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아야지 수십번 다짐했으면서도 남편이 관심을 가지고 들을만한 커리큐럼을 뒤져본다

보통이 100만원이 넘는 수업들이다

이왕 배우는 거 이름 있는 학원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크고

또한 남편이 관심 있는 분야, 앞으로 써 볼만한 분야로 들어야 한다 생각이 들기에

고르는 커리큐럼마다 나도 회사 때려치고 가서 들어 보고 싶은 것 투성이다

우리 남편은 한 마디로 백수 1년차

능력있는 나 만나 생활비 걱정 한 번 안하고 1년을 잘 쉬고 계신다

뭐 물론 지 맘이 지옥같을 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라는게 본디 처음만 좀 힘들지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익숙해져서 죄책감이나 미안함 맘도 퇴색되기 마련아닌가..

산 세월도 얼마 안되는데 백수 세월이 1년이라니...

야..정말 너는 복을 타고 났다 . 남들이 받쳐 주는 복

생활비 걱정은 커녕 나 또한 처녀적 친정 라이프 스타일 못 버리고 당장 굶어 죽을 염려 없는 덕에

남편 철철히 백화점 옷 입히고 용돈 쥐어주고 주말이면 내가 귀찮고 지친 관계로

외식을 하는 터라 집에서 백수로 있어도 남편은 주말이면 맛있는 외식에

백화점 브랜드 옷에 용돈까지 ... 넌 정말 행복하겠다

용돈은 따로, 운동비도 따로, 물론 집에 식대나 기타 잡비 모두 내 통장에서 나가니

결론적으로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 밑으로 들어가는 돈만 월 평균 100조금 안되는건가?

그렇다고 셔터맨 해줄 만큼 내가 잘 버는 것도 아니고

다만 남들보다 좀 나은게 있다면 대출금 없다는 거 하나뿐인데

내 성격도 느긋하고 모질지 못 해 남편에게 잔소리 한 번 하면 또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니..

참 스스로에게  니도 정말 성격 한 번 좋다 싶다

우리 친정 부모님 남에게 뭐라 상처 주는 말 한 번 못 하시는 분이라

그러고 있는 사위에게 기분 상할 말 자존심 상할 말 단 한 마디 못 하신다

놀러 가면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하고 맘 안 상하게 하려고 아들처럼 대해주시는 분들

당신들도 참 속도 좋다

내가 봐도 내가 참 미친&이다

그런데 어쩌랴 내 타고난 성격이 이따위인 것을

그리고 남편이 타고난 성격이 그 따위인 것을

야 남편 너 정말 부럽다

어디서 나같은 마누라 얻냐

내가 전생에 너한테 큰 은혜를 입어선 건지 아니면 내가 니 엄마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화도 안 나고 속 상하지도 않고 그냥 니 팔자가 참 부럽다 싶네

나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에서 문화센터나 당기면서 맘 편히 살고 싶었는데

왠 놈의 팔자가 남자 사주인건지 식솔 거둬 먹이는 게 내 팔잔가 보다

저번 주에 사준 나이* 운동화 좋더냐?

장농 정리하다 보니 너한테는 어째 그리 제대로 된 코트가 하나 없는 건지

양복입고 어디 갈 일 생기면 지금 같은 두꺼운 사파리나 잠바는 못 입지 않냐

내가 미친 &이라 이런 상황에 남편 캐시미어 코트 하나 사줘야 겠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얼마전에 결혼식 갈 때 보니 니가 백수만 하고 있으니 구두를 신경을 못 써줘서

정말 유행 다 지난 닳고 닳은 구두 신고 있는 걸 못 보겠어서 아고 저 인간 구두 하나 사줘야 하는군

그 생각이 또 들더라.

넌 참 좋겠다. 정말 화도 안 나고 순수한 맘으로 니가 부러워

어쩜 팔자를 그리 잘도 타고 났니

추운 날 나는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나서 회사 나가느라 죽겠는데

너는 참 좋겠다

이러다가 애라도 생기면 애기 가진 배 움켜 쥐고 회사 나가야 겠지?

억울하네

남편아 정말 너 나한테 대체 어떻게 이거 다 갚을래..

그래도 너랑 이혼해야 겠다는 생각은 안 드는 거 보면

너가 정말 전생에 나를 살렸나 보다

니가 참 부럽다 인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