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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빛 꿈앱에서 작성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30 18:59:24
조회 262 추천 17 댓글 7
														

1ebec223e0dc2bae61abe9e74683766d1f1464bef70608512ada9363546479eb330a44062cbca5e7116e40253b354c9864


당장에라도 무너질 듯 견고한 세상 속에서 냄새를 보고 소리를 맛본다. 꿈 속에선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깨어난 뒤에 깨어났음을 아쉬워할 수도 있고 깨어났음에 안도할 수도 있지만 그 모든 환상적인 경험을 조금이나마 기억에 담아 현실에서 곱씹어 보는 것도 충분히 즐길 만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런 꿈을 맛보고 있는 한 남자를 지켜보는 한 소녀가 있었다.



"후훗...... 프로듀서 씨...... 일어나세요......"

깜짝 놀라 책상에서 고개를 든 프로듀서 앞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눈 앞에 있는 일반적인 정보를 머리에서 처리하기까지 다양한 잡스런 의견들이 자꾸 끼어드는 바람에 평소라면 절대 내리지 않았을 괴상한 판단을 하는 감각에 빠진, 달리 말해 비몽사몽한 프로듀서는 잠깐동안 상황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지만. 그의 몸은 반복된 습관을 기억하기에 익숙한 동작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미소지었다.

"좋은 아침, 키리코"

키리코는 회답의 미소를 돌려주었고, 그제서야 프로듀서는 비몽사몽을 떨치고 눈 앞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그를 깨운 소녀의 이름은 유고쿠 키리코. 길다란 은빛 양갈래 머리를 하고 얼굴엔 사라지지 않는 상냥한 미소가 깃들어 있는 열 일곱 살짜리 소녀이자, 283 사무소의 아이돌로서 담당자인 프로듀서에겐 무궁한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외에도 항상 장신구처럼 두르고 다니는 이런 저런 비밀스런 붕대들이라던지 등등 머릿속에 다양한 주석들이 떠오르게 하는 소녀였다
익숙한 감각으로 돌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메모장을 집어들었다.

"오늘은 전에 말한 그 곳에서 라이브 공연하는 날이니까 키리코도 슬슬 준비하면 되겠다. 뭐 챙길 거 있으면 지금 챙겨 둬. 내가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 응? 무슨 일 있어?"

조용히 프로듀서가 하는 말을 듣고있던 키리코의 눈이 살짝 커졌다가 바로 눈꺼풀이 내려오면서 눈읏음을 자아냈다.

"역시 프로듀서 씨...... 바로 아시네요."

"함깨 지낸 지가 벌써 몇 년인데 그렇게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단 눈을 하면 바로 알지"

"후훗 그럼...... 프로듀서 씨는...... 어떤 꿈을 꾸셨나요......"

"꿈?"

"주무시면서...... 미소짓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들은 프로듀서는 잠깐동안 기억을 되짚어봤다.
방금 뭔가 꿈을 꿨었나? 하지만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의문의 꼬리를 물고 올라온 의문도 살펴봤지만, 아무데서나 자주 짧게 잠드는 탓에 그럴 기회가 많았음에도 꿈을 꿔본 기억 자체가 없었다.
프로듀서는 왠지 들은 질문 이상으로 당황스러운 결론에 도달했지만 키리코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내색 없이 대답했다.

"글쎄... 아무런 꿈도 기억나지 않는데"

프로듀서가 별다른 내색 없이 말했기에, 키리코도 별다른 내색 없이 말했다

"분명...... 즐거운 꿈이었을 거에요......"

"즐거운 꿈?"

"기억나지 않아도... 프로듀서님을 미소짓게 한... 즐거운 꿈을 꿨을 거에요..."

프로듀서는 그저 내가 꿈을 안 꾸는 체질인가보다 생각했었지만 키리코의 말을 듣고 딱히 부정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점점 그 말이 더 들어맞는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떠올려보면 심각한 정도는 아닐지라도 꽤나 불편할 법 한 기면증세였지만 불쾌하다 느껴진 적은 없었다.

