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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회] 내일은 기념 라이브

대회듀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29 12:34:56
조회 247 추천 16 댓글 6
														

오늘은 시어터의 1주년을 기념하는 전야제 날이에요.

전야제 무대에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정말정말 기뻤어요!

그리고, 그리고 끄응…….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의 전구색 불빛에 의지한 채 소녀는 일기를 써내려가며 머리를 싸맸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나머지 글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잡스러운 말을 적어나가는 것이 또한 그녀다운 일이리라.

오늘은 그녀가 일하는 시어터의 1주년 전야제 무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참이었다.


"음~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정리가 왜 안될까요?"


휴대폰 너머의 상대에게 솔직하게 일기의 진척에 대해 털어놓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한바탕 웃음소리가 흘러나온 뒤 휴대폰의 스피커에서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조언이 들려왔다.

제법 늦은 시간이었기에 통화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폐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이 사실을 안다면 자연스레 양손을 허리에 댄 채 한 마디 하는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다른 친구는 부럽다고 할 것 같지만.


"그럼 그냥 있던 일을 순서대로 적어볼까요?"


"가장 쉬운 방법 아닐까?"


"그런가요~ 데헤헤."


타닥 거리는 키보드의 소리가 들려오면서도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빙구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사각거리는 샤프의 소리와 키보드의 타격음만이 들리는 고요한 시간이 이어졌다. 조용하지만 편안한 분위기에 자꾸만 소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분홍색 수면잠옷 차림의 소녀는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귀여운 글씨체를 유지한 채 일기를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미라이. 벌써 1년이구나."


"저도 꿈만 같아요~ 프로듀서님."


"내일 무대 괜찮겠니? 아니, 물어볼 필요도 없겠구나."


"기운 100%입니다! 헤헤."


영상통화도 아닌데 저도 모르게 양 손으로 불끈, 하는 포즈를 취한 미라이는 다시 웃음을 지으며 일기의 마지막 줄을 적었다.

미라이의 기분은 최고였다. 좋아하는 아이돌 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프로듀서와도 이렇게 가깝게 지내면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아, 다 적었어요!"


"잘했어. 이제 슬슬 잠들지 않으면 내일 일정에 지장이 갈 거야."


"알겠습니다~ 프로듀서님도 잘 자요."


"미라이도 잘 자렴. 아, 그렇지.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통화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미라이는 침대로 뛰어들었다. 장난스러운 그 동작도 짜낸 것처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어울린다는 것이 그녀의 강점 중 하나일 것이다.

누워서 돌이켜보면 그녀에겐 최근 너무나 행복한 하루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비일상은 갑자기 그녀에게 불쑥 찾아왔다.

말 그대로 눈을 감자마자 즉시.


"카스가 미라이. 멀티버스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갑자기 어두운 과수원에서 눈을 뜬 미라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우와앗! 타카네 씨! 어떻게 이 시간에 저희 집에? 아니 여기는 어디에요?"


미라이와도 면식이 있는 은발의 그녀는 보랏빛 스툴을 두르고 무표정하게 미라이를 응시했다. 조금 오싹할 정도로.

그제서야 미라이는 이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란 사실을 인지했다.

아마 이 앞에 있는 사람도 타카네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되었지만 쥐어짜내듯 그녀에게 질문했다.


"멀티……버스가 뭔가요?"


"평행세계같은 것일까요."


"평행세계?"


갸우뚱하는 미라이를 보며 과연 무표정하던 타카네도 살짝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여기 있는 당신과는 다른 또 다른 세상의 카스가 미라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론입니다. 아니, 사실이지요."


"에엣! 저 말고도 또 제가 있다고요?"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런 일들이 모두 성립한 세계들이라고 보아도 좋겠군요."


"저기……그런데 왜 그걸 저에게? 타카네 씨는 어떻게 여기에 온 건가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미라이와 타카네의 형태를 하고 있는 여성은 가만히 서로를 응시했다.

미라이는 답을 구하기 위해, 타카네의 모습을 한 그녀는 마치 미라이의 가치를 재려는 것처럼.

이윽고 침묵을 깬 쪽은 타카네의 모습을 한 여성이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시어터에 깃든 혼. 극장의 혼 정도라고 부를 수 있겠군요."


"에엣!"


극장의 혼이라는 정체에 깜짝 놀란 미라이는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다대며 당황했다. 유령 아니야?


"그런 잡스런 존재와는 비교하지 마십시오, 카스가 미라이."


"죄, 죄송해요~"


조금 불쾌한 표정을 짓는 타카네의 얼굴은 박력이 있었다.


"그런데 왜 타카네 씨의 모습인가요?"


"아직은 이렇게 누군가의 겉모습을 빌려서만 그대들에게 접할 수 있어서 말이지요."


