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K7 출시를 계기로 대형차 라인업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 24일 K7을 출시한 데 이어 오는 2011년 1월 출시를 목표로 4000㏄ 안팎의 에쿠스급 대형 세단 \'K9\' 개발에 착수했다.

기아차 고위관계자는 25일 "올해 K7을 시작으로 내년 로체 후속인 K5(미확정)를 내놓고 오는 2011년에는 에쿠스급의 K9(미확정)을 출시해 중대형 차량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출시된 K7은 기아차가 올 들어 처음 신차발표회를 개최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차다. 기아차가 현대차와 합병한 이후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중대형 세단으로 5년 동안 총 45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양웅철 현대ㆍ기아차 연구개발총괄 사장은 "K7은 동급에서 가장 진보된 기술을 모두 결집시켰다"면서 "개발 단계부터 목표는 미국시장에서 렉서스 ES350을 따라잡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부응하듯 K7은 출시와 동시에 이미 돌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충환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은 "K7은 사전예약만 8000대를 웃돌고 있어 올해 판매는 사실상 끝난 셈"이라며 "내년에도 한 달 평균 5000대까지도 판매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아차는 K7의 수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내년 중국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을 시작하고 내후년에는 미국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경제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내부적으로는 미국 수출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 16일 본격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 공장의 근로자들이 최근 경기도 화성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K7의 미국 생산을 요구했을 정도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7의 출시는 지금까지 소형차급에 집중해왔던 기아차 입장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30%대에 달하면서도 대형차 라인업은 오피러스 하나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K7을 출시함에 따라 대형차 라인업 구축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K7에 이어 K9을 개발키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대형차에서도 기아차의 역동적 이미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기아차 고위관계자는 "현재 K9은 \'국내 최초 대형 슈퍼카\' 콘셉트로 개발되고 있다"며 "연구소에서는 4000㏄ 이상 고배기량이면서도 연비는 ℓ당 10㎞ 이상 나올 수 있도록 개발 중이고 디자인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국내 중대형급 차들이 보수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던 반면 기아차의 중대형차들은 BMW나 아우디의 대형 세단 같은 역동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식 기자(yjs@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