것에 집중을 하고 있었겠지만.


"그러고보니 형님은 아이돌 애인도 좀 있지 않슴까?"


"몇 명 굴려먹긴 했지."


"이야~ 역시 형님이네요~"


무슨 일을 벌여도 정리해주는 뒷배가 있다는 것은 좋다. 특히 안하무인인 리더에게는 안성맞춤인 환경으로, 세계는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자꾸 물어보는 것도 귀찮으니 똘마니들에게 던져줄 적당한 아이돌이 없나 생각하던 리더의 눈에 독특한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포스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 여자아이는 이윽고 조금 앞의 가설벽이 사라지는 위치에 존재하는 공원 쪽 수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옅은 물결이 치는 것 같은 푸른 머리카락과 한 쪽을 동그랗게 묶은 여자아이는 낯이 익었다.

리더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뜬 채 공원으로 들어가는 여자아이의 옆모습을 살펴보고는 여자아이가 살펴보던 가설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있구만.'


가설벽의 포스터에는 똑 닮은 외모의 아이돌이 웃고 있었다.

아사리 나나미. 물고기 아이돌이라니 뭔지.

리더는 공원 쪽으로 들어간 것이 이 아이돌이라고 확신하고 조금 빠르게 걸으며 뒤를 밟기 시작했다.


"어어, 형님 어디감까?"


"좀만 천천히 가요~"


"아이돌 맛보고 싶으면 닥치고 따라와."


워낙 주변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으니 꽤 큰 목소리가 됐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에게 무관심해진 것인지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퍼석하는 소리와 함께 공원의 수풀을 지나자 시야에서 사라졌던 여자아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공원 안쪽의 화장실을 향하는 것 같았다.


'크흐흐. 아무리 도시라도 아이돌 꼬맹이가 혼자 밤중에 공원이라니, 가드가 약하구만?'


조용히 비열한 미소를 지은 리더는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공원 내부를 비추는 가로등이 듬성듬성 박혀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둠을 물리치지는 못했다.

심지어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리더가 때때로 뒷일 생각하지 않고 시행하는 '작업'을 하기엔 최고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화장실에 사람 한 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작업해버리면 해결된다는 생각이었다.


"저거 아사리 나나미 아님까?"


"인형은 안 들고 있네요~"


"기뻐해라. 오늘은 저거다. 내가 먼저지만 네놈들한테도 던져주지."


"지, 진짬까! 위험함다, 동경함다!"


"형님 그래도 요즘 잘 나가는 프로덕션 아닌가요? 괜찮을까요……?"


기뻐하는 똘마니와는 다르게 한 명은 우려를 표했다. 이제와서 저러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부아가 치밀었지만 리더는 그런 마음을 꾹 참고 설명을 이어갔다.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잊었냐? 이런 건 일도 아냐."


"그, 그렇죠~ 아하하."


날라리 리더는 상대가 아무리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프로덕션이라도 '뒷배'의 힘을 빌리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일을 해왔지만 탈이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경찰이 찾아와서 인사를 하고 갈 정도였다.


리더는 조용히 속도를 높이며 나나미의 뒤를 쫓았다.

아무래도 공원 안이 어두워서였는지 스마트폰 플래시같은 빛이 나나미의 앞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체격 차도 있고, 스마트폰을 들고는 있지만 제압은 순식간에 할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하고 있는 리더와 그녀의 거리는 점점 줄었들었다.

똘마니들도 너무 발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헐레벌떡 리더의 뒤로 따라붙었다.


곧 이어질 일을 상상하며 입맛을 다신 리더는 그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화장실로 나아가는 나나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렇게 쉬운 상대는 오랜만이었다. 그야말로 알아서 그물에 뛰어드는 물고기 그 자체다.

때문에 조금 뒤에서 따라오는 똘마니들의 대화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좀 이상하지 않냐?"


"뭐가 이상해 등신아."


"화장실이 이렇게 멀었나?"


"어라? 그러고보니……."


