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친구가 팥을 얻으러 잠깐 들렀어요.
둘다 또이또이 안습 사이즈라 온 김에 서로 안 입는 옷 교환도 하고 
앙상한 여자 둘이 밥집에 가서 오늘 첨 먹는 밥을 함께 먹고
집 근처 커피집에 들러 쥔아쟈씨께 알아서 커피좀 주십사 하고 기다리면서

"우리 둘이 이러고 있다가 이디오피아 커피 나오면 진짜 웃기겠쎄요"

이런 농담을 하던중에 나온 커피가 진짜 이디오피아 커피였습죠 엉엉 아쟈씨 너무해.
여튼 친구는 돌아가면서 빙수용 팥 값으로 와인을 한병 떨궈놓고갔지요.




그때 또 다른 친구가 팥빙수를 먹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저녁을 안 먹고 왔다더라구요.
그리하야 와인 핑계 대고 늦바람 제대로 난 뇨자 오늘도 이상한걸 해 먹습니다.

사람 먹는 음식이 귀한 작업실을 암만 뒤져봐야 야채 몇가지뿐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다시다랑 멸치로 국물 좀 내고 다진마늘에 고추장 풀어넣고는
양배추 대박과 피망을 달달 볶고 바질 찌끔 후추 가득 쳐서 먹었죠.

 





안주끼리 어울리거나 말거나 뱃속에 드가면 다 똑같다며 꺼내온 훈제치즈

 





근데 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드라고요 배도 더 부르고.
...저녁 먹고 들어온 길이라는건 그냥 잊어주세요.

 






오오오오 암거나 막 대충 볶아도 먹을수 있는거구나!!
하는 깨닳음을 얻은 늦바람난 뇨자,
야채볶음 한접시로는 친구의 배를 채울수 없을것 같아서 이번엔 냉동실을 뒤졌습니다.
굴이랑 냉동야채가 있드라고요?
이번에는 굴소스에 또 통후추 팍팍 갈아넣고 남았던 술 쫌 뿌려넣고 달달달달 볶았드랬죠.

 






음........ 친구는 괜찮다던데 제 입엔 쬠 비렸어요.
암거나 막 볶으믄 안되는거구나..  ㅡㅜ
그래서 쪼끔 남겼습니다.
절대로 저녁먹고 야채볶음 먹고 또 먹어서 그런건 아닐거에요.

근데 이때 이미 배부르다던 친구가 오늘의 메인 메뉴를 내놓으랬어요.
팥보다 과일이 좋다길래 두알 남았던 자두를 대충 잘라넣고 멕였어요.
잘먹데요... 배부르다면서...




근데 저는 왜 배가 안 부른걸까요?
하루종일 한끼 뿐이 안 먹어서?
아니면 챗방에서 튕겨서?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