'즐거운 꿈이라... 키리코가 그렇게 말하니까 쭉 그래왔던 기분이 드네. 꿈 속세서도 나를 즐겁게 해준 건 키리코가 아니었을까...'

프로듀서는 잠들 때마다 그를 미소짓게 하는 즐거운 꿈을 꿨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햇빛에 기대어 사는 모든 이들을 인도하던 태양이 작별 인사로 남긴 석양빛은 그와 함깨 하루를 보냈던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쓸쓸함과 함께 귀가의 욕구를 촉진시킨다. 석양과 함께하는 귀갓길이 기분 좋은 것은 하룻동안 우리 머리 위에서 함께하던 태양이 색체로 보낸 작별인사에 행동으로 대답하는 인사 나눔의 즐거움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프로듀서가 석양을 보며 느낀 즐거움에도 그런 작별의 즐거움이 일부 섞여있었지만, 프로듀서는 다만 그것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귀갓길에 있어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기원이 성가신 일들을 뒤에 두고 가는 일에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에겐 그다지 관계 없는 이야기였다. 프로듀서로서의 일이 쉽고 여유로운 건 아니었지만 그에게 그 일은 모든 고생이 가치있다 느껴질 만큼 소중했기에 성가시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의 즐거움은 작별에 기원하고 있지 않은 셈이니, 그를 미소짓게 하는 건 뒤에 두고 온 것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집 앞에 도착한 프로듀서는, 문을 열면서 그 소중한 것을 향해 인사했다.

"다녀왔어, 키리코"

어느새 문 앞까지 나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키리코가 상냥한 미소를 가득 담아 그 인사에 답했다.

"다녀오셨어요...... 여보......"

허리까지 내려오는 포근한 느낌의 은빛 생머리, 미소에서 새어나온 사랑스러운 상냥함이 결정을 이룬 듯한 그 모습을 보며 프로듀서는 세상의 색채가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알고 문 앞에 나와있던거야? 오늘은 조금 늦는다고 연락했는데, 설마 쭉 기다린 거야?"

"아니에요...... 걷는 소리를 들은거에요......"

"걷는 소리?"

"네...... 타악 탁... 타악 탁......"

프로듀서는 키리코가 말하는 자신의 걷는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봤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걸음 소리랑 어떻게 구분되는지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러면 곧...... 당신이 문을 열어요...... 후훗......"

미소짓는 키리코를 본 프로듀서는 이번에도 방법 같은건 더이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하고, 느낀 감동만 솔직히 말했다.

"내 걸음걸이까지 기억해주다니, 이렇게 사랑해주는 아내를 둔 난 행운아야. 행복해"

"저 역시...... 당신이랑 결혼해서...... 행복해요......"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도 충분히 낯간지러운 말임에도 둘 중 누구도 당황하는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신혼때의 설레임이 그대로 굳어져 익숙함이 되어버린 이들 부부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일 뿐이었다.
이 세상에 서로가 곧 전부라고 믿고 있는 듯한 두 사람에게 그 외에도 무언가 있다며 촉구하는 전자음이 들려왔다.

"전자레인지인가?"

"후훗...... 저녁밥 씨가 다 데워졌어요......"


저녁식사가 끝나고, 식탁을 정리한 프로듀서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키리코를 불렀다.

"키리코, 이리로 와 줄래?"

키리코가 프로듀서가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오자 프로듀서의 팔이 부드럽게 키리코를 끌어당겼다. 프로듀서의 팔에 이끌린다기보단 프로듀서의 가슴에 이끌리듯 끌려들어간 키리코는 살짝 당황한 투로 말했다.

"저기...... 설거지...... 해야하는데......"

"설거지 정도야 내일 해도 되잖아. 지금은 여기 이 게으름뱅이 씨랑 어울려 줘."

노곤함이 가득 담긴 말을 내뱉은 프로듀서의 옆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훗...... 게으름뱅이 씨의...... 다음 일정은 무엇인가요......"

프로듀서는 키리코가 기대고 있지 않은 팔을 움직여 오래된 메모장을 꺼내더니 대충 살펴보는 시늉을 했다.

"게으름뱅이 씨의 다음 일정은... 키리코와 노닥거리며 게으름피우는 것입니다."

