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가 여러군데에 게재했었던 글들을 모아 만들어진 미시마의 문장론에 관한 글과 소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낸 글들의 모음집. 출간 순서인 문장독본-소설독본의 순서로 읽게 되었는데 이 순서가 맞다고 생각한다. 문장독본은 59~60년도 쯤의 미시마가 연재했던 글을 기반으로, 소설독본은 68~70년도에 연재된 글과 미시마의 작가활동 전체동안 쓴 글이 섞여있기 때문. 둘 모두 미시마라는 작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는 채로 읽는게 조금 더 흥미가 생기겠지만, 문장독본 쪽이 조금 더 교양적인 지식면에서는 볼게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

문장독본은 전체적으로 미시마가 분석한 일본어 사용의 변화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조금 더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글들인데, 인용된 작가들중 일본 작가들의 경우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경우도 좀 있단 점이 있어도 미시마가 중요시하는 고전주의적 부분들을 확인해보면서 이래저래 작품 추천을 받아갈 수도 있는 글. 작가를 위한 글이라기보단 독자들을 위한 글이기때문에, 희곡, 평론, 번역, 묘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 문장들을 나름 접근성 있게 안내해준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글.

소설독본의 경우는 조금 더 미시마 개인의 이야기로 나아가는데, 어째서 소설이란 것을 쓰게 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이 전반부에 적혀있다. 이 글이 68~70년에 쓰여졌기에 미시마의 극 후반기의 이야기들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미시마의 그 후의 행동에 대한 편린을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도 있는 글. 책의 후반부에서는 49년부터 66년사이에 어딘가에 게재한 소설에 관한 지론을 쓴 글들이 여럿 적혀있는데, 그중 자신의 문체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문체가 라디게에서 모리 오가이나 스탕달에 가까운 문체로 변해가는 과정을 술회하는 글도 적혀있어, 미시마의 작풍과 문체의 변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미시마의 소설론이기 때문에 미시마 개인의 고백적인 이야기로 작가에 깊게 흥미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소설독본의 경우 조금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는 글이 아닐까 싶은데.

두 책을 세트로 읽게되긴 했지만 용어사용을 제외한 부분에서는 접근성이 아주 높은 책들이 아니기 때문에...어느정도 이 작가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글이 아닐지.

다음에 읽을 책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나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인'...아마도. 또 언젠간 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