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태진] 20일 개막한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10개의 전시장 가운데 E3홀에 자리 잡은 기아자동차 전시장 바로 옆에서 중국 산둥(山東)성 소재의 중국 업체인 룽청화타이(榮城華泰)차가 신차를 발표했다. 이 차의 이름은 \'산다이페\'. 2006년 3월 현대차가 신형 모델을 내놓으면서 단종한 구형 싼타페와 엔진(2.7L 가솔린)은 물론, 헤드라이트·안개등·방향등까지 거의 같은 외형이었다. 내장과 버튼 스위치까지 설계도가 없으면 흉내 낼 수 없을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이름마저도 싼타페를 중국식으로 본떴다. 이를 본 국내 관계자는 \'짝퉁(가짜) 신차\'라며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이 차는 짝퉁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룽청화타이차에 설계도와 엔진을 수출해 생산된 제품으로 밝혀졌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짝퉁차 경계령을 내렸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묘책이 나오지 않자 국내 단종 모델의 차체 설계도와 엔진을 중국 업체에 수출해 로열티를 받는 \'플랫폼 수출\'로 전략을 바꿨다. 구형 싼타페는 미 캘리포니아 현대차 디자인센터에서 설계한 것으로 2000년 출시돼 2006년 3월 단종될 때까지 국내·해외에서 각각 79만, 32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베이징차와 합작해 \'베이징현대\'로 진출하기 이전부터 여러 중국 업체와 현지 조립 생산을 하거나 협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설계도와 구형 엔진 기술이 중국 현지 업체에 흘러 들어갔다. 2003년부터는 단종된 현대차와 비슷한 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기술 이전을 총괄하는 남양중앙연구소 관계자는 “설계도는 현대차 연구소 내부에서 유출될 가능성은 없지만 중국 업체와 협력관계인 부품업체를 통해 새나갈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디자인을 베낀 차들이 쏟아지자 현대차는 아예 단종 모델의 설계도와 엔진을 로열티를 받고 주는 \'플랫폼 수출\'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현대차 중국사업본부 관계자는 “짝퉁차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거나 재판까지 갈 경우 불이익이 더 많아 적정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로열티는 연간 수십만 달러로, 큰 액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짝퉁차\' 논란에 대해 물론 중국 정부와 업체도 할 말이 있다. 중국 토종 자동차 업체는 “한국도 과거 수십 년간 일본·미국·유럽 각국의 차를 벤치마킹해 오늘의 성장을 일궈낸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어디까지나 벤치마킹일 뿐 \'짝퉁\'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2006년 상반기부터 룽청화타이차와 구형 싼타페 위탁 생산 문제와 로열티 금액을 협의해 왔다. 이 회사는 2005년 단종된 현대차의 테라칸을 현지에서 조립생산(CKD)한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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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차 모델 모방=이번 상하이모터쇼에는 BMW의 미니를 거의 그대로 본뜬 차,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가운데 하나인 롤스로이스와 흡사한 차 등이 전시됐다. 중국 업체가 한국차를 베꼈다는 논란의 대표적 사례는 2002년 중국 체리차가 출시한 \'큐큐\'다. GM대우의 마티즈를 본뜬 이 차는 신차 개발비가 추가로 들지 않아 판매가가 마티즈보다 1만3000위안이나 싼 3만3000위안(약 660만원)에 불과했다. 이 덕분에 2007년까지 월평균 1만 대씩 팔렸다. 2004년 GM대우가 체리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다 6개월 만에 소송을 포기했다.