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의 회의 – 결단”

그 중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또렷한 눈빛을 지녔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의 침묵에는 오히려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단정한 셔츠를 입고, 주머니에는 얇은 다이어리가 꽂혀 있었다.

‘우린 지금 결정해야 해.’

그가 말했다.

순간 공간 전체가 조용해졌다.
삼삼오오 이야기하던 다른 나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그의 말에 반응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고,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결정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이 공간에 모인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내 안의 각기 다른 가능성, 방향성, 과거의 흔적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무언가 하나의 길로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살아야 해.”

내가 말했다.
내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그건 이곳에 있는 ‘나’ 전체가 함께 말한 것처럼 울려 퍼졌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거나, 사람들에게 기대는 삶을 내려놓아야 해.
올라 가기로 정한 길은 고립의 길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더 이상 두려운 일이 아니야.”

정적.

그러자, 내 맞은편에 있던 또 다른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젊고 자유분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 밑엔 피로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자리에 머무르겠지.”

다른 나도, 그리고 또 다른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고, 누군가는 허리를 펴고 앉았다.

그 순간,
우리의 중심에 조용한 불빛이 켜졌다.

마치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나는 느꼈다.
그 어떤 방향도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 결단만큼은 진짜였다.

그리고 이 결단은,

나의 미래를 이끌 첫 번째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