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충북 음성의 시골길.

53살 권혁미 씨가
장모 집근처에 도착해
속도를 줄이고 정차하려는 순간,
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앞으로 돌진합니다.

운전자와 조수석의 부인은
겁에 질려 두려운 표정으로
돌변합니다.

차량은 가건물을 들이받고
앞바퀴가 빠지고 나서야
간신히 멈춰 섰지만,
엔진에선 굉음이 계속 납니다.

◀ＳＹＮ▶
"(엄마 괜찮아?)
아니 딴 거 관두고 이 차?
(급발진 된 거야 이거.)
급발진이 뭐야, 자기야? 저절로?
(응. 야, 이거 큰일날 뻔 했네.)"

차가 돌진한 가건물은 엉망이 됐습니다.

택시운전만 25년 넘게 한 운전자 권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억울할 뿐입니다.

◀ＳＹＮ▶ 권혁미/급발진 사고 차량 운전자
"보세요, 이거 보세요.
손 옆으로 내가 이거(사이드브레이크)
잡아당기잖아요. 이 상태에서도
떨어지고도 차가 멈추지 않고
엔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웽 소리가..."

구입한 지 한 달도 안 된 새 차량의
이 같은 사고에 대해
판매 대리점 측은 권 씨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라고
급발진 주장을 간단히 일축했습니다.

◀ＳＹＮ▶ 현대자동차 대리점
"(제가 잘못으로 인해
사고가 난 사람도 아니고)
모든 분들이 급출발 부분을 가지고
고객님처럼 그렇게 유사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차량의 이상 유무를 판단해봤는데
급발진 이상으로 인해 발생된 건 없어요."

대전의 한 주차장 출구.

도로에서 트럭이 오고 있는데도
그 앞으로 차량 한 대가
쏜살같이 돌진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진하는 차량 뒤편에는
브레이크등이 선명하게 켜져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데도
차량이 달려 나가
주택 대문을 뚫고 지나가고,
마당의 조경석까지 들이받은 겁니다.

주택 입구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초토화됐습니다.

◀ＳＹＮ▶ 최 모 씨/급발진 사고 차량 운전자
"여기가 이 조경석인데 조경석까지
타고 올라온 거예요. 그러니까
이 대문과 벽을 부수고도,
이게 아니었으면 더 튀어 나갔을 겁니다.
엄청난 힘이었죠."

회사 측은
브레이크등이 켜진 사실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회피한 채,
차가 돌진한 걸 볼 때
가속 페달을 밟은 게 분명하다고
강조합니다.

◀ＳＹＮ▶ 현대자동차 관계자
"본인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그거는 주장하는 고객분들 입장이시고
차량이 움직이는 것은 액셀을 밟지 않는 이상
나갈 수가 없어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자동차 회사의 해명은
판에 박은 듯 똑같습니다.

차량 결함은 없고 운전자가 과실로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이런 간단한 해명으로
책임을 피해온 데는
법원의 판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운전자가 차량 결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동차 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전문가도 밝혀내기 어려운 차량 결함을
일반인에게 스스로 규명하라는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ＳＹＮ▶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의료 사고가 생겼을 때
수술이 잘못됐다는 걸
수술환자 가족한테 이거에 대해
증명하라는 것과 똑같거든요.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 보호원에 접수된 급발진 사고는
514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손해를 배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 때문인지
의문의 급발진 사고는 줄지 않고
매년 백 건이 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론은 한결같습니다.

◀ＩＮＴ▶ 나종덕 팀장/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팀
"이번 고객의 주장하신 사고와
과고의 사거를 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차량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MBC 뉴스 강나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