타카네의 은빛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작거리는 극장의 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어차피 깨어나면 당신은 기억할 수 없겠지만, 이건 꿈이면서도 꿈이 아닙니다."


"극장의 혼 씨, 저는 내일 1주년 기념 라이브를 해야하는데요……."


"아, 그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스가 미라이."


"앗, 네네!"


상대방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저도 모르게 미라이도 마주 고개를 숙여 서로 감사를 표하는 형태가 되었다.

잠시 후 고개를 든 극장의 혼은 저벅저벅 걸어서 근처에 있는 사과 열매를 따 미라이를 향해 내밀었다.


"저……감사하지만 배가 안 고파요."


"먹으라는 게 아닙니다."


그대로 바닥으로 사과를 떨어뜨리자 마치 사과나무가 빠르게 성장하듯 무언가가 쑥쑥 자라났다.

그 모습을 본 극장의 혼은 옅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감사의 의미로 다른 세계의 당신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선했습니다. 과거, 미래, 혹은 전혀 다른 세계일 수도 있지요."


놀람의 연속으로 입을 떡 벌린 미라이를 둔 채 자라던 사과나무는 어느새 몸체의 중앙에 커다란 공동을 형성했다.

조금 두려움에 떨며 지켜보고 있자니 검을 들고 있는 경장비의, 아니 오히려 노출이 심할 정도의 여전사가 사과 나무에서 걸어나왔다.


"여긴? 이제 막 여행을 떠났을텐데 왜 이런 곳에?"


"무, 무슨 옷을 입고 있는 건가요 정말~"


"어라, 나? 아니. 나는 여기에 있는데? 응?"


갑작스러운 조우에 미라이도, 상대방도 적잖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큭큭거리며 작게 웃음을 터뜨린 극장의 혼은 지금의 상황을 소개했다.


"헤~ 그런 일이 가능한거군요. 그치만 레벨 1인 햇병아리 용사가 뭘 줄 수 있을까요? 아니, 제가 받는건가요?"


"으에, 줄 수 있는 건 없다구요. 보다시피 잠옷차림인걸."


"잠시 이야기나 나누고 계십시오. 저는 마저 할 일을 할테니."


뭔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서로 생각하는 것을 우습다고 여기며 극장의 혼이 손을 여기저기로 휘젓자 수많은 사과들이 공중을 날았다.

그 모습을 본 용사 미라이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혹시 고명한 마법사셔?"


"으응~ 그거랑 비슷한건가?"


손가락을 턱에 대며 미라이는 극장의 혼을 설명할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그렇다고 진짜 유령이라고 말하면 화낼 것 같고.


"말해두지만, 카스가 미라이. 당신의 속은 다 보이고 있습니다."


"엣!"


"에엣?"


"용사가 아닌 쪽 이야기였습니다만……."


이마를 짚은 극장의 혼은 다시 손을 휙 휘저어 일정한 간격으로 사과를 땅에 심었다.

그녀의 손놀림에 따라 계속해서 사과가 날아다니고 쑥쑥 자라는 모습은 조금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어쨌든 당신의 심성을 보아 대개 당신들 모두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그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린 타카네는 사과나무의 차원문을 열었다.


"어라? 마왕성에 겨우 도착했는데 왜 갑자기 이런 곳에?"


"우왓!"


"저기, 나랑 같이 가자! 분명 즐거울거야!"


"에에!"


"아니 탈옥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저 감옥에 가나요!"


정신없이 등장하는 각 세계의 카스가 미라이들이 나타나자 일일이 놀라는 미라이를 보며 극장의 혼은 쓴웃음을 지었다.

잠깐의 혼란이 이어진 후 그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리자 극장의 혼은 슬쩍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다행이다~ 그럼 시어터는 5년은 거뜬하다는거군요."


"응! 아이돌은 즐거워. 데헤헤."


"그리고, 그리고……."


다른 세계의 미라이, 미래의 미라이와 현재의 미라이가 대화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  *  *


"……?"


햇빛이 창을 뚫고 들어와 미라이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자 그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잠깐동안 멍하니 몸을 일으킨 채로 있던 그녀는 잠들기 전 스스로 충전시켜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으아아앗! 늦었다!"


프로듀서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몇 통, 그리고 친구인 이부키 츠바사로부터 한 통, 모가미 시즈카로부터 십 수 통의 전화가 걸려와있었다.

시간적으로 맞출 수는 있겠지만 서둘러야 했다.

어쨌든 1주년 기념 라이브에 늦을 수는 없으니까!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달려나온 미라이는 입에 식빵을 문 채 문밖으로 나와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할 일은 하나. 주년 기념 라이브.

어쩐지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시어터를 향해 미라이는 힘차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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