"후후훗...... 조금 다르네요......"

"다르다고?"

"지금 게으름뱅이 씨와 노닥거리고 있는 건...... 그를 사랑하는...... 또 다른 게으름뱅이 씨에요......"

"하하 확실히 그러네"

"어떤 것이 되더라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니까......"

프로듀서는 잠시 그 말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둘이 함께 있는건 당연하다 못해 영원불멸한 진리였음에도 새로운 감동을 받는 것 같은 두근거림이 가슴 속을 채우는 것이 느껴졌다. 늘 그래왔듯 온 세상에서 단 한 명만이 그에게 구사할 수 있는 사소한 기적이라 받아들인 프로듀서는 품 안의 기적을 향해 미소지었다.





"후훗...... 재밌는 얼굴......"

프로듀서의 눈 앞에서 키리코가 웃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그 웃음이 참 보기 좋다는 사실이었다. 재밌는 얼굴이라니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이 궁금했지만 키리코와 프로듀서는 마주보고 있을 뿐...

"...내가 또 졸고 있었나?"

"네...... 헤벌쭉 한 표정으로......"

"헤벌쭉...?"

불확실했던 것들이 점점 확실하게 다가왔다. 이제 프로듀서는 키리코가 무대의상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있는 자리는 라이브 무대 뒤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 프로듀서의 얼굴이 붉어졌다.

"미안, 이렇게 중요한 날에 또 잠들어 버렸네...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라이브를 앞두고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는 중에 잠들어버린 프로듀서를 지켜보고 있던 키리코는 프로듀서의 사과를 듣고는 미소를 풀지 않은 채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훗...... 괜찮아요...... 프로듀서 씨가 정말 행복해 보였으니......"

급하게 메모장을 살펴보던 프로듀서의 눈이 다시 키리코를 향했다. 아직 약간의 대화에 할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겠다고 판단한 그가 말했다.

"행복? 아, 좀 웃길 정도의 얼굴을 하고 있었댔지..."

"네...... 이번엔 어떤 꿈을 꾸셨나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작이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프로듀서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도 그렇고... 기억이 안 나는데.
별다른 꿈 같은건..."

기억이 나는 건 곧바로 마주한 키리코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광대뼈 부분이 조금 저릿한 느낌이 드는 정도였다.
프로듀서는 그 생각과 키리코의 말을 이어보니까 그녀를 앞에 두고 입꼬리를 광대 가까이 올린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의 꼴불견인 모습이 떠올라 아까 전보다 훨씬 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이런 모습까지 보였으니까 기억이 안 나도 뭔가 꿈을 꾼 거 같긴 하네."

"어떤...... 꿈이었을까요......"

"글쎄? 행복한 꿈이라... 키리코가 최고의 아이돌이 된 꿈이려나. 말장난 같지만 그게 지금 나의 꿈이니까."

"프로듀서 씨......!"

스스로도 살짝 낯 뜨거운 이야기를 했다는 자각이 있던 프로듀서는 쑥스러워 하는 키리코의 반응을 예상했지만 그녀의 반응은 달랐다.

"그럼...... 꿈 속에서도 함께 있던 거네요......!"

