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벨라지오 호텔의 부페. 부페 이름이 '더 부페'라니 그야말로 자신감 넘치는 작명센스.

원래 라스베가스 부페들이 갖는 기본 개념이 '싸고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아 갬블로 이득을 보는' 미끼상품 비슷한지라 어딜가나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다.

벨라지오 부페는 그중에서도 음식 괜찮기로 순위 매기면 항상 상위권에 들어가는 곳. 언제 가더라도 상당히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면서 TV에 부페와 관련된 여러가지 사실들을 보여주는데 그 중에 하나 놀라운게 '더 부페의 요리사는 88명'이라는 거. 들어가보면 길다란 음식 라인이 여러줄 널려있다. 자리를 안내받자마자 곧바로 공격!

일단 첫 접시는 애피타이저. 다양한 샐러드와 빵, 치즈, 햄 그리고 스프를 가져왔다. 스프와 햄은 내 입맛에는 좀 짠거 같고 버섯 샐러드와 쿠스쿠스가 의외로 괜찮았다. 하지만 최고는 저 가운데 부분에 놓인 치즈. 짜지도 않은게 담백하면서 바게트에 얹어먹으니까 완전 맛있다.

두번째 접시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고기류! 스테이크는 요리사가 썰어주는데 나름 나쁘지 않았다. 바베큐 폭립이야 언제 먹어도 맛있는 거고, 그릴드 치킨은 그냥 그런 수준. 어쩌다보니 프렌치 토스트도 가져왔는데 시럽 뿌리는 걸 깜빡했다. 하지만 짭잘한 고기와 함께 먹으니 시럽 없는게 오히려 더 어울리는 듯.

이탈리안 코너에서 가져온 한접시. 볶음밥이나 피자나 베이컨은 다 그냥저냥 괜찮은 수준이고 둥글게 생긴 에그 플로렌틴이 완전 대박이다. 머핀 위에 고기와 치즈, 수란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달걀 노른자로 만든 소스를 얹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게 배에 여유만 있었으면 막 집어먹고 싶을 정도. 가운데 크레이프는 사과 소스를 넣었는데 달다구리한게 나름 짠맛에 지친 혀를 달래주는 기분이다.

스시바 오픈해서 부랴부랴 가봤는데 별거 없음 -_-; 아보카도 롤이나 훈제 연어가 대세. 하긴 점심 부페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무리일지도. 그래도 장어 정도는 놔줬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는데~

부페의 꽃이라면 역시 디저트 코너. 디저트 하나하나가 다들 공들여서 만든 것 같다. 보통 싸구려 부페는 베이스를 통일하고 크림이나 내용물만 약간씩 바꿔가며 종류를 왕창 뻥튀기 시키곤 하는데 여긴 확실히 그런 것 없이 특색있는 디저트들을 제공한다. 워낙 배가 불러서 모든 종류를 다 가져오진 못하고 그중에서 맛있어 보이는 것만 골라서 가져왔다.

진짜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먹은 아이스크림과 과일. 수박이 있었는데 금방 다 나가는 바람에 멜론으로 대체된 건 좀 아쉽다. 그나저나 사과나 오렌지가 없네? 아무래도 과일 코너는 벨라지오 부페의 약점인듯. 아니면 오늘만 그런 건가?

전반적으로 음식의 질은 굉장히 괜찮은 느낌이다. 일인당 7만원이 넘어가는 우리나라 특급호텔 부페에 비하면야 아무래도 좀 손색이 있겠지만 $21짜리 런치라는걸 감안하면 확실히 그 가격 이상은 하는 듯. 게다가 베가스에선 어지간한 걸 먹어도 일인당 $15 이상 나갈걸 각오해야 하니 그럴 바에는 조금 더 보태서 푸짐하게 먹는 것도 좋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