체감상으론 꽤나 그녀의 뒤를 쫓았는데도 공원 화장실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불안하게 여기는 똘마니들의 말도 리더에겐 들리지 않았다.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주머니에 항상 넣어둔 화려한 손수건을 꺼내든 리더는 반대쪽 주머니에서 스프레이 형태의 무언가를 도포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앞에서 걷던 나나미도 걸음을 멈췄다.


'스프레이 소리가 들켰나? 망할!'


금방이라도 돌아볼 것이란 생각에 이판사판으로 리더는 나나미에게 육박했다.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정도로 줄어든 거리는 날라리의 리더가 손수건을 들이밀면서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손수건이 닿기만 하면 성공이다!


"크하하하! 성공이다, 자식들아!"


나나미의 입가에 손수건을 들이대는 것에 성공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친 그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함께 기뻐해야 할 똘마니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아니, 어느 쪽이냐면 조금 파랗게 질리기까지 했다.

경악한 얼굴로 조금 손을 떨며 똘마니들이 그를 가리켰다.


"혀, 형님……!"


"괜찮슴까?"


기껏 똘마니들을 위해 작업을 해줬더니 기대 밖의 반응이 돌아오자 리더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아앙?"


"아니, 형님 손이!"


이제는 벌벌 떠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겁을 먹은 똘마니가 손수건을 내지른 그의 손을 가리켰다.

그제야 리더는 팔을 들어올려 손을 바라보았다.

붉다.

픽픽, 물총처럼 붉은 무언가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원래는 있어야 할 것이 그곳에 없었다.

대신 날카로운 이빨로 잡아뜯은 것 같은 단면과 울컥울컥 쏟아지는 피가 그를 반겼다.


"끄"


자신이 손을 잃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리더는 비명을 질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외마디 비명을 제대로 지를 새도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의 뒤에서 마침내 이쪽으로 등을 돌린 푸른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입을 쩌억 벌리더니 리더의 상반신을 삼켜버렸다.

힘을 잃은 하반신만이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우와아악!"


정신이 퍼뜩 든 똘마니들은 머릿속에서 미친듯이 울리는 경종을 느끼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왜 이렇게 됐을까.

양아치 똘마니들은 도망치면서 그들이 본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다.

아이돌 아사리 나나미?

아니다. 그것은 분명 그들이 생각한 아이돌 따위가 아니었다.

분명히 똑 닮았지만 평범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상반신을 삼킬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이질적인 건 그녀의 이마 위에 살짝 돋아난 더듬이였다.

빛나고 있었다.


도망치고 있는 싹싹한 똘마니는 멀리서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금방 끊어지는 것을 들었다.

땀이 비오듯 흘러 옷을 적셨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

분명 많은 인파가 오가는 인도 바로 옆의 공원으로 들어왔는데, 아무리 달려도 들어왔던 곳으로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짧았지만 저렇게 큰 비명이 들렸는데도 공원 주변은 너무나 고요했다.

생각을 멈추고 계속해서 밖을 향해 달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똘마니는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진짬, 까……. 좀 봐주"


순식간에 똘마니의 뒤에 다가온 그 존재는 자비없이 입을 쩌억 벌렸다.

그의 의식은 순식간에 암전되고 말았다.

그들은 몰랐다.

그물에 갇힌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는 것을.


*  *  *


「다음 뉴스입니다. 카라스기 의원의 장남이 지난밤 실종됐다는 소식입니다. 경찰은……」


차량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불온한 뉴스에 프로듀서는 라디오 주파수를 바꿨다.

백미러가 비추는 뒷좌석에는 푸른 머리카락의 담당 아이돌이 앉아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재잘대고 있었다.


"오늘의 물고기 퀴즈!"


"그래, 그래. 이젠 익숙해. 맞춰주지!"


물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그녀가 평소처럼 물고기 퀴즈를 외치자 프로듀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합을 맞췄다.

이동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에도 나쁘지 않았으니 굳이 거절할 필요도 없었다.