예상 못 한 말이라서 그럴까, 프로듀서는 키리코의 말이 자기 안의 무언가를 건드려 뜨겁게 울려퍼지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느낄 수 있던 것은 울림에 의한 떨림 뿐이었기에 그 무언가를 확신할 수가 없었다.
잊어버렸단 것을 깨달았을 때의 상실감이 서서히 밀려오는 것을 느꼈지만 무엇을 잊어버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다음엔......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무대 쪽으로 멀어지는 키리코를 배웅하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프로듀서는 다음엔 키리코에게 꿈의 내용을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그녀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역마살이 붙은 떠돌이라 하더라도 하루를 시작할 때 맞이하는 천장 중에 익숙한 천장이 있기 마련이다. 그 천장의 종류나 가짓수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태지만, 익숙하단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감,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루한 정체를 피해 새로운 천장을 찾아 해매기도 하고 두려운 변화를 피해 익숙한 천장을 지키기도 한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또 다시 맞이하는 익숙한 천장을 저주하며 침대 밖으로 몸을 옮겼다. 한창 꿈을 키워갈 나이에 장기입원이라니, 바깥의 화창한 햇살을 가리는 입원실의 커튼을 짜증스럽게 걷어냈다.
햇살과 바람을 더 느끼고 싶은 그의 발길은 그를 옥상으로 안내했다. 살짝 높은 위치에 있는 병원이라 옥상의 탁 트인 전경은 프로듀서가 최근에 찾은 이 병원에서의 몇 안 되는 즐길거리였다.
  넓은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고 계단을 올랐지만, 프로듀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바람을 느끼고 싶은 구름의 일부가 스스로를 조각내서 바람을 즐기고 있는 듯 한 흰색의 시트들을 봤을 때, 처음에는 그저 병원에서 빨래를 하는 날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는데, 분명 아직 비어있는 빨랫줄이 많았지만 다른 사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긴 했지만 그의 예상보단 조금 낮은 곳에 있었다.
젖은 시트를 옮기고 있는 작은 소녀를 발견한 프로듀서가 말을 걸었다.

"내가 좀 도와줘도 괜찮을까?"

"앗...... 네..... 감사합니다......"

앳된 느낌이 강조되는 듯한 짧은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은빛 머리가 어쩐지 품에 안고 있는 시트와 어울린다는 등의 사소한 생각을 떠올린 프로듀서는 시간이나 좀 때운다는 감각으로 시트를 집어 올렸다.

"왜 시트를 널고 있던 거니? 설마 직원인건 아닐태고"

"아...... 저..... 그게......"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듯한 소녀를 보며 프로듀서는 좀 소심한 아이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괜히 아이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을 전혀 원치 않았던 그가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을 꺼내려 할 때 소녀가 대답했다.

"햇님 씨의..... 냄새가...... 좋아서....."

"...냄새?"

"네...... 햇님 씨......"

어른들의 일을 돕는 착한 아이의 대답 정도를 생각했던 프로듀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태양을 바라보니 유달리 따사로운 것이 뭔가 진짜 냄새도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기에 눈을 감고 살짝 코를 벌름거려봤더니 냄새가 아닌 소리가 느껴졌다. 눈을 뜨고 웃음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니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소녀가 보였다.

"죄...... 죄송해요......! 비웃은 게 아니라......"

별 일도 땀이 삐질삐질 나오는 것이 보인다고 착각할 정도로 당황에 빠진 소녀를 본 프로듀서는 덩달아 당황해서 허겁지겁 소녀를 진정시켰다.
나름대로 웃기려고 한 행동에 웃어서 미안하단 소리를 들을 줄이야. 사교성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던 그였기에 쳐진 분위기에 조금 억울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그... 뭔가 어려운 거라도 있니?"

왠지 그렇게 두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착한 아이가 의기소침한 걸 보고 떠오른 측은지심일까? 프로듀서는 눈이 동그래져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이 소녀가 보다 자유롭게 웃을 수 있기를 원했다.

"나는 널 잘 모르지만...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혹시 고민이 있고 내가 도와줄 수 있다면..."

무슨 횡설수설을 하고 있는 걸까. 프로듀서는 눈 앞의 소녀가 질려버려서 도망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았다.

"모두 다...... 날아가 버릴까봐...... 무서워요......"

"날아간다고?"

"파파가...... 환자분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
힘든 기억이지만...... 활기차게 지내다 보면...... 전부 날아가서...... 전부 떨쳐내고 잊게 될 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날아가서...... 저 혼자 남는게 무서워요......"

그 말은 차분히 듣고있던 프로듀서는 이해했다. 이 아이에겐 기억들이 마음에 붙은 모래알 같은 거라서 마음을 조심스럽게 쓰지 않으면 소중한 기억들도 전부 마음에서 떨어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허무맹랑한 공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말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익숙하니까.'

순간 프로듀서는 뭔가 잊고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누구지? 흩어지는 기억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까 살짝 혼란스러웠던 것 같았다.
떨어져 나가는 걸 두려워하는 소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생각하며 애용하던 메모장을 만지작거리던 그의 눈에, 누군가가 두고 간 듯한 작고 깨끗한 붕대가 보였다.

