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밝혀두자면

난 V3의 진상을 자세히는 몰라도 대충 팬들의 반응이나, 그런걸로 미루어 보아 처음부터 대충 추측은 하고 있는 상태였음

그런데 나는 원래 게임(혹은 창작물)이 독자를 가르치는걸 정말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V3도 하고나서 불쾌할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끝에서 그런 불쾌감이 안들었음

왜 그랬나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애초에 그런 작품들을 내가 불쾌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창작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라는 가치를 훼손하기때문임

나는 창작물은 재미가 1순위고 메시지는 재미를 보충하기 위한 재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자를 가르치는 창작물들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재미를 희생시키기 때문에 싫어하는거였음

근데 V3은?? 그 메세지를 전달받는 과정이 진짜 엄 청 나 게 재밌었음.

그냥 단간 3작품중 제일 도파민 팡팡 터지는 역대급 재미였음.

그래서 첫번째로 '재미가 희생되지 않았기 때문에' 메시지를 불쾌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거임

그리고 둘째로 괭갈이나 메타포 등등 우연히도 최근에 비슷한 주제의 창작물들을 많이 접해서 거부감이 사라진것도 있었고.

그리고 이런, 메타적인 작품들에서 재미가 훼손되는 이유가

작품 밖에 있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이야기'자체로서의 개연성이나 완성도를 희생하면서까지 메타적인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서, 

결론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갑자기 세계관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과 독자인 나의 감상이 틀어지면서 몰입을 깨트리기 때문이었음.

그런데 적어도 V3은 작품 내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이런 결론을 내야하는 이유를 개연성을 잃지 않고 설득력있게 전달했음.

내가 사이하라 슈이치였어도 당연히 이런 결말을 내겠다고 생각했을거임.(독자의 감정이입을 성공시켰다는 뜻임)

그리고 '거짓말'과 '거짓말인 세계'자체가 작품의 메인 테마로서 게임 내내 시스템적으로, 서사적으로 충분히 반영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결말 자체에 배신감을 덜 느꼈다고 생각함.

(위증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그렇고, 1~5챕 전부 진상이 살인의 동기나 살인의 결과, 범인 등등이 전부 '거짓말'이라는점. 그리고 오마 코키치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 그 자체 등등)

그리고 애초에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가, 이 이야기가(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전작 1,2편이) 만약 픽션이라도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거짓말이 아니고, '플레이어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게 최종적인 메시지이기때문에

내가 1,2편에서 느꼈던 감정 자체를 부정하는게 아님.

비슷한 전개로 욕을먹는 다른 작품들이 욕먹는 주된 이유인 '이전 작품에서 독자가 느낀 감정을 전면으로 부정하고 작가 자신의 메시지만 강요함'에서 오는 불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음.

(애초에 독자가 받아들이기 싫다면 이 메시지 또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라고 하고 있기 때문)

그리고 애초에 난 V3이 '단간론파 전부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애초에 1,2편을 언급하는 부분은 그냥 양념이고

'픽션 세계에 갇힌 등장인물들이 픽션 세계를 부정'하는 이야기로 보고 있고(트루먼쇼처럼),

그렇기 때문에 V3 작중에서 벌어진 일들도 전부 의미없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흑막도 마지막에 1,2편과 연결된 세계일수도 있다는 떡밥을 던져주는걸로 봐서 게임사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고 생각함

그래서 총평으로는 나는 극도의 불호일줄 알았는데 결말에서는 굉장히 호평하게됐다는거임.

다만 6챕에서 주인공이 진실을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게 아니라 추리쇼로 흑막의 예상을 뛰어넘어 진실에 도달하는게 더 재밌었을 거라던지

그런 점에서 연출면으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끝난 작품이긴 함.

단!!!!!

이 감상은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부 배제하고 작품 자체만 바라보는 기준'임

나도 알고싶지 않은 사실을 판갤이랑 나무위키때문에 알게됐는데

그 기준으로 팬들이 왜 화가나는지는 충분히 공감함. 나는 떡밥 다 타고 남은 10년후 시점이니 화를 안낼수있는거고..

근데 그 기준으로도 V3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진짜로 52편까지 만들어서 팬들이 마지막에 V3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거'임

ㄹㅇ 이방법 하나면 그냥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컨텐츠가 될 수 있을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