피식 웃으며 프로듀서는 백미러로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옅은 물결이 치는 것처럼 보이는 푸른 빛깔의 머리카락과 한 쪽에 독특한 동그라미 형태로 묶인 헤어스타일이 그녀의 평소 스타일링이다.

거기에 이마 일부를 드러내도록 꽂은 핀이나 안고 있는 커다란 인형, 옷에 장식된 버튼 등도 물고기 형상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얼마나 물고기를 좋아하는 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주장이 강한 세팅이다.


"800m 이하의 심해에서 살고~ 머리에 있는 촉수 끝이 빛나는 이 물고기는 뭘까~여!"


"오늘은 쉽네? 초롱아귀지?"


"딩동댕이에여~ 초롱아귀는 촉수 끝에 있는 빛으로 유인해서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는대여~"


설명을 마치곤 뭐가 그리 좋은지 헤헤 웃으며 그녀는 품에 있는 물고기 있형을 꼭 끌어안았다.

자연스러운 그 행동에 묻어나는 귀여움은 프로듀서도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나나미. 오늘 일정은 기억하고 있니?"


"물론이에여! 니나랑 수족관에서 물고기 연극도 하고~ 미나미 씨나 요시노 씨랑 라이브도 해여!"


나나미의 말대로 오늘의 일정은 동선이 좋았다.

도심에 있는 수족관으로 이동해서 아이들을 위한 연극을 인형옷 꼬마 이치하라 니나와 함께 진행하고, 이어서 수족관 특설 무대에서 라이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듀서로서도 프로덕션 내의 다른 아이돌들과 만나는 김에 그녀들의 프로듀서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신참 축에 속하는 그는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이 나나미 뿐이었으니 노하우도 배울 겸 선배들과의 자리는 꼭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들 오랜만에 만나니까 기대되네여!"


"그렇네. 신데렐라 뮤직 총선거 이후로 다들 바쁘니까 말야."


"우움……. 이번에는 올라갈 수 있겠져?"


조금 불안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프로듀서는 용기를 북돋우려고 했다.


"나나미는 잘 할 수 있을거야! 첫 번째 팬인 내가 응원할게."


"조, 좋아여! 힘내보겠어여!"


가슴 앞으로 내민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시늉을 하며 나나미는 결의를 다졌다.

이제부터 복습하겠다며 눈을 내리깔고 휴대폰과 행사 개요를 정리한 노트를 꺼낸 나나미는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담당 아이돌의 기특한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프로듀서는 내비게이션으로 눈을 돌렸다.

수족관까지의 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다.

담당 아이돌이 힘을 내고 있으니 그 역시도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하며 액셀을 밟았다.


"나나미~ 곧 도착해."


"네에~"


눈길도 주지 않고 집중하고 있는 나나미는 대충 대답하면서 잡아먹을 듯 행사 순서나 멘트 등을 복기하고 있다.

수 분 내로 도착하니 그때까지 놔둬야겠다고 생각한 프로듀서가 다시 내비게이션으로 눈을 돌리려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

아베노 선배라는 이름이 표시되고 있었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오, 금방 받았네. 오는 중이냐?」


"네. 선배는 이미 도착하셨나요?"


「우리 요시노는 부지런하다구. 알아볼 것도 있어서 좀 일찍 도착했다.」


"대단하네요. 저희도 이제 수족관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어요. 좀만 더 가면 될 것 같네요."


「우리도 입구에 있으니 만나서 같이 들어가자고.」


"아. 이제 보이네요. 우와, 역시 요리타 씨 인기 많군요."


수족관의 주차장으로 진입하면서 정문을 바라보자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었다. 아마 요리타 요시노의 팬들이겠지.

전화를 끊고 주차장에 차를 세운 그는 나나미와 함께 정문으로 향했다.

수족관 규모가 꽤 큰데도 관계자 통로를 따로 만들어두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인파에 가까워졌다.