"그럼 내가, 날아가지 못 하도록 붙잡아두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붙잡아두는...... 방법......?"

"응, 일단 마음속으로 잊고싶지 않은 것을 떠올린 다음, 그걸 몸 어딘가에 적어보는거야."

소녀가 왼손을 들어 오른팔에다 뭔가를 조심스럽게 적는것을 본 프로듀서는 붕대를 풀어내면서 말했다.

"오른팔을 줘 볼래? 그게 날아가지 않도록 도와줄게."

프로듀서는 소녀의 오른팔을 받아 조심스럽게 붕대를 감아주었다.

"자, 이러면 날아가지 않고 곁에 있겠지?"

자신의 오른팔을 보던 소녀의 눈이 커지더니 고개를 들어 프로듀서를 보았다. 프로듀서도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자 소녀는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네...... 확실히......!"

"붕대는 몸에서 중요한 것들을 떠나가지 않게 붙잡아주는 일을 해주니까, 분명 마음에서 중요한 것들도 붕대로 붙잡아두면 마음 속에 자신만의 자리를 잡고 떠나가지 않을거야."

소녀는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프로듀서는 그 미소를 보면서 따뜻한 만족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난 그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이 길을 택한 거야.'

그녀의 미소만큼 그에게 만족감을 주는 건 없었기에, 어디서든 그의 꿈은 같은 것을 향하고 있었다.

"고마워요 붕대 씨......! 그리고......"

이제 프로듀서는 자신이 꿈꾸는 것을 알 거 같았다. 왜 꿈을 꾸는지, 왜 꿈을 원하는지, 왜 꿈을 이루는지.

"고마워요...... 프로듀서 씨......!"

"천만에, 키리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함성 소리도 들려왔다. 분명히 함성 소리가 훨씬 크고 시끄러울 텐데, 어쩐지 노랫소리만이 선명하게 스며들 뿐이고 함성 소리는 잔잔하게 깔리는 배경음 같았다. 아마 함성을 지르고 있는 이들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키리코는 프로듀서의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하지만 곧 프로듀서는 조금 다른 점을 깨달았는데 키리코가 프로듀서의 앞에 있는 무대에서 노랫소리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안 뒤에는 자신의 상황을 쉽게 자각할 수 있었다.

'진짜 구제불능으로 잠드는구나... 나...'

자책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프로듀서는 눈 앞의 무대에 집중했다. 키리코의 동작과 음정은 안정적이었고 그 외에도 문제 될 요소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꿈... 얘기해달라고 했었지...'

키리코가 무대에 오르기 전에 프로듀서의 행복한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고 했던 말.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 꿈을 꾼 것 같긴 했지만 내용은 쉽사리 떠오를 것 같지가 않았다.

'뭔가... 도움 될 만한 것이...'

습관처럼 메모장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뻗은 프로듀서는 주머니가 비었단 것을 깨닫고 당황했다. 어디선가 떨어뜨린 걸까? 손을 움직여 다른 주머니들을 뒤져봤지만 별 다른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팔로 누군가와 부딫혔기에, 경황 없는 와중에도 그 누군가를 향해 사과하려고 몸을 돌린 프로듀서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혹시...... 이걸...... 떨어뜨리셨나요......"

키리코가 프로듀서의 메모장을 들고 서 있었다. 오늘 아침에 본 모습 그대로 조심스럽게 메모장을 건네는 그녀를 보며 그는 극심한 혼란 속에 빠졌다.

"키... 키리코....? 하지만 저기..."

무대를 돌아본 프로듀서는 무대 위의 키리코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느새 노래도 춤도 멈추고 마이크를 꼭 쥔 채로 프로듀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대 위의 키리코가 마이크를 들었다. 어쩐지 마음 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네...... 저는...... 여기 있어요......]

프로듀서는 두 키리코를 번갈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문득 가까이 있는 키리코가 내밀고 있는 자신의 메모장을 받아들었다.

