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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던 그날..뭘 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객(124.80) 2010.06.20 14:00:57
조회 3826 추천 0 댓글 22


몇일전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긴장해서 말까지 더듬던 그날의 내 친구는 12년동안 내가 알고 지내던 모습이 아니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하나로 살던 내친구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제발 소개팅 한번만 해라..\'

\'응? 갑자기 뭔 소개팅?\' 
갑자기 전화해서는 참 뜬금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뒤이어 전해온 친구의 말이 더 가관이었다.

\'돈은 내가 줄테니까 소개팅 한번만 나가줘..\'

한여자에게 쫒기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자기를 쫒아다니며 괴롭힌다고 말하면서 잠시라도 그녀에게서 하루라도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다급하던 녀석의 목소리가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해병대를 수석으로 제대하고 바지는 언제나 똥구멍 밑으로 내려입어 남자다운 팬티라인을 강조하던 그런 녀석이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던것이다.
난 그런모습에 적잖이 당황했고 친구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엉겹결에 

\'응 알았어 내가 나갈께 울지마\' 라고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 최대의 실수가 되리라고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틀후 소개팅을 주선받고 약속장소르 나갔다.
친구말이 건강미가 넘치는 미인형 얼굴이라고 말했고 울고있어서 그런지 계속 말을 더듬는 바람에 더이상의 주선녀에 대한 언급은 듣지 못하였다.
다만 빨간색 옷을 입고 나온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난 빨강의 보색인 파랑을 입고 나간다고 말하였다.

소개팅 당일날 난 예전에 동네 바자회에서 구입한 tommy 힐피커 파란색 카라티를 꺼내입었다.
동네바자회의 퀄리티상 tommy 는 당연히 짭퉁이어서 tammy 라고 써있었다. 난 서둘러서 파란색 매직으로 a 부분에 위쪽 갈고리 부분을
감쪽같이 칠해서 tommy 정품으로 바꿔입은후 소개팅 예의를 갖추었다.

난 약속장소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오랫만의 소개팅이라 그런지 아주 약간의 설레임이 느껴졌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타는 목은 삼다수를 마시며 달래고있었다
. 잠시후 멀리서 빨간색 물체가 아련아련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눈앞에 그녀가 서서히 나타났다. 빨간색 원피스에 목근육이 발달해 있는 그녀를 볼수 있었다. 이두는 나와 비슷해보였는데 그걸
한눈에 알수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빨간원피스가 꽉 끼는지 소매 부분을 잘라서 빨간원피스 나시같이 만들어 입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리에는 요새 월드컵기간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인지 빨간색 뿔 머리띠를 하고있었다. 포인트는 빨간뿔이 전구여서
2초마다 한번씩 번쩍번쩍 빛나고 있던 것이었다.

난 즉시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빠\'

공포영화에서 살인자가 칼을 들고 쫒아오면 주인공들이 벌벌떨며 잘 못움직이면 보는 내가 답답해 하며
욕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데 그말이 실제로 겪어보니 백프로 맞는말이었다.
오빠라는 그녀의 말이 거대한 식칼이 되어 나를 따라왔다.

그녀는 쿵쿵거리며 나에게 달려왔다. 난 발걸음을 떼려 안간힘을 썻지만 그자리에 얼어있을뿐이었다.
나에게 다가온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오빠 어디가세요?\'

무서웠다.
바지에 오줌을 쌋다...
만약 바지가 윗옷처럼 고급브랜드인 타미힐피거였다면 난 그자리에서 울었을수도있었다.
하지만 내가 입었던 청바지는 동네 농협마트 3주년 쌀 20kg구입시 지급하는 5월 모내기용 작업용 청바지였기때문에 그나마 안심할수있었다.

하지만 내 바지는 점점 젖어들기 시작했다.
사람이 많은 대도시..만약 거기서 내가 수치를 보여 나와 같이 있는 그녀한테도 모욕감을 주게 된다면 난 그녀의 손에 죽을 수도 있을것같았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했던가?

난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삼다수를 내 재앙의 근원 중심에 붓기 시작했다.
그러며 난 소리쳤다

\' 아 참~ 덥네요 너무 미인분이 나오셔서 그런가요? 하하하하하\'

그녀가 눈치챘을까?
난 그녀의 선고에 조용히 내 운명을 맡기었다. 몇초간 나를 쳐다보며 무표정으로 정적하고 있던 그녀가
내등을 철썩 치며 말했다.