프로듀서는 나나미를 보호하면서 인파를 뚫고 선배인 아베노 프로듀서와 요시노가 기다리고 있는 곳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보안업체 요원들이 팬들과의 거리를 확보하고 있어서인지 돌발행동을 하는 팬은 없었다고 한다.


"잘 지냈냐? 별 일 없었지?"


"예, 뭐. 선배는 어떠셨나요?"


"아니~ 좀 바쁘긴 했지. 프로듀서로도, 다른 일로도."


네 사람이 함께 특별히 마련된 대기실로 향하며 안부를 나눴다.

사실 나나미와 요시노가 참가하는 라이브는 꽤 나중이라 앞 시간에 행사가 잡히지 않은 두 사람은 이렇게 빨리 도착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멀리서 행사를 마치고 바람같이 차를 몰고 있는 이치하라 니나와 그 프로듀서도 아직 도착하지 못한 시간이다.

그래도 아베노 선배가 허투루 움직일 일은 없다는 믿음이 있어 프로듀서는 의문을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저어, 요리타 씨?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시나요?"


"……오늘은 조금 조심하실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릴까하여."


"그, 그렇군요……."


뜬금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대개 요리타 요시노의 직감은 들어맞는 편이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오는 경우는 더 그런 편이다.

프로듀서에게일지, 나나미에게일지는 모르지만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듀서는 요시노의 주의를 마음에 새겼다.


아직 개장하지 않은 수족관의 조용한 복도는 아직 어둑어둑했다. 조명을 전부 켜지 않아서 그런지 저 앞에서 걸어가는 직원도 플래시를 켜고 있었다.

어두운 복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싼 수조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내던 나나미는 제1대기실이라 적힌 방을 발견했다.

앞에 아직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걸어가고 있어서인지 뛰지는 않았지만 제법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 나나미는 벌컥, 문을 열며 외쳤다.


"1등이에여!"


"그래, 그래. 나나미는 의상으로 갈아입어야 할테니 나는 여기서 기다릴게. 목소린 조금 낮추고."


"네에~"


사람이 적어서인지 앞을 나아가던 직원이 무심코 멈춰설 정도로 복도에 대화가 울렸다.

프로듀서의 주의에 나나미는 장난스럽게 대답하고는 대기실의 문을 닫았다.

제1대기실 옆의 벽에 기대어 프로듀서는 이제야 나나미가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던 수조에 눈길을 줬다.

문득 차에서 나나미가 낸 퀴즈의 정답이었던 물고기가 떠올랐지만 수족관에 심해어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역시나 수조에 있는 것은 보편적인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어종이 대부분이었다.

꽤나 큰 수족관이니 여기 말고도 볼거리는 많겠지만 말이다.


"으으음~! 자 그럼 선배 오늘 일정도 좀 체크를 해보죠."


"어, 그래. 그러자."


기지개를 쭉 켠 프로듀서는 선배 프로듀서에게 일정 체크를 권했다.

잠시 복도 쪽을 알쏭달쏭한 얼굴로 바라보던 선배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이야기에 집중해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는 프로듀서는 선배가 대화 중에도 계속해서 복도 쪽을 힐끔거리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  *  *


개장하기 전 어두운 수족관의 복도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는 직원이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희열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드디어 찾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노리던 표적을 발견했다.

스스로도 왜 집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몸은 처음 조우했을 때의 그 감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결국 못 참고 바깥 세상으로 뛰쳐나왔지만 그럴만한 보람이 있었다.

운 좋게도 아이돌이란 걸 하고 있어서 그녀의 소재나 지금의 모습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놈 저놈을 먹어치우면서 모은 정보로 오늘 여기서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다.

여긴 놈의 영역도 아니니 처음 그녀를 봤을 때처럼 방해가 들어올 일도 없을 것이다.

조금 성가신 것들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무리에서 떨어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제 사냥만이 남았다.


"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나나미"




작년에 본 코차 만화 때문에 써보고 싶었던거 길어져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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