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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쎄 클래식 하나 줘요"

ㅇㅇ(223.38) 2021.06.16 11:17:53
조회 137 추천 1 댓글 1
														
6개월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구인사이트에 올라온 편의점 알바 모집글은 전부 경험자를 구하고 있었고, 나같이 편의점 알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받아주질 않았다.


그래도 난 남들이 다같이 꿀알바라고 말하는 편의점 알바를 해보고 싶었다.
나는 거리에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전화를 걸어 편의점 경험은 없지만 아르바이트를 해온 경험이 많고 성실하다. 군필자이기에 습득이 빠르다. 등을 어필하며 알바자리를 구했고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있는 편의점에서 목금토일 야간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나는 그 편의점에서 경험없는 신입을 굳이 교육까지 해가며 받아준 이유를, 첫날 바로 이해했다.
편점인근에는 고층 오피스텔과 택시회사. 그리고 종합병원이 있었으니까.


"어? 알바 바뀌었네."


"이제 학생이 하는 거예요?"


처음엔 늘 이런소리만 들려왔다.
마치 작은 마을의 낯선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다.
이런 첫인사를 매일같이 듣다가 점차 나를 기억하는 손님들이 많아질 무렵 나도 매일 오는 손님들이 뭐를 계산하는지 차차 외우게 되었다.


매일 오는 택시기사 4명은 퇴근할때마다 참이슬 클래식 두병과 2600원짜리 비엔나를 술 안주로 먹으며 하루의 고단함을 배설한다.
며칠 전에는 네 분중 한분만 오셔서 막걸리 한병을 사시길래
"다른분들은요?" 하고 물었더니.
"에라이 썩을놈들 남북정상회담 보니 뭐니 하면서 다 출근을 안했어." 라고 하시며 혼자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이 굉장히 외로워 보였다.


매일아침 성경을 품에 안고 히츠그린을 사가는 아저씨.
가끔 에쎄 수 0.5를 달라고 하실때마다 나는
"아이쿠스 피면서 연초를 피시면 어떡해요." 라며 농을 걸고 아저씨는
"한달에 한갑정도는 봐줘 학생" 하면서 내 장난을 받아주신다.


늘 입원복에 휠체어를 탄 채로 문 앞에서 문에 노크하는 아저씨.
내가 달려나가면 5100원을 주시며 후라보노와 디스플러스를 달라고 하신다.
아저씨는 늘 귀찮게해서 죄송하다고 하시며. 후라보노 포장을 뜯어서 내게 하나를 건네신다.


늘 스노우크랩을 한개씩 사가는 젊은 여자.
그 비싼걸 매일 한개씩 사가는게 너무도 궁금해, 며칠전에
"그거 맛있어요?" 하고 물었더니
"아뇨. 고양이가 정말 좋아해서 고양이 주려고 사는 거예요."라고 답해 조금 민망했었지.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비엔나와 참이슬.
금연을 돕는 히츠그린.
고독한 입원생활을 달래주는 후라보노와 디스플러스.
반려묘를 향한 애정을 보여주는 스노우크랩.
이처럼 손님이 항상 사가는 물건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난, 막걸리와 포스틱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알바 교육과 인수인계를 받은 뒤 처음으로 혼자 야간근무를 하던 날이다.
새벽 3시 즈음일까.
팔자주름이 넓게 퍼져있고 안경을 써서그런지 인상이 굉장히 좋아보이는 아저씨와, 굉장히 마른 아주머니가 입원복을 입고 검은비니를 쓴 채로 같이 왔다.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일까?
그 둘은 부부로 보였다.
아주머니는 혀짧은 목소리로
"어? 처음보는 사람이야!"
라고 말했고 아저씨는
"그러게, 처음보는 학생이네." 라고 말하고는
콜라 한병과 막걸리 한병, 그리고 포스틱을 사가셨다.


3시는 때마침 내가 실내청소를 하는 시간이었기에, 청소를 하면서 창 밖에 비친 야외 테이블을 힐끗 보면 아주머니는 과자와 콜라를 행복한듯이 먹으며 아저씨께 이런 저런 얘기를 장난기그득한 표정으로 얘기하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다음날 마찬가지로 3시 쯤이었을까
그 부부가 다시 왔다.
아주머니는 다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 처음보는 사람이야!" 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그러게." 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나는 멋쩍게 웃어보였고. 그들은 막걸리와 포스틱, 캔콜라를 사갔다.


그들은 늘 3시쯤이되면 편의점에 찾아왔다.
난 어느새 출근하고 나서 그 부부가 오면 청소를 해야지. 라며 생각을 하고있었고.
암묵적으로 그 부부는 내 청소알람이 되었다.


청소알람이 두달정도 울렸을 때
검은 비니의 아주머니는 내게 안녕하세요. 하고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렇게 그 부부는 가끔 하루이틀 안오기도 했지만,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콜라와 포스틱 막걸리를 사가고, 가끔은 팝콘이나 라면을 사서 먹곤 했다.
매일 보는 사이였기에, 나랑도 꽤나 친해져서 아저씨께 팁도 받고 농담도 하고는 했다.


그렇게 반년즈음이 흘렀다.
2주 전부터, 그 부부는 편의점에 오지 않았다.
퇴원한 걸까?
6개월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입원복의 단골손님들은, 어느 시점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곤 했다.
아마 그 부부도 퇴원했던 거겠지.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매일 울리던 청소알람이 사라진 거에 대해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제, 그 아저씨가 혼자 편의점을 찾아왔다.
새벽 2시 즈음이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 무심코
"되게 오랜만에 오셨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내게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
"에쎄 클래식 하나 줘요." 라고 말했다.



나는 막걸리와 포스틱의 사연이
에쎄 클래식으로 바뀌게 된 계기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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