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2009년 10월 26일(월) 오후 12:16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전북CBS 이균형 기자]

(당시 범행에 쓰인 차량과 팔순 촌로가 타고 가던 자전거)
대낮에 한적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골 노인을 고의로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뒤 보험사로부터 억대 사망 합의 보상금을 받아 가로 챈 30대 남자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전북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34살 박 모씨가 군산시 임피면 미원리 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섰던 82살 김 모 할아버지를 자신의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것은 지난 3월 27일.

당시만해도 경찰은 목격자도 없는데다 "마주오던 덤프트럭이 달려들어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김 할아버지를 추돌했다"는 박씨 주장을 근거로 단순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처리했다.

김 할아버지는 승용차 앞 유리가 부서질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부딪히고서 무려 21미터나 떨어진 반대편 차선쪽에서 떨어진 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IMG1] 그러나 사고발생 두 달 뒤인 5월, 경찰은 김 할아버지에 대한 단순 교통사망사고를 \'고의 살인 보험사기\'로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직업도 없는 가해자 박씨가 무려 2억원 상당의 자금을 투자해 전주에 자동차 \'튜닝 샾\'을 열었던 것.

이때부터 박씨를 수사의 \'수술대\'에 올려놓은 군산 경찰은 박씨가 지난해 12월, 2개의 운전자 보험에 추가로 가입하는 등 모두 4개의 운전자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 사진 :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군산경찰서 박종삼 수사과장 )
박씨가 이들 보험사로부터 받은 사망 사고 합의금은 보험사당 2천만원에서 5천만원씩 모두 1억 3천여만원.

박씨는 보험사로부터 받은 합의금 가운데 고작 1,500만원을 숨진 김 할아버지 유족에게 합의금으로 전달했을 뿐, 나머지 1억 천여만원을 가로챘으며, 조사결과 박씨는 이미 수차례 보험 사기 전과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박씨가 동거녀인 김 모(30)씨, 그리고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 회원인 장 모(26) 등과 짜고서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챙기거나, 작업장에서 상해를 입었다며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4천여만원을 별도로 챙겼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특히 "일부로 사고를 낸 것은 맞지만, 살해할 뜻은 없었다며 박씨가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 보험사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점과, 사고 현장의 스키드마크 등 정황을 놓고 볼 때 계획적인 살인임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박씨가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거액의 합의금이 요구되지 않는 시골 할아버지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에 대해 끈질긴 추적을 벌인 경찰은 수사 착수 5개월여 만에 박씨를 살인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박씨의 동거녀 김씨와 자동차 동호회 회원 장씨 등 4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단순 교통사고 사망으로 처리돼 묻힐 뻔한 팔순 촌로의 죽음이 진실의 빛을 보게 된 것은, 5개월에 걸친 경찰의 끈질긴 수사가 이뤄낸 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balancele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