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CDI엔진 잇단 사고…사측 “본사 확인중”
ㆍ소비자 불만 높아…유럽선 판매 중지설

벤츠의 일부 디젤차에서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결함이 발견돼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벤츠 디젤 모델은 올해 초에도 시동이 걸리지 않아 문제가 됐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에서도 이번 결함에 대한 원인 조사와 함께 사후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품질 문제로 고급차의 대명사격인 벤츠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10일 한 벤츠 동호회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신형 디젤엔진을 장착한 블루이피션시 차량 구입자들의 불만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뉴 E클래스 220 CDI’를 운전하는 한 회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영동대교 근처에서 차가 갑자기 멈춰서 위험천만했던 경험담을 지난 7일 올렸다. 성수사거리를 지나는 순간 차가 심하게 떨렸고 소음이 커지면서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갓 1000㎞를 주행한 새 차로서는 흔치 않은 사고로, 달리던 차가 길 한복판에 갑작스럽게 멈추면 뒤차가 추돌할 수 있어 탑승객이 목숨을 잃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는 긴급서비스를 요청했고 직원은 ‘엔진 경고등’을 본 뒤 ‘인젝터(연료를 뿌려주는 분사기) 불량’이라고 단정했다고 한다.

벤츠사 직원이 단지 엔진 경고등만 본 뒤 인젝터 불량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부품을 교환한 소비자가 이미 여러명 있었기 때문이다.

CDI 엔진은 높은 연료 효율과 저공해를 자랑하는 벤츠의 차세대 엔진이다. 연료를 공기와 섞어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 연소실에 직접 뿌리는 방식이다. 벤츠는 최신형 CDI인 블루이피션시 엔진을 얹은 GLK, E클래스 220CDI, C클래스 220CDI를 올해 국내에 들여왔다.

특히 벤츠 CDI 엔진은 올초 강원 일대에서도 시동이 안 걸려 문제가 됐다. 당시 벤츠 측은 “엔진이 아니라 연료 문제”라고 주장하며 소극적으로 대응해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또 벤츠의 E220CDI 모델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에서 급발진 사고를 냈고, 법원은 올 9월 새 차로 바꿔주라는 배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연이은 벤츠의 품질 논란에 전문가들은 엔진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정업체에서 납품한 부품 문제라는 분석도 있지만 엔진의 핵심인 인젝터 문제는 결국 ‘벤츠의 엔진 결함’으로 받아들여진다.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CDI는 3차례로 나눠 연료를 뿌리는데 첫 분사가 안 되면 시동이 안 걸리거나 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마지막 분사가 잘 안 되면 여과장치(DPF 필터)가 막히거나 깨져 매연을 배출하게 돼 ‘저공해 CDI’라는 특징은 사라진다.

일각에서는 벤츠가 이 엔진의 결함을 인지한 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했으나 한국에는 문제가 해결되기 전의 차량을 수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벤츠 본사가 CDI 엔진이 장착된 블루이피션시 판매 중지를 지시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주행 중 시동 꺼짐이나 차량 흔들림으로 무상수리를 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리콜이나 판매중지 결정에 대해서는 독일 본사에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김용원 사무관(차 리콜 담당)은 “소비자 불만이나 전문가의 문제 제기 때는 안전결함 조사를 할 수 있다”며 “올초 벤츠 시동불량 문제는 벤츠에 권고해 1266대의 무상수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