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갈 여자도 없고 해서 사내녀석이랑 같이 보신각 종소리 들으러 밤에 나왔었지.
교보문고 앞을 지나 이순신 동상 앞을 지나면서 친구랑 이야기했었어.
같은 캠퍼스고 했었으니까 서로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여자 없냐면서 서로 그런 거 없다고 그러고
있었는데 그 물 지나가게 해놓는 유리 위로 빛이 나오잖아, 근데 익숙한 여자 얼굴이 지나치는 거야.

난 급해가지고 빨리 횡단보도를 가로질러갔지. 친구녀석은 갑자기 내가 왜 이러는 지 영문을 모르고 있었고
나는 그 여자에게 다가갔어. 내가 바라보는 걸 느꼈는지 그 여자도 슬며시 내 쪽을 바라보더라.
말도 안돼는 일인데, 진짜 거짓말같더라. 내가 눈 앞에서 겪고 있는데도 못믿겠어서 한 번 말했지.
그 여자 이름을.

그러자 걔가 그제서야 제대로 날 알아보고 아는척 하더라.
초등학교 때 좀 내가 많이 애들한테 맞고 왕따당했었거든. 그래서 초등학교 친구라고는
그 여자애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만난 거야. 그 애 좋아했었어.

그 일을 계기로 난 그 여자애와 친해졌어.

문자도 서스럼없이 보내고 전화통화도 자주 하고, 그런데 어느날 전화가 오더라.
다른 전화랑 목소리가 달라서 놀라가지고는 걔네 집으로 뛰쳐들어갔지.
고열이 심하더라. 새벽이었어.

물수건을 적셔서 그 애 머리에 놓아주고 살며시 침대에 머리를 기대었는데
그 애가 말했어. 화끈한 거 먹고싶지 않냐고.
나는 당시에 완전 숫총각이라서 잔뜩 벌게져가지고는 무슨 소리냐며
아프니까 잠이나 푹 자라고 하고 못 들은 척 했어.

그러자 그 애가 갑자기 서랍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무언가를 꺼냈어.

그리고는 전화기를 들어 교촌치킨에 매운 양념치킨 한마리를 시켰는데
안에 땅콩도 들어가고 국내산 고추를 써서 아주 맛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게 12000원인 데다가 24시간 영업으로 언제든지 시켜만 주세요.

교촌치킨 매운 양념치킨 한마리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