"이건... 이러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떨리는 손으로 메모장을 펼쳐 본 프로듀서는 스케쥴을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메모장은 텅 비어있었다.
프로듀서는 공연이 멈춰버린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관객석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관객석은 텅 비어있었다.
프로듀서는 이 건물의 공연장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시설을 점검하려 했다
하지만 건물은 텅 비어있었다.

[처음부터...... 프로듀서 씨랑...... 저 뿐이었죠......]

프로듀서는 꿈을 떠올렸다.
어쩐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었다.
사실 그건 거짓말이었다.
그는 꿈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전부... 전부 다...?"

프로듀서의 눈이 키리코를 향했다. 어자피 그가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키리코밖에 없었지만.

[프로듀서 씨는...... 어떤 꿈을...... 꾸셨나요......]

"나는... 나는 뭘 해야 하지?"

뭘 해야 할 지 알 수 없던 프로듀서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내가 프로듀서가 맞긴 한 건가?"

자신을 모르겠는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나는... 나는 대체 뭐란 말이야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울부짖었다.


그 때, 옆에서 햇살의 향기가 흘러들어왔다. 눈부시고 따스한 냄새를 맡은 그는 그 향기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병원 옥상 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새하얀 시트 사이에서 어린 소녀가 있었다.

"당신은...... 제가 잊고 싶지 않은 사람......"

햇살이 떠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애잔한 느낌이 드는 노을빛의 소리에 매료된, 키리코가 잊고 싶지 않아하는 그 사람은 고개를 돌렸다.
편안한 그의 집의 소파 위, 그의 팔에 기대고 있는 사랑스런 여인이 있었다.

"당신은...... 어떤 것이 될 지라도...... 저와 함께 할 사람......"

키리코와 영원히 함께 할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키리코가 책상 앞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리코가 무대 뒤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리코가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저의...... 프로듀서 씨에요......]

키리코의 프로듀서는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이제 많이 편안해보였다.

[프로듀서 씨는...... 행복한 꿈을...... 꾸셨나요......?]

프로듀서는 곧바로 대답하려고 했지만, 문득 어떤 것을 느꼈는지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입을 조금씩 움직이면서도 목에서 소리가 나오는 것을 억누르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프로듀서는, 문득 그를 향한 시선을 느꼈다.


프로듀서의 앞에서 그를 깨우던 소녀가 미소지었다.

프로듀서의 품 속에서 노닥거리던 아내가 미소지었다.

프로듀서의 재밌는 표정을 보던 소녀가 미소지었다.

프로듀서가 붕대를 감아준 어린 소녀가 미소지었다.

프로듀서가 키워낸 아이돌이 무대 위에서 미소지었다.


​프로듀서는 은빛이 상냥하게 너울지는 듯한 그 미소가 정말로 좋았기에, 키리코의 질문에 대답했다.



프로듀서는 눈을 떴다.​







은빛 꿈 끝.




