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특례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이삼십대 남성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나라가 부르면 당연히 입대하겠다던 태도를 보였던 BTS가 최근 2년여 만에 미묘하게 입장을 바꾸었고,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논란에 부채질한 모양새다.
성 의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BTS의 병역 특례 문제에 대해 "형평성과 국익 차원에서 여야 이견이 있을 것 같진 않다"며 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BTS를 비롯해 큰 업적을 세운 대중문화예술인을 '예술 요원'으로 편입해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성 의원은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면 2590억 정도 경제 유발효과가 나오는데 빌보드에서 우승 한 번 올라가면 약 1조 7000억 정도 경제 유발효과가 있다"며 "빨리 검토하자는 양당 간 협의가 있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성 의원은 현행 병역 특례를 받는 예술대회가 42개로, 동아 콩쿠르와 전주대사습 놀이 등도 포함되는데,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등에서 수상한 BTS가 특례를 받지 못한 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네티즌 A 씨는 "BTS가 국위선양을 했다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국위선양을 한 지 모르겠다"며 성 의원실 비서관과 통화를 했다면서 인증글을 게재했다. 그는 "대중가수로 본인들의 영달을 위해 기획사 회사 소속으로 노래 부르고 연예 활동을 했는데 이것이 국위선양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가 있나"라고 질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스트레이 키즈라는 아이돌 그룹도 빌보드 1위를 했다는데 그들도 면제 대상이 되나. 어떤 국가에선 방탄소년단보다 엑소 인기가 더 높다고 하는데 그럼 엑소 멤버들도 면제 대상인가"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또 "20대 초반 재산 한 푼 없고 심지어 뇌종양 암환자들도 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되어 입대하는데 왜 BTS는 논외 대상이 되나"라며 "BTS는 이미 군대에 가겠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인 장소에서 밝혔고 가사로 군대 면제 드립치는 사람들을 역으로 조롱하고 비하했는데 왜 성일종 의원이 나서나"라고 쏘아붙였다.
성 의원 측에 직접 문자를 보냈다고 밝힌 네티즌도 있었다. B 씨는 "기존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특혜를 적용해 누군가 병역 면제한다면 대다수 의무 이행자들이 어떤 느낌을 받을지 상상이나 해보셨느냐"며 "BTS 또한 입대 의사를 밝혔고 그들의 팬들 또한 정치권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지금 문 정부에서도 확답을 내놓지 못해 미뤄왔던 문제를 추진한다는 게 정무적으로 옳은 판단인지 재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고.
20대 네티즌 C 씨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 측에 "어떤 기준으로 BTS를 면제를 시킨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항의 문자를 보냈다. 그는 "운동선수가 됐든, 순수예술업계 종사자가 됐든, 그들의 사업적 가치에서의 성공을 잣대로 면제조건을 만들지 않는다. 예컨대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줘서 군 면제가 됐다? 아니다. 사업적 가치가 배제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면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업적 성공은 수익으로 보장받는데 또 다른 혜택을 주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법치"라며 "사업적 성공을 잣대로 군 면제를 준다면 특정 산업 시장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C 씨는 "편법을 이용해 빌보드 차트를 공략한 사례가 있는데 군 면제의 잣대가 되어버리면 음악시장에 왜곡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최소한 대중가수의 군 면제 기준을 삼으려면 사업적 가치가 최대한 배제된 그래미 수상 여부 정도는 되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BTS 멤버들은 진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차례로 군대에 가야한다.
BTS 멤버들은 그동안 병역 관련 질문에 대해 "부름이 있으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멤버 슈가는 자신의 믹스테이프 가사를 통해 "알아서 갈 때 되면 가겠다"며 자신들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진은 2020년 기자간담회 당시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며 "언제든 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입대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 왔던 멤버들의 변화가 포착된 것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미국이었다.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관계자 간담회에서 이진형 하이브 CCO는 "우리 아티스트들은 현재 병역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회사에 일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말은 아티스트들이 과거에 반복적으로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고 말했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2020년부터 병역 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본인들의 생각과 다르게 변화를 거치다 보니, 회사와 협의하며 지켜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병역제도가 변화하고, 그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계획을 잡는 게 어려워 조금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라며 "아티스트 병역 관련 사안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됐고 이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성숙한 걸로 보아 이번 국회에서 정리가 되었으면 싶긴 하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측이 공식석상에서 국회에서 계류 중인 병역법의 '정리'를 언급한 것과 멤버들이 입대 관련 사안에 대해 회사에 맡겼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에게 병역 특례를 줘 국익에 이바지하자는 여론이 압도적이나 반발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상대로 대중예술인 병역특례에 관해 물은 결과 '포함해야 한다'는 응답이 59%, '포함해선 안 된다'는 응답이 33%였다. 하지만 20대의 반대 비율(39%)이 전체 연령대에 비해 다소 높았다.
하이브 측은 입대 관련에 대해 "현재로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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