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건가.

outback, vips에서 3만 원 내가면서 베이크드 고깃덩어리 먹어대느니, 뷔페로 마음껏 씨푸드를 먹을 수 있는
todai, muscus, marisco에서 배터지게 먹고 말겠다는, 그런 마음가짐?

자본의 꼬숫내를 맡고서 민자역사로 재탄생한 왕십리역을 찾아갔다.
왕십리 민자역사 3층에 마리스꼬가 있다. 갔더니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서 10분 기다린 끝에 겨우 입장.
순간 "지금이 경기 저점이 맞긴 맞나?" 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다이닝을 못한다는 심술이 작용했다.

윈도우 싯은 이미 점유되어 있으니 그 옆자리 어떠시냐며 서버가 안내한다. 돈독이 실하게 오른 나머지
테이블 간격을 오밀조밀 개념없게 조정해놨다. 옆 테이블과 한 척도 안 되는 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또 옆테이블 찌질이들이 우리 눈치를 그렇게 쉴새없이 보는 바람에 시선처리에도 애를 먹었다.

첫 빠따로 친 안타성 타구에서는 샐러드에 발사믹 드레싱을 첨가하여 먹었다.
조선말로는 멸치젓, 이탈리아말로는 엔쵸비라고 하는 것을 올려넣고 방울토마토로 데코를 하여 테이블로 가지고 왔다.
꼴깝떨고 발사믹 드레싱 뿌린 게 화근인 듯.

내 맛도 네 맛도 아닌 요리연구가들의 입에나 맞을 만한 그런 풍미였다. 두 번 집어먹고 버렸다. 버려도 정액제
요금만 지불하면 되니 상관 없지 않은가. 범지구적 환경보호를 실천하고픈 마음은 솔직히 없다.

시푸드 레스토랑이니 시푸드 얘기를 해야겠지. 오호, 당일 산지직송 말고는 먹을 수도 없다는 고등어가
마리스꼬를 찾아주셨다. 생강이 고등어 위에 소금처럼 홑뿌려져 있어 비린내 전혀 안 나는 고등어회를 실컷 먹었다.
 
오호라, 오호! 그 옆에 프로즌 다금바리회와 연어회, 또 포항의 겨울별미라고 하는 과메기도 있었다.
꾸덕꾸덕하게 잘 말려 풍미가 예술인 과메기에 김을 얹어 마늘과 파, 거기다 쌈장을 얹어 입 속으로 직행하니
이것이야말로 좋지 아니한가.

왜 시푸드 레스토랑에 안주감이 많이 보이나 했다. 까르네 소비뇽 같은 와인도 팔고 잇었지만 이 곳에는
5,500원(부가세 포함된 가격)으로 소주도 팔고 있었다. 실제 소주병을 까는 한 어르신이 눈에 보였다.

쇠고기 초밥이 독특했지만 장어초밥도 없었고 계란말이초밥도 없었고 마구로초밥도 없었다. 초밥과 롤은
여타 레스토랑보다 심하게 후달렸다.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것들 라인업도 자장 아니면 우동 밖에 없어서 핫한
토마토 혹은 화이트 스파게티, 스테이크구이를 원하는 기대치는 버려야만 했다. 자장과 우동이 얼마나 희귀한
음식이어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먹으러 가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기대하지도 않은 수제 소시지 구이와 굴소스로 볶은 소고기 구이, 껍질이 유난히 바삭바삭한 깐풍기,
크리스피 장어튀김엔 손이 가요, 계속 갔다. 7시에 입장하여 10시 20분에 은메달 획득한 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