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선전포고에 대한 포르쉐의 답례였을까? 2010년형으로 거듭난 ‘911 터보(Turbo)’가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7분 27초를 기록, 7분 26초 70을 기록한 닛산 GT-R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는 포르쉐 수퍼카인 카레라 GT를 넘어서는 포르쉐 최고의 기록이기도 하다.

기존 911 터보의 기록은 7분 38초. 마이너리프트 모델이지만 무려 10초 이상의 기록단축을 달성한 것이다. 해외의 자동차전문지들은 포르쉐측이 그 동안 GT-R에 대항하기 위해 뭔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며, 그 결과가 2010년형 911 터보에 집약되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신형 911 터보의 변화는 출력 증가와 무게 감소 정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초부터 확실하게 다시 보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기존 480마력과 63.2kg.m의 최대토크는 2010년형으로 넘어오면서 6,000rpm에서 500마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66.3kg.m으로 증강된 최대토크는 1,95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시작하여 5,000rpm까지 이어지도록 개선되어 사실상 전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 강력해진 신형 엔진은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PDK와 매칭을 이루면서 더욱 돋보이게 되었다. 신형 911 터보에 추가된 PDK는 기존 모델들에 적용되었던 PDK와는 다른 버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토크를 받아낼 수 있도록 각 부위는 강화부품이 사용되었으며, 시속 200km/h부근까지 빠른 가속이 가능하도록 초반의 기어비를 기존보다 짧게 변경한 점이 특징이다.

여기에 무게도 기존 모델 대비 25kg감량에 성공하여 무게대비 출력에서도 이익을 보도록 했다. 덕분에 0-100km/h가속은 기존 3.7초에서 3.1초로, 0-200km/h가속은 기존 12.3초에서 10.8초로 대폭적인 향상이 이루어졌다. 더욱 강력해진 발진 가속력은 서킷주행 시 재가속 부분에서 이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밖에 더욱 성숙된 서스팬션 노하우와 한층 진보한 4륜구동 시스템의 적용으로 어느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개선한 점 역시 신형 911 터보의 개선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신형 911 터보는 하드웨어가 상당부분 달라진 만큼 앞으로 뉘르부르크링 기록 역시 더욱 단축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중론이다. 특히 닛산의 치프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전직 F1 드라이버 스즈키 토시오(鈴木利男, Suzuki Toshio)와 같이 특화된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는다면 현재 GT-R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무리도 아닐 것이라는 것.

이미 2010년형 911 터보가 카레라 GT의 기록을 넘어선 만큼 앞으로 데뷔할 911 터보 S와 911(997) GT2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신기록 수립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2011년 데뷔예정인 신형 911(998)을 시작으로 터보, 터보 S, GT2까지 합세한다면 뉘르부르크링 순위 상위권의 상당부분을 포르쉐가 기록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닛산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현재는 뉘르부르크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GT-R 스펙 V는 이미 상당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2010년에는 GT-R 시리즈 III로 불리는 2011년형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2013년에는 코드네임 R36으로 한 세대 진화한 신형 GT-R이 데뷔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도요다 역시 V10 4.8리터 600마력 사양의 LF-A를 내세워 뉘르부르크링 신기록 수립을 외치고 있으니 앞으로 뉘르부르크링에서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