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인간(남아도는 존재)
있으나마나한 사람
쓸모없는 사람
이런 말들을 들을 때
\'이거 딱 그 인간 말하는 거야.\'하고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고
\'날 말하는 거야\'하고
자신을 향해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를 향했든 이 말은 사형 선고입니다.
사실상 존재감을 지워버렸으니까요.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갈까?\'
\'나 없이도.. 잘 돌아가겠지?\'
내가 이 넓은 세상의 부속품 하나쯤으로 생각될 때
한없이 쓸쓸해지고 힘이 빠집니다.
정말 그럴까요.
만약 제가 열심히 글을 써서
많은 분들과 나누고 있다고 해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바로 \'당신\'이 모르고 있다면
제 글은 사실상 존재감이 없습니다.
이 글의 존재는 지금 \'당신\' 덕분에 \'인식\'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행복한 이유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제 글을 보았는지에 있지 않고
지금 바로 당신이 제 글을 보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숫자는 그 다음입니다.
당신이 먼저입니다.
세상에 온갖 뉴스와 이야기들이 떠들썩해도
당신이 인식하기 전까지는
그 뉴스는 \'나는 이렇게 유명한 소식이다!\'하고 자랑하지 못합니다.
아무리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해도
당신이 전혀 모르고 있으면 그 대단함도 무력해집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해도
당신이 알기 전까지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당신의 인식은 그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잠시 눈을 감아보세요.
내가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눈을 뜨지 못했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세상은 존재한다해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식하는 주체, \'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에서-
아무리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도
그 이름을 불러 인식해주는 내가 없다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도
존재감 없이 쓸쓸히 잊혀져 있는 것과 같이
있어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세상이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이렇게 크고 엄청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로그인해서 그 존재를 알아봐준 내가 있기 때문에
비로소 증명이 된 것입니다.
그 수많은 지난날의 역사들도
분명히 존재했다고 하는 그 장엄한 과거의 이야기들도
사실상 \'지금 존재하는\'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내가 직접 겪고 확인한 소소한 사건보다도
그 존재감이 매우 희미합니다.
내가 죽고 난 후에도 계속될 이 세상의 미래
남겨진 사람들과 후손들을 위해 너무나 중요한 그 미래조차도
더 이상 인식할 수 있는 내가 존재하지 않을 때
로그아웃한 사이트처럼
꺼져버린 컴퓨터처럼
그 존재감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빈 화면으로 남습니다.
이 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나\'들에 의해서
증거되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 때문에, 보기 때문에
그렇게 인식하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세상은 존재의 가치를 가집니다.
다시 눈을 떠보세요.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 않나요.
나를 위해 누군가가 준비한
멋진 선물 같지 않나요.
정말로 당신은 소중합니다.
온 세상이 당신으로 인해 존재의 가치를 느낄만큼
이 세상에 잉여인간은 없습니다.
아무도 쓸모없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나\'와 \'너\', \'우리\'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잉여인간이 아니었음에도
잉여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고
잉여인간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잉여인간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진실을 기억해주세요.
그 진실을 전해주세요.
삶의 변화는 거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많이 힘드셨나요.
많이 쓸쓸하고 외로우셨나요.
그러나 절대 죽지 마세요.
당신이 죽으면
이 세상도 함께 죽습니다.
당신이 로그아웃할 때 세상은 여전히 존재해도
더이상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될 만큼 가치 있고
죽지 않아야만 할 만큼 가치 있습니다.
세상은
당신 없이 돌아갈 수 없습니다.
수십 억년을 살아왔다는 이 세상은
꼭 당신의 일생만큼만 존재를 확인받습니다.
세상은 당신과 함께 돌아가다가
당신과 함께 끝을 맺습니다.
엄연히 \'당신의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덕분에
세상에 존재하는 한 명 한 명 덕분에
세상은 각각 그들의 세상으로 존재의 이유를 가집니다.
그런 우리들이 소중하고
그런 우리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세상 또한 소중합니다.
고맙습니다.
살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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