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바리

346 아쎄이들의 악기를 키우는 전통.

유닛 배치 받고 나서 선배들 앞에서 도넛을 그냥 입에 넣고 제대로 씹을 새도 없이 악으로 몇 봉지씩 삼켜야 한다.

철 모르던 아쎄이시절 나도 빙 둘러앉은 선배들 앞에서 등킨드나스와 각종 도넛들 거의 일곱봉지를 먹어야했고

까끌까끌한 도넛을 허겁지겁 물도 없이 계속 삼키느라 입천장이 까져서 계속 아렸다

세봉지째 먹는데 목구멍에 빵가루가 확 느껴지면서 삼킨 도넛들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위액섞인 도넛을 입에 물고 얼굴이 벌게져서 있는데

노리코 선배님이 호랑이처럼 달려와서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 붙였다

당연히 입에 머금고 있던 도넛 토사물은 바닥에 뿜어졌다

나는 그날 노리코 선배님께 반병신되도록 맞았다.

구타가 끝나고

노리코 선배님이 바닥에 떨어진 도넛 토사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먹어라"

"니가 선택해서 온 아이돌이다. 악으로 먹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토사물들을 주워 먹었고

노리코 선배님의 감독 하에 남은 도넛까지 전부 먹었다.

그날 밤에 노리코 선배님이 나를 불렀다

카라멜 두개를 물고 불을 붙여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니 토를 아무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 여기는 너희 집이 아니다. 아무도 니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주지 않는다. 여기 아이돌 업계에서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똥 대신 치우고 닦아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사는 거고, 그래도 실수를 했다면 니 과오는 니 손으로 되돌려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다시 먹으라 한거다."

"명심해라. 아이돌은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날 나는 약을 먹지 않고도 합피합피 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 그날 도넛 몇봉지에 아이돌 정신을 배웠고 아이돌 정신에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