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전에 용기 내서 오티, 신입생환영회, 새터 다 갔지만 늘 그렇듯 친구는 하나도 못 사귀고 입학했음. 그러던 도중에 3월 말쯤이었나? 새터 때 방 같이 썼던 A라는 동기가 자기 친구 B, C랑 일일호프 행사 같이 가자고 카톡을 보내왔음. A, B랑은 새터 때 같은 방이었어서 얼굴은 아는 그 정도 관계임. C는 A의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나랑은 초면.

거절 못하고 나가긴 했는데 역시 혼자 겉돌았음. 대화 이어가기도 어렵고, 애초에 친하지도 않은 동기들이랑 할 얘기도 없고. 그렇게 술 먹다가 같이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어디 톡방에 올린다고 하더라. 난 그게 뭐하는 방인지 모르니까 A가 나를 그 방에 초대해줬는데, A, B, C랑 D라는 그 자리엔 없었던 동기가 있는 톡방이었음. 아마 원래는 A, B, C, D 넷이서 가려고 예약해뒀는데 D가 사정이 생겨서 아무나 부른 게 나였겠지? 아무튼 뭐… 노래방 갔는데 아는 노래도 없어서 쩔쩔매고, 온갖 개찐따같은 티는 다 내고 돌아왔음.

문제는 그 톡방임. 나 혼자 겉도는 거 보고 나름의 호의로 초대해줬을텐데 차마 다음 날 바로 나가버릴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어쩌다 보니 안 친한 동기 셋, 이름도 처음 들어본 동기 하나가 있는 단톡에 지금까지도 계속 꼽사리 껴있는 상태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가기가 힘들더라. 말 한 마디도 없이 몇 주나 방에 있다가 조용히 나가버리는 건 술자리 다음 날에 나가는 것보다도 이상하잖아. 난 그래서 내가 조용히 잠수 타고 기다리다 보면 얘들이 자기들끼리 톡방을 새로 파서 지금 톡방은 유령방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얘들이 방을 새로 파거나 할 기미는 안 보임. A, B, C, D 모두 친하지도 않은 내가 껴있는 상황에 대해 불편함은 느끼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먼저 나서서 방을 새로 파자고 하는 건 나를 능동적으로 따돌리는 것 같아서 양심의 가책도 들고, 자신의 평판이 떨어질 것 같기도 해서 그런 거겠지.

그래서 그 톡방에 뭐 올라올 때마다 불편하고, 미안하고, 눈치 보이고 온갖 기분이 다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