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폐급이다. 긴가 민가 했었지만 상병을 단 뒤 깨달았다. 나는 폐급이 맞다.

이병 첫 전입 어차피 동대장이 일 다 하니 전부 모른다고 말하라던 선임의 말을 모두 믿어서일까

이병 전입후 7일동안 국동체 앞에 앉아 동대장 사자후를 들으며 이마에 손가락질을 당한 굴욕때문인가

벌써 상병 2호봉.

업무에 관해 1도 모른다. 아니, 사실 모른 척 하고 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체계 속 편하게 생활하는게 좋다. 아무렴 철판 깔고 하하호호 비위 맞춰 장단 맞춰주면 평판도 떨어질 일 없고 이득과 혜택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이병때부터 노력했음에도 알아봐주지않는 동대장에 대한 원망인가

자꾸만 노력과 희생을 당연시 여기려고 하는 쎄한 느낌을 스스로 인지해서일까

나는 폐급이다, 처음엔 폐급처럼 생활했다 굳게 믿었지만 나는 폐급이 맞다.

동대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전입자 연락처 최신화와 메일,LMS 발송 , 조금 더 일해보자면 일일업무일지 추가 수정 및 초과근무, 일일업무일지 결제, 예비군 응대 통화 정도.

하지만 업무에 관해선 자신이 없다, 이병때부터 까막눈 흉내를 내어서 인지 상병이 된 지금까지 업무에 관해 닦달하는 동대장을 뒤로 어차피 헬동대에 전입온 김에 뭐가 더 두렵냐는 마인드로 동대장에겐 협조를 하지않는다.
그렇기에 감수해야할 정시퇴근부터 융통성 없는 동대생활 모두 떠안고 생활한다.



오자마자 핸드폰 내고, 담배 피는 것도 눈치주며, 출근하면 이미 다 완료된 업무일지만 멍 때리며 스크롤 내리다 밥 먹고 오후엔 동대장이 옆에서 국동체를 만지작 거리던 훈련 결산을 하던 책을 읽는다.

어차피 6시 넘어서 일해도 내가 차지하는 부분이 없다.

마일리지 적립도 안해주니 더 이상 늦게까지 동대에 앉아 있을 일이 없으므로 협조하지않는다.

중대장 포상휴가 안 받고만다, 모범용사 휴가 안 받고만다.

나는 폐급이다. 확실하다. 후임이 와도 알려줄 게 없다. 그저 도망가라도 해줄 말 밖에

나는 폐급이다. 업무도 모르고 알려줘서 이젠 하고싶지않다.

사회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동대장을 봐도 전처럼 화가 나지도 않는다.

그냥 이렇게 몇개월 있다 조용히 나가는 폐급이 편한 것 같다.

우리 동대에 내 소속감은 0이다. 이곳에서 내가 하는 거라곤 밥 먹고 청소하고 책 읽는 것뿐.

고로 난 폐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