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 - 편의점 갤러리

모조앱에서 작성

파이어와인

2022.04.12 02:54:45

조회 26 추천 0 댓글 1

낡은 외피를 걷어내면

썩은 금빛 보석이 있습니다

빛이 말해준 시간의 값어치

그리고 감내한 세월의 연기緣起엔

온전히 모조만이 남습니다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불문율로 가득한 세계

나는 그저 모조의 마음으로써 살아갑니다

사랑을 배웠고

질투를 배웠고

이해와 계산 속에서

진품 남게 될 것들은

시공간을 뒤흔듭니다

불가항력적인 공이들의 움직임

구체적인 악보처럼 타공을 내고

그 운율을 들음으로써

모조의 가슴에 다시 불을 지핍니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불현듯 찾아오는

비가 내리는 오후엔

악보들은 모두 젖고

흐르는 이 빗물이, 이 빗방울들이

전부 모조였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혀를 내밀고 앰창을 찍습니다

내가 규정한 것들도

규정되어진 것들도

백태 낀 앰창 하나로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생겨

모든 모조의 시선들이

매일의 햇살로 태워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먼지처럼 주어진 풍속에 따라

움직이는 삶

자력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행위들에

하품을 하며 진품 도장을 찍습니다

그리곤 황급히 무덤으로 떠나는

금빛 까마귀 무리의 뒷모습을 봅니다

작은 실오라기 하나가

내 옷에서 떨어져 나와

깃털처럼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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