\'아잉~ 오빠도 참~~ 재밌으시네요 호호\'

살아남았다..난 남은 삼다수를 전부 부어 바지의 이물질을 중화시킨후 그녀에게 이끌려갔다.

그녀는 파스타를 먹잔다.
난 무조건 괜찮다고 했다. 파스타집에 간 그녀는 파스타를 3개 주문했다.
난 왜 3개냐 시키냐고 말했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었다. 말을 뱉고난후 날 쳐다보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을 보며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잠시 후 입을 열었다.

\'하나는 오빠꺼~ 하나는 내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꺼용^^\'

\'응 ~맞구나~ 논리적이다~ ㅎㅎ\'

그래서 파스타 3개가 나오고 그녀는 자기걸먹더니 우리것도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날보며

\'오빠 답답하게 왜 못먹어요~!! 남자가 무슨 ~ 이렇게 좀좀 팍팍 먹어봐요\'

하면서 시범을 보이면서 내것마저 다 먹어버렸다.
그러더니 2차로 일본식야키니쿠에 사케를 마시러 가자고 한다.

알았다고 일어났는데 그녀의 빨간색 원피스 등쪽이 한뼘은 뜯어져있는걸 발견했다.
그녀도 등이 허전한걸 알았던지 손으로 휘휘 젓더니 나를 보며 태연하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자주 있는일이에요~ㅎ\'

하면서 공업용 테이프를 꺼내 나에게 건냈다.

\'오빠 테이프로 둘둘 마세요\'

난 시키는대로 테이프로 그녀의 등에서 시작해 앞부분으로 돌려서 둘둘 말았다.
시키는대로 다 하고 나니 그녀는 발달된 이두로 내 손목을 낚아채고는 사케를 빨리 먹자고 했다.

사케집에 가서 그녀는 배가 부르다며 사케 3병만 시키자고 했고 30분만에 그걸 다 마셔버렸다.

난 그모습을 보며 진정으로 혐오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진짜 짜증나는 년이다..지구상에서 사라져야돼 박테리아 같은년..\'

근데 갑자기 사케를 마시다 말고 나를 노려봤다

\'뭐라구요? 박테리아요?? 지금 혹시 저보고 한말? \'

아차..!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내 목소리가 일부분 밖으로 새어나갔던 것이었다.
난 당황했지만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는 기지를 발휘해 말했다.

\'바..박테리아? 아..아니 ㅎ 빅토리아~ 빅토리아 말한거야~함수에 빅토리아~\'

그녀는 먹는거냐며 되물었지만 아니라고 하니 관심이 없다는듯이 쿨하게 넘어갔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사케를 먹으며 그녀는 핸드백에서 반찬통을 꺼내더니 소스를 담아댔다.
내가 아연실색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다시 눈총을 장전하며 노려봤다.

\'왜요?\'

\'아..아니~ 생활력이 참 강하신 멋진 여성이신것같네요~ 현대여성의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이 정말 확 배어있으신것같아요\'

\'호호호호호호\'

그녀가 웃으니 나도 모르게 안도의 웃음이 나왔다..
사케를 다마시고 나가니 그녀는 몸통에 두른 테이프가 답답하다며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녹혀줄 아이스크림 케잌이 먹고싶다 하였다.
그녀는 31가지 아이스크림 케잌을 맛보고 싶다하였지만 자기가 오늘은 첫날이라 내숭을 좀 떨어야 되니 10가지 맛만 먹겠다고 하며
10개의 아이스크림 케잌을 사달라고 하였다.

\'오빠 참 괜찮은 사람같아요~ 다음은 언제 만나죠?\'

난 사형선고를 받은후에 그녀를 되돌려 보냈고 형식적으로 흔들어 내던 나의 굿바이 손짓뒤로 한손가락에 케잌 한개씩 10개의 손가락으로
10개의 아이스크림케잌을 들고가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날 난 대학등록금의 반을 공중분해 시켰다..

지금도 전화벨이 울린다..
방금전에는 문자가 왔다.

\'오빠 저 배고파요..\'

난 이제 떨리는 손으로 신용카드를 집고 동네 은행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p.s 대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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