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사원들이 열심히 뛴다고 실적이 무조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잘 되는 곳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한 완성차 대리점 업무과장)

국내 완성차 판매 대리점은 5월 말 현재 현대차 883개, 기아차 754개, 대우자판 300개, 르노삼성 191개, 쌍용차 140개 등 총 2268개. 당연히 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1등 점포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지고, 희비가 엇갈린다.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19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645대를 판매해 현대차 전국 지점 중 3위에 오른 제주지점은 렌터카가 효자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어 렌터카 수요기 몰리기 때문이다. 전체 판매 차량 중 30% 이상이 렌터카다. 렌터카 판매가 주로 렌터카 회사를 상대로 한 법인 판매로 개인판매처럼 경기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 지금과 같은 불경기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기아차는 수도권 매장의 선전이 눈에 띈다. 판매 1위인 서울 창동지점은 \'노후차 세제지원\'의 최대 수혜지점이다.

창동지점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노후차량이 많은데 노후차 세제지원 발표 후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매년 우수지점이긴 했지만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위인 안산지점은 산업도시로 젊은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답게 \'모닝\', \'쏘울\'등 젊은 감각의 모델이 많았던 점이 판매 호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디자인 기아\'의 모토가 안산 지점에는 더 없는 원군이었던 셈이다.

↑르노삼성차 천안 두정지점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르노삼성차 제공

191개 르노삼성 대리점 중에 2위를 차지한 천안 두정지점에도 사연이 있다.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천안사업장 등 인근에 삼성 사업장들이 많아 이곳에서 근무하는 삼성직원들이 르노삼성차 구매에 적극적이다.

두정지점의 한 영업사원은 "르노삼성차가 삼성이라는 이름을 쓰는 만큼 삼성관계 직원들한테 인기가 좋은 편"이라면서 "튀지 않으면서도 품격 있는 브랜드 정체성이 판매 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차를 판매하는 대우자판의 선전지역도 GM대우의 공장이 있는 인천 부평과 군산 지역이다. 생산과 고용 등 지역경제에 파급력이 큰 만큼 지역 주민들의 GM대우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반면 지역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쌍용차 대리점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곳은 쌍용차와 별다른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광주 광산지점. 하지만 쌍용차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이 멈춘 만큼 현재는 판매가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 광산지점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의 선전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전시차 까지 모두 팔아 대리점이 텅 빈 상태에서 대리점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현대차 동래지점 ⓒ현대자동차 제공

714대를 팔아 현대차 1위를 기록한 부산 동래지점은 지역특성 등 환경적 요인보다는 발로 뛰는 마케팅으로 승부를 본 케이스다. 이른바 \'스킨십 영업\'이다. 인맥이나 소개를 통한 고객 네트워크 구축 대신 잠재 고객들을 발로 뛰며 만나는데 집중했다. 일주일에 명함 두 통을 다 쓰고 한 달에 구두 한 켤레가 닳는 영업사원들이 부지기수다. 그렇게 해서 판 자동차수가 매달 140대 이상, 하루 평균 5대 가까이 된다.

개인간 경쟁이 강한 영업이지만 6~7명으로 구성된 팀원들끼리 서로 고객들을 소개해주며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그 결과 부산지역 판매 1,2,3위 직원이 모두 동래 지점에 있을 정도다.

김재화 동래지점 판매과장은 "스타 영업사원 한 명 있다고 해서 지점실적이 잘 나오는 건 아니다"며 "우리지점은 \'모두 한 번 뛰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실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