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6시를 가리켰다. 오늘은 사장님도 없으니 이쯤에서 끝낼까.
"끄응~"
한껏 기지개를 켜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퇴근을 한 상태다. 나와 유키미만 빼고.
"유키미, 배는 안 고프니? 맞다, 점심을 늦게 먹었던가?"
"...응"
유키미는 소파에 앉아 페로와 놀고 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유키미 앞에 앉았다. 이미 일상처럼 된 행동이다.
딱히 별 일은 아니다. 유키미의 부모님은 맞벌이로 늦으실 때가 있어서 수요일마다 이렇게 사무실에서 잠깐 맡고 있는 느낌이 된 것이다.
덕분에 내 퇴근 시간은 늦어지지만... 뭐, 유키미랑 있으면 심심할 일은 없어서 불만은 없다. 어차피 끝나고 할 일도 없으니.
"유키미"
"응?"
유키미는 평소 같은 살짝 맹한, 그러니까 뭔가 무표정한 귀여운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부모님이 몇 시에 데리러 오신다고 했더라?"
"......8시"
"응, 아직 2시간이나 남았구나"
시간을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음... 뭐 갖고 놀 건 없나... 어린 애들 관심사는 잘 모르겠으니...
나는 트럼프 카드를 꺼냈다.
"유키미, 도둑잡기라도 할까?"
"도둑잡기... 둘이서 하면 재미없어..."
"그 그렇지..."
음, 맞는 말이다. 대화가 바로 끊겼다. 흠 역시 어린애는 힘들어.
나는 화제를 바꾸며 일어났다.
"그래, 목마르지 않니? 주스 마실래?"
"......응"
사무소 냉장고에는 오렌지 주스와 포도 주스가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있으니 넣도록 할까.
"오렌지 주스면 될까?"
"...응"
뭐, 나는 포도주스나 마셔야지. 나는 자리로 돌아와서 유키미 앞에 오렌지 주스를 놓았다. 아직 부모님이 오시려면 한시간 40분이나 남았네...
"......"
"응? 왜 그러니, 안 마시게?"
"...역시 포도주스가 좋아... 바꾸자..."
"어, 어? 왜 갑자기...?"
유키미가 또 맹한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나를 살피는 듯한 눈빛. 무심코 눈을 피하고 말았다.
"그래, 새로 가져올까? 난 오렌지 주스 못 마시니까..."
"...아까도 마셨으면서"
쿵쾅. 가슴이 뛴다. 어라...? 뭐야?
"유, 유키미...? 그냥 마, 마시면 안 될까?"
내가 말해놓도고 후회했다. 누가 봐도 완전 수상하잖아 이거. 그냥 새 주스만 가져오면 되는데. 실수했다.
"......"
유키미가 미소를 지었다.
쿵. 쿵. 쿵.
"...혹시 꼭 마셔야 할 이유라도 있는거야...?"
"유 유키미...?"
유키미가 내 옆에 꼭 붙어앉았다.
"......안 들켰다고 생각한 거야...?"
쿵. 쿵. 쿵. 쿵. 쿵. 쿵. 쿵.
"무슨...말이니...?"
"프로듀서님... 이렇게 매번... 수면제를 먹여서... 날 따먹고 있잖아......"
"아...?"
망했다.
내 인생은 끝났다. 들켜버렸다.
내가 주스에 탈 때 넣은 '가지고 있던 것'... 그건 바로 수면제였다.
"......항상... 주스를 마시면 졸려서... 궁금해서... 카메라를 설치했었어..."
"주스를 마시고... 내가 잠든 걸 확인하고선......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고선..."
쿵. 쿵. 쿵. 쿵. 쿵
"...안 들어가는 걸... 억지로 넣으면서... 헐떡이고... 후후... 어른이면서..."
"자, 잠깐 유키미... 그건 그...! 아 그게 아니라...! 아......!"
그러자 유키미는 내 곁에 딱 붙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번엔 여느 아이들처럼 웃음기가 가득한 표정을 짓고선, 마치 장난스러운 비밀을 속삭이듯이, 내 귀에 손을 대고. 속삭였다.
"......부탁했으면... 해줬을텐데..."
"......어...?"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하아...!! 하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유키미를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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