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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귀족의 하루라는데.. 그럼 하청은?

ㅏㅏ(115.143) 2009.09.19 01:18:30
조회 333 추천 0 댓글 3


[현장일기]  연봉 5500만원 노동귀족의 하루
  1대당 작업시간 1분30초 “피가 마른다.”
  최태성<완성차 노동자>

오늘도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내가 차려준 밥을 뜨는 시늉만 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일주일 내내 잔업과 특근으로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야간조에서 주간조로 바뀌어 출근하는 오늘 같은 날은 특히나 밥을 먹지 못한다. 
12시간씩 주야 격주단위 교대근무로 생활패턴이 완전히 바뀌어서 끼니를 제 때 챙길 여유가 없으니 위장병에 시달릴 수밖에.
어디 그뿐인가. 쉬지 않고 달려오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단 1초도 자유롭지 못한 내 몸이 부속품이 되어 살아오면서, 온몸이 쑤시고 저리는 건 티도 못 내고 심할 때는 마비 증세까지 오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현장에서 골병의 진행 정도는 근속년수와 숙련도에 비례한다고 할 정도로 위장병, 불면증, 근골격계 질환은 나와 같은 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들이 흔히 겪는 질병이다. 나 또한 이 회사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골병의 진행 정도가 상당히 깊어진 상황이다.

 
컨베이어벨트 근무 20년… 만신창이 몸뚱아리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크게 4개의 생산 공정을 거친다. 차량의 몸체를 만드는 프레스 공정을 시작으로 거기에서 만들어진 강판으로 문을 달고, 자동차 사이드 판넬 등을 용접하여 차체 구조를 만드는 공정이 그 다음이다. 이 단계에서 자동차의 기본 외형이 갖추어진다. 차체 공장에서 용접된 자동차 외관은 도장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양한 색깔과 외관의 형태를 도색하고 건조시키는 과정이다.
그 다음이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조립 공정이다. 사람들이 흔히 자동차 공장하면 떠올리는 컨베이어 라인의 속도에 맞춰 흐르는 자동차에, 정해진 시간 안에 각 부품을 끼워 넣는 일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조립 공정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나는 타이어와 앞, 뒤 범퍼, 전조등, 제동등, 사이드 밀러 등의 외장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20년이 넘게 해오고 있다.
__copy30.jpg 
1대당 작업시간 1분30초 “피가 마른다.”
자동차 한 대당 외장 부품을 조립하는데 주어진 표준 시간은 1분 30초 정도 된다. 23초는 각 부품을 제 자리에 갖다놓는 등 작업 준비를 하고, 나머지 67초 안에 타이어와 앞, 뒤 범퍼, 전조등, 제동등, 사이드 밀러 등 외장 부품을 모두 조립해 넣어야 한다. 컨베이어 라인은 정확히 1분 30초 후에 자동차 한 대를 내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그렇게 꼬박 2시간을 정해진 속도와 각도로 일한 후 15분을 쉰다. 컨베이어 라인은 일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쉬는 법이 없다. 녀석이 잠시 멈추는 것은 오직 회사에서 정한 휴식시간 뿐이므로 작업하는 동안 나는 내내 컨베이어 라인의 충실한 부속품이 되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는 감시 감독이 필요 없다. 빽빽하게 밀려오는 컨베이어 라인이 나의 감시자이기 때문이다. 작업하는 동안 잠시라도 딴생각을 할라치면 벌써 내가 서 있는 라인을 넘어가기 일쑤이기 때문에 온 신경을 모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때때로 피를 말리는 일이다.
라인 작업을 할 때 정말 곤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생리 현상이다. 라인에서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물도 거의 마시지 않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을 땐 작업대 옆에 램프를 누른다. 반장이 와서 잠시 내 일을 봐주는 사이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 작업하는 내내 단 1초도 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컨베이어 라인의 작업 목표와 속도에 따라 충실히 단순 반복 작업을 하면 그 뿐이다. 컨베이어 라인의 부속품이 되어야지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간으로 작업장에 서면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컨베이어 라인 앞 1초도 딴생각 불가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일하다 보면 처음엔 온몸이 결리고, 쑤시고 하다가 저림 증세와 함께 결국엔 허리 디스크, 마비증세 등을 동반하는 근골격계 질환을 얻게 된다. 나뿐만이 아니라 회사 동료들 대부분이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자본은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해고시키고 나서, 신규채용은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우리들에게 똑같은 물량을 감당하라고 요구한다. 작업 현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성과급을 도입해 동료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았다.
IMF 이후 남아있게 된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체질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모듈 생산방식의 도입과 확대로 인해 뼛속까지 각인되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위기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모듈 생산방식은 자동차 업체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데, 주요핵심 기능을 표준화시킨 뒤에 필요한 부분을 미리 조립해 두어서 조립과정을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원래는 조립 라인에서 직접 조립해 왔던 부품 몇 개는 아예 통째로 미리 조립된 채로 들여오기 때문에 생산 공정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인원이 감축됐다. 
외환위기 당시 생산방식을 대폭 바꾸고, 성과급을 도입해 대량의 인원을 감축한 자본의 악랄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모듈 생산방식의 급격한 확대는 심각한 고용불안 그 자체였고, 당장 닥쳐올 막막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주40시간만 근무하면 월 급여 120~150만원
이렇게 하루 작업은 ‘2시간 일하고 15분 쉬고’를 반복하며 저녁 8시 30분까지 이어진다. 정상근무는 5시 30분이면 끝나지만, 대부분 3시간 잔업을 기본으로 한다. 아이들 학비며 의료비, 주택 상환금 등을 대려면 주 40시간 근무로는 생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의 임금은 변동급이 35% 이상을 차지한다. 기본급이 일급 50000원을 조금 넘으니까 주 40시간 정규 근무만으로는 120~150만 원 정도 밖에 못 가져간다는 소리다. 그러니 잔업·특근 수당, 야간 수당을 최대한 많이 받아서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주야 맞교대를 격주로 돌리면서 밤 10시까지 잔업과 야근, 특근까지 모두 빠지지 않고 할 때 비로소 소위 ‘대기업 노동자’ 월급이라고 하는 것을 받을 수 있다. 한 달 동안 거의 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 년에 3000시간 이상(잠자는 시간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라인을 타야 가능한 월급인 것이다.
정말 쉴 여력도 없이 골병이 들면서까지 일을 해야 받을 수 있는 월급이지만, 대부분의 현장 동료들은 잔업과 특근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극심한 고용불안 속에서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운이 좋아 정년까지 마친다 해도 평생을 단순 조립만 하며 살았는데 공장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당장의 생계가 막힐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봉 5천만원은 3천시간 노동과 가정불화 대가
기계의 부속품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라인에 매어있다 보니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동료들이 많다. 언제 크는지도 모르게 훌쩍 커 있는 머리 큰 자식들은 함께 한 추억이 거의 없어 허물 수 없는 장벽이 생기기도 한다. 아내와도 대화가 점차 사라져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작아지다 보니 극단적인 경우에는 이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매일 3시간 잔업, 격주 야간근무, 토일 특근. 이렇게 해서 내 월급은 월 400만 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성과급 등이 더 얹어지면 연봉 5500만원, 세상에서 말하는 노동귀족이 탄생하는 것이다.
올해 임단협 투쟁이 노동자들이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는 첫 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아가 우리만의 임금인상, 고용안정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함께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 속에 나의 작은 힘도 최선을 다해 보태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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