빵갤대회도 참가하고 싶어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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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24 - -
AD 8번째 엘다인 등장. 영원의 메아리 리뉴아 업데이트 운영자 24/06/27 - -
1916019 지반공 강간범중에 fes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6 0
1916017 그런데 나라현 사람 성격좋데 [2] 리을x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4 0
1916016 개정신없넼ㅋ [2] 로로로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4 0
1916014 성능충있음? [6] ㅇㅇ(121.144) 22.07.05 58 0
1916013 NTR 대부분 전개가 너무 불합리함 [6] 빗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61 0
1916012 고닉 민들레 구속 [4] ㅇㅇ(223.33) 22.07.05 96 4
1916011 @갤 페도여러분껜 가끔 죄송함을 느낌 [5] 설탕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0 0
1916009 튜닝의 끝은 순정이듯이 에로의 끝도 순애이다 [2] 9.8066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0 0
1916008 왜 아직도 윾키미 아닌 것 같노 [3] ㅁㅁ(121.164) 22.07.05 68 0
1916007 저어 최근에 놀란게 ㄹㅇ 롤프로처럼 생긴 남자여자봄 [4] Pp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9 0
1916006 후 보추공주 볼때마다 귀여워죽겠네 [1] ㅁㄴㅇㄹ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2 0
1916005 진짜 카톡 쓸때마다 개조센 좆같은게 느껴짐 [5] ㅇㅇ(116.36) 22.07.05 67 0
1916002 제 이상형 외모는 일단 이마를 까야함 [4] 보라색맛홍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3 0
1916001 궁금한건데 길티크라운 애니가 그렇게 씹망작이야? [3] 이제제발그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9 0
1916000 님들 저 게임삿음 [5] 제리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3 0
1915999 어제 뭘 봤길래 사형당할뻔한 꿈을 꾼거지ㅅㅂㅋㅋㅋ [3] 루카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0 0
1915998 저어도 ntr 별로 안좋아하는대 가끔 보면 좀 스파이시한 맛이 잇음... [4] guybras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0 0
1915997 투디취향 현실에 어떻게 투영함 [2] 리을x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41 0
1915996 NTR특 [1] ㅇㅇ(223.33) 22.07.05 47 0
1915994 보추가 여장하고 접근해서 NTR하다가 암컷타락 [3] Perus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7 0
1915993 제 이상형은 순수한데다 뭐든사랑해주는 넘치는 마음에 [8] 이브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7 0
1915992 미나미 하피네스 솔로 너무 커여운데 [1] 비터스윗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0 0
1915991 재감염 증상약하다는거 사실이 아니었네 [4] 체리푸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103 0
1915990 아 븅신겜 450하면서 오토 0개뜬거 실화인가 [1] 루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17 0
1915989 아야카 이건 진짜 누구세요급이네 [2] 비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1 0
1915988 '우리 옆집 사모님' 만화가 NTR 원천 차단했었지 ㅋㅋㅋ [5] ㅇㅇ(125.186) 22.07.05 135 0
1915987 숏컷에 보이쉬한여자가 취향인데 [2] ㅇㅇ(1.11) 22.07.05 55 0
1915986 저어도 이상형이 거짓말 못하는 순수한 처녀라 [4] Pp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0 0
1915985 무료연 ㅋㅋㅋㅋㅋ 루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25 0
1915983 밀리시타에 소프맙 배경 돌아왔음 좋겠다 ㅇㅇ(223.62) 22.07.05 22 0
1915982 야로나 18000명이네 [4] 체리푸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6 1
1915981 NTR남 암컷화 시키는거 그거있는데 [4] ㅇㅇ(211.234) 22.07.05 45 0
1915979 히나나한테 강간게임당하고싶다 설탕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0 0
1915978 귀염둥이 고양이수인 맘마주새여 애옹 [1] 퓌이이터(118.235) 22.07.05 14 0
1915977 유치원복 입은 소노다 보고 싶다 [1] ㅁㄴㅇㄹ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26 0
1915975 지메 천만 입갤ㅋㅋㅋㅋㅋ [6] 전자전장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8 0
1915973 미육의향기라는게 아줌마가 자기 강간하라고 [4] 랑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92 0
1915971 미육의 향기라는 에로게 좀 기분나빴음 [8] 9.8066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104 0
1915970 체리 코한짤 [1] ㅇㅇ(118.235) 22.07.05 59 1
1915969 토마스파티가 뭐야 [3] 12월단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63 0
1915968 이상형=어머니가 되어 줄 수 있는 여자 [1] 보라색맛홍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4 0
1915967 토마스파티 강간확정 한국이 월드컵 우승하는이유 [2] fes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82 0
1915966 배가아프고 열이나 [1] 키리탄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15 0
1915965 이거시발개꼴리게 그려놓고 후타나리보빔ㅋㅋㅋㅋㅋ [1] 특별한시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62 0
1915964 씹타 재미없어서 울었어 [1] 루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22 0
1915963 미드 정글 오픈함 ㅅㄱ [2] 키리탄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0 0
1915962 아 배고파 뭉눅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11 0
1915961 히지리망가가 보고싶어요... ㅇㅇ(175.123) 22.07.05 17 0
1915960 체리 코한짤 주실분 [2] 쿨계메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50 0
1915959 꽉끼는옷 쵸코 미쳤겠다진짜 특별한시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7.05 3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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