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GDI 엔진을 선보이며 독일과 일본 업체들이 양분해 왔던 직분사 엔진 시장에 합류했다. GDI는 가솔린 직접분사 방식으로 과거 에쿠스에 미쓰비시 기술이 잠깐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쏘나타에 적용된 GDI 엔진은 현대가 독자적으로 개발, 적용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GDI가 나오기까지 현대차의 엔진 역사는 1991년 알파로 거슬러 오른다. 현대차의 첫 독자 엔진인 알파는 배기량 1.5ℓ에 SOHC 방식을 채용했다. 기본형 알파는 102마력, 터보 버전은 129마력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출력을 자랑했다. 알파는 94년 출시된 신형 엑센트에 적용된 뒤 아반떼에서는 DOHC 방식으로 변경됐다. 엑센트보다 중량이 늘어나 SOHC로서는 출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두 번째 독자 엔진은 1995년에 나온 베타. 현대는 2ℓ급으로 미쓰비시 시리우스 엔진을 사용하면서 독자적으로 베타를 개발했다. 1.8ℓ와 2ℓ로 나왔으며 티뷰론과 아반떼에 가장 먼저 탑재됐다. 출력은 2ℓ가 150마력, 1.8ℓ가 138마력에 달했다. 2001년에는 출시된 베타2는 신형 아반떼와 투스카니에 주로 적용됐다. 수출용에는 116마력의 1.6ℓ 버전도 올라갔다.



 2ℓ 엔진까지 개발한 현대는 소형 엔진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1997년 입실론 엔진이 등장했다. 입실론은 0.8ℓ(63×64mm) 엔진이 가장 먼저 선을 보여 아토즈에 사용됐고, 그 뒤 보어를 66mm로 키운 58마력의 1.0ℓ와 64마력의 1.1ℓ도 개발됐지만 국내에는 선뵈지 않았다.



 입실론이 나온 이듬해에는 현대의 첫 V6 델타가 선을 보였다. 델타는 중형과 준중형을 위한 엔진으로 쏘나타와 그랜저 XG에 적용됐고, 싼타페와 트라제에는 LPG 버전이, 투스카니 엘리사에는 2.7ℓ가 올라갔다. 172마력의 델타는 성능 면에서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했다. 



 98년에 나온 시그마는 준대형차를 위해 개발한 V6였다. 배기량은 2.5ℓ, 3ℓ, 3.5ℓ 3가지로 나뉘며 그랜저 XG를 비롯해 다이너스티와 테라칸 등에 쓰였다. 시그마 3ℓ는 SOHC 방식의 구형 V6를 대체하는 성격이었다. 시그마는 북미 2000년 배기가스 기준도 만족했다.



 시그마 이후 한동안 뜸했던 현대의 엔진 개발은 쎄타로 이어졌다. 주철 블록의 베타와는 베이스 자체가 다르며 성능과 배기가스 면에서도 큰 폭의 개선이 있었다. 쎄타는 보그워너 모스텍이 제공한 타이밍 체인 시스템과 CVVT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EMS(Engine Management System)도 지멘스 VDO가 제공한 32비트로 업그레이드됐으며 파워트레인을 관장하는 PCM(Powertrain Control Module)도 32비트다.



 출력은 2ℓ가 144마력, 2.4ℓ 164마력으로 기존 베타보다 각각 18%, 13%씩 높아졌고 연비도 5% 개선됐다. 2005년에 나온 쎄타II는 흡기와 배기 밸브의 타이밍을 동시에 조절하는 듀얼 가변 시스템과 가변 흡기기구 시스템 등이 적용돼 성능이 더욱 높아진다. 2,0ℓ의 출력이 163마력이나 됐다. 



 쎄타는 현대가 로열티를 받은 최초 엔진이기도 하다. 크라이슬러는 2005년 10월부터 \'월드 엔진\'이라는 이름으로 쎄타를 생산했다. 현대는 2002년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함께 GEA(Global Engine Alliance LLC)를 설립했으며 두 회사로부터 5,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았다.



 2005년 에쿠스에 첫 선을 보인 람다는 현대의 새 V6 엔진이다. 람다는 기본 배기량이 3.3ℓ에서 시작해 에쿠스와 오피러스 등의 대형급 모델에 주로 탑재됐으며 쏘나타 V33에 올라가기도 했다. 출력은 3.3ℓ가 233마력, 3.8ℓ는 264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감마는 준중형 모델을 위한 새 4기통 엔진이다. 배기량은 1.4ℓ와 1.6ℓ로 나뉘며 출력은 각각 104마력, 121마력이다. 아반떼와 세라토 등에 쓰이고 있다. 개발에는 5년6개월이 걸렸으며 총 3,530억 원이 투자됐다.



 최근 \'세계 10대 엔진\'으로 꼽히기도 한 타우는 대형 엔진으로 알파 출시 이후 17년 만에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 제품이다. 출력은 380마력으로 ℓ당 출력이 81마력을 넘는다.



 타우 이후 현대는 GDI 시스템을 엔진에 넣었다. 나아가 앞으로 GDI에 터보차저까지 적용, 출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엔진만큼은 선진 메이커 대열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