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간만에 꼬마횽이야.
게시판에 ABS관련해서 몇가지 끊이지 않는 논란이 있어서 한마디 남기려 왔어.


1. 제동거리
결론부터 말하면, 일반적으로 ABS가 있는 경우가 제동거리가 더 짧다.

여기서 \'일반적\'이라고 함은 딱딱한 노면을 의미해.
아스팔트, 밟아서 완전히 다져진 눈길, 완전히 얼어붙은 평평한 빙판, 빗길
여기서는 ABS가 있는 경우 제동거리가 당연히 더 잘 나와.
이유는 다들 알고 있다시피 최대정지마찰력이 ABS 작동구간에서 발휘되기 때문이고.

ABS로 인해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경우는
노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비포장로, 과속방지턱, 이런 경우),
모래-잔자갈이 깔린 길,
다져지지 않은 눈길, 흙길 등이다.

노면이 울퉁불퉁할 경우에는 요철에 의해 바퀴가 잘 잠기는데,
ABS가 이거 풀어준다고 압력을 과도하게 빼는 경향이 생겨서 ABS제동거리가 좀 길어진다.

반대로 모래,자갈,(안다져진)눈, 흙길 에서는 그냥 바퀴 잠긴 채 쭉 나가면
모래-자갈-눈-흙 등 입자들이 바퀴앞에 쌓이면서 일종의 쐐기 역할을 하게 되어 제동거리가 짧아져.

따라서, 처녀설을 밟고 지나간다거나, 흙길에서 달린다거나, 시골 비포장도로, 과속방지턱 이런거 위에서 제동하지 않는 이상은
일반적으로 ABS가 있는 경우 제동거리가 더 짧게 나온다.



2. 조향을 가능하게 한다.
이건 사실 맞는 말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보기에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는 설명이야.
ABS 터질 정도로 급브레이크 중에 좌우 확인해서 옆으로 핸들 돌려서 피해나갈 수 있는 사람 일반 운전자들 중에 얼마나 될까?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맞는 말이야. 실제로 조향이 가능하니까.
근데 엄청 미끄러운 빙판길이라 감속도가 거의 안생기는 수준을 제외하면, 급제동중에 핸들 돌릴수 있는 사람 얼마 없어.



3-1. 조향성의 다른 의미
ABS제동 중 조향이 가능하다는 말을,
단순히 제동 중에 핸들을 돌려 피해나갈 수 있다고 해석하지 말고
좀 더 깊이 들여다 보자.

(ABS로 인해 바퀴가 살아있어서) 조향이 가능하다는 말은
곧, 타이어가 횡력을 버텨주는 상태라는 거거든.
(반대로 바퀴가 잠겨있을때는 타이어에 횡력이 거의 실리지가 않아. 그래서 조향을 해도 차가 옆으로 안 움직이는 거고)

타이어가 횡력을 버텨준다는 말은 곧,
차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돌지 않는다는 말이거든.

ABS 성능 시험 중에 상당히 중요한 것 중 하나로
Split Co-efficient braking 이라는게 있어. (뭐 회사나 사람들마다 용어가 약간 틀릴 수는 있는데, 대충 비슷해.)

이게 어떤 시험이냐면,
속도 내고 달려와서는
왼쪽 바퀴는 아스팔트에, 오른쪽 바퀴는 빙판위에 놓고 브레이크 밟는 식이야. (방향은 바꿔가면서.)
당연히 한쪽은 아스팔트의 제동력을, 한쪽은 빙판의 제동력을 가지는거야.

이거 ABS없는 차로 밟아보면 아주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차가 한 다섯바퀴쯤 뱅글뱅글 돌아.
빙판 밟은 쪽 타이어가 잠기면서 --> 횡력 제로 상태가 되고 --> 좌우 제동력 차이에 의한 모멘트로 차가 완전히 스핀해버리는 거지.

니들이 눈 오는 날 차 타봤으면 알겠지만,
도로라는건 절대로 완전히 균일하게 얼어붙지 않거든. 항상 어느 한쪽이 좀 더 미끄럽고... 다른쪽은 또 바싹 말라있기도 하고.
이런데서 non-ABS 차로 브레이크 밟으면 차 그냥 도는 거지. 핑그르르르.

ABS달린 차로는 좀 휘청휘청 하기는 하지만 일자로 쭉 설 수 있다.



3-2. 조향성의 의미 2
자 위에서 대충 조향성이라는 말에 어떤 기능이 담겨있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갔지?

다른 상황 하나를 또 보자.
니들이 커브를 돌다가 급제동을 하는거야.

커브를 돈다는 말 자체가, 타이어에 횡력이 어느정도 실리고 있다는 상황이거든. (타이어 옆면에서 힘을 받쳐주니까 차가 옆으로 돌아가는거야. OK?)
여기서 급제동했는데 ABS가 없으면?
타이어에 횡력이 제로가 되겠지?

그냥 바깥으로 (선회하던 바깥 방향으로) 쭉 밀려버린다.
왜냐고? 타이어가 잠기면 횡력이 제로니까, 옆으로 받쳐주는 힘이 없어지는 거야. 옆으로 안 받쳐주면 차는 일자로 쭉 가는거고.

ABS 달린 차는 원래 코스를 대충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제동되는 거고.




결론.
1. 특별한 몇몇 노면을 제외하면 ABS가 제동거리에서도 특별히 손해는 없다.

2. 바퀴가 잠기지 않아 조향이 가능하다 
  --> 이 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전반적인 제동안정성이 확 증가한다는 의미라는 거지.
        브레이크 중 조향뿐만이 아니라, 차가 돌거나 길가로 쳐박힐 확율을 줄여주니까.


벤츠와 보쉬를 찬양해라. 둘이 짝짜꿍해서 30년전에 개발한게 ABS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