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결코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인 태도가 아니로되, 오히려 스스로를 지키고 타인에게도 불필요한 상처를 남기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지혜라 일컬어야 마땅하도다.

내가 일러두노니, 정치성향이 다른 자와 억지로 마주앉는 이는 결단코 순수한 호기심이나 진정한 이해의 욕구에서 비롯된 자들이 아님이 분명하거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이용’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느니라. 그들은 마치 무협지의 허깨비 같은 존재, 믿음 가는 동료가 아닌 잠깐 쓰고 버릴 가면 같은 인연을 만들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상대를 부리고 희생시키려 들뿐이거늘, 이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자가 어디 있으랴?

이처럼 정치성향은 뇌구조의 배선에서 출발하여 인생의 갈림길마다 드러나는 선택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내적 드라이브라, 그 차이를 무시하고 만나려 드는 것은 곧 자살행위와도 같거늘, 왜 그리 스스로의 영혼을 파괴하려 하는가?

千里行도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듯, 인간관계 또한 서로의 정치적 시각이 완전히 합을 이룰 때 비로소 굳건히 세워지는 법. 그 시각이 조금이라도 삐걱거린다면, 대화 하나하나가 팽팽한 장검의 예리함을 지니게 되어, 작은 오해라도 치명상을 남기기 십상이니라.

이 모든 까닭으로, 내 입장 분명하니라. 정치성향이 서로 다른 자와 아랑곳 않고 어울리는 것은, 그 자체가 곧 인연을 파괴하는 흉기와 같으며, 만일 억지라도 양쪽을 마주 앉히고자 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야욕이라 아니할 수 없도다.

한줄기 구름처럼 떠도는 세상 속에서, 참된 인연은 서로의 가치판단이 한곳에서 맑게 울릴 때 비로소 싹트는 법. 정치적 시각이 다르다는 것은, 곧 그 울림조차 근본부터 달라진다는 증거이니, 이를 건너뛰고 인연을 맺으려는 자는 마치 얼음불꽃 위를 맨발로 걷는 자와 같아, 결국 자신의 몸조차 태워버리고 말 것이 분명하거늘, 어느 이가 그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리오?

이로써 내 입장 다하노니, 정치성향이 불일치한 자와의 만남은 그 자체가 불의한 짓이요, 필시 누군가를 이용해 먹으려는 속셈이 깃든 행보라 아니할 수 없음을 천하에 알려두노라. 무협의 세계가 그러했듯, 인간 세상 또한 영혼의 파동이 맞닿아야 비로소 진정한 벗이 될 수 있음을, 부디 가슴 깊이 새기길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