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구글이 구글플레이 인앱결제에 대해 외부 결제수단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구글 인앱결제만 사용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바뀌는 것은 미미하다. 자체 결제를 이용할 경우 기존 대비 4%p 수수료를 인하해 줄 뿐이다. 게임에 적용된 30%을 기준으로 하면 여전히 26%를 구글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기에, 사실상 생색내기식 정책에 가깝다.
구체적인 내용은 구글 한국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발표됐다. 핵심은 인앱결제에서 구글이 제공하는 결제수단 외에 개발사가 원하는 수단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 구글이 제시한 예시를 보면 구글 자체결제와 외부 결제수단이 같은 화면에, 동일한 크기로 표시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이 외부 결제를 허용하는 이유는 지난 9월부터 국내에 시행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때문이다. 법에서는 앱 마켓 사업자가 개발자에게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맞춰 개발사와 소비자에게 결제수단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해당 사항은 국내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한국에만 적용된다.
해당 발표가 나자, 많은 언론사에서 '한국 법 지키는 구글', '마침내 항복' 같은 수식어를 써 가며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승리를 알렸다. 방통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만족스럽다'는 보도를 한 곳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뜯어보면 상황이 다르다. 자체 결제를 이용해도 구글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크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수수료는 고작 4%p 낮아질 뿐이다. 게임에 적용되는 수수료율 30%에 적용하면, 자체 결제수단을 사용하더라도 26% 수수료를 내야 한다. 게임사 입장에서 수수료가 4%p 낮아지는 것은 반갑긴 하지만, 법까지 제정하며 '구글 독점 철폐'를 외친 것에 비하면 미미한 성과다. 사실상 법을 지킨다는 생색내기식 정책에 가깝다.
이에 대해 구글은 수수료에는 단순한 결제 처리뿐만 아니라 앱 배포, 툴 개발, 보안 등 개발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글은 외부 결제수단에는 자녀 보호 기능 등 이용자 보호 기능과 구글플레이 기프트 카드 등 자사 결제 관련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분은 소비자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자체 결제 이용을 망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외부결제 도입은 열렸으나 구글플레이에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하기에 게임사 입장에서 수수료 부담은 여전하다. 게임사로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가운데, 소비자들마저 자체 결제 이용을 꺼릴 경우 사실상 의미 없는 조치로 남을 우려가 높다.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로 대표되는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대표발의했던 조승래 의원 역시 구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조 의원은 8일 공식 성명을 통해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국 수수료 30%나 26%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라며 “또한 그간 자유로운 결제방식이 보장됐던 비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도 인앱으로 결제하고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바뀌지 않았다.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발표된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